-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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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는 날에는 무조건 중국음식이라고 하길래 현관문에 붙어 있던 스티커 중 하나를 턱 잡아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맛도 괜찮았고 배달도 빨랐습니다. 배달 온 아저씨도 친절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3년 반 동안 매번 ‘소림성’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었습니다. 이 동네에선 ‘소림성’ 자장면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어제는 쉬는 날이었나 봅니다. 돈 좀 벌었다고 일요일은 쉬겠다는 건지 도통 전화를 안받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할 수 없이 냉장고에 붙어 있는 다른 중국집 스티커를 찾았습니다. ‘청구반점’. 어쩐지 이름도 촌스럽고 그다지 내키지 않습니다. 무림고수 ‘소림성’과 왠지 허름하게 느껴지는 ‘청구반점’은 이름이 주는 포스에서부터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청구반점’ 번호를 누릅니다. 그리고 간자장 두 그릇을 시켰습니다.
자장면은 총알처럼 배달되었습니다. 랩을 벗기고 자장을 붓고 비비는데 냄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때깔도 윤기가 잘잘 흐르는 게 보통이 아닙니다. 서둘러 비비고 한 젓가락 입으로 밀어 넣으니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젠장, 3년 반 동안 이 맛을 모르고 살았구나.”
인생에서 제 의지와는 다른 몇 번의 선택을 하고 나니 코너에 몰렸습니다. 더 이상 갈 곳은 없었고 쫓기는 듯 불안했습니다. 그런데도 스스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 대신 우연히 중국집 쉬는 날이 걸리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못 가본 길에 미련 따위를 남기지 않겠습니다. 제 선택이 아닌 다른 무엇도 제 인생을 결정하도록 놔두지 않겠습니다. 오늘부터 행복하기를 선택하겠습니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나'로 살아가겠습니다.
구본형 변화 경영 연구소에서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나’를 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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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처음부터 종윤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나무랄데 없는 글들이 였습니다. 난 그것이 맘에 들지 아니 했습니다. 잘 생긴 배우같은 친구와 못생겼으면서 왠지 맘이 끌리는 두 명 중에서, 푸로포즈를 당한 여인은 누굴 선택했을까요? 언젠가 가까워 지면 내가 느낀 생각을, 얼굴 모르는 친구와 서로를 토론 해보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대의 짜장면 이야기를 읽으면서 닫혔던 맘의 문이 열린 모양입니다. 아름답고 잘생긴 배우만이 명배우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실력, 재취, 위트 어느것 하나도 빠지질 않는데, 향기가 빠져 있는걸 글을 읽으면서 보았습니다.
이제 이러한 화두를 같이 하면서 공부하십시시요.
종윤님! 난 칼럼이나, 북리뷰를 일고 난 후에 덧글 을 달면서 이렇게 가슴아픈 소릴 처음해 봅니다. 여러번, 숙고해보고 생각하고 난 후의 올리는 글입니다.
"원래 우리맘 속에 먼지가 어디에 있으며, 때가 어디에 있으랴"
저가 약간 취한 모양입니다......
이제 이러한 화두를 같이 하면서 공부하십시시요.
종윤님! 난 칼럼이나, 북리뷰를 일고 난 후에 덧글 을 달면서 이렇게 가슴아픈 소릴 처음해 봅니다. 여러번, 숙고해보고 생각하고 난 후의 올리는 글입니다.
"원래 우리맘 속에 먼지가 어디에 있으며, 때가 어디에 있으랴"
저가 약간 취한 모양입니다......

신종윤
초아 선생님~
다행히 감기 걸린 아이가 일찍 자주어서, 덕분에 같이 사는 여인을 마주하고 맥주 한잔 마실 여유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켜놓은 채 잊었던 컴퓨터 생각이 나서 방에 들어왔다가 선생님의 반가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 읽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정말 처음 알았습니다.
글 한 줄 적기 위해 새벽에 동네를 여러 바퀴 돌았습니다.
그리고도 돌아와서 적어놓은 글을 보며 무언가 담기지 않은 것 같아서 답답했었는데, 그것이 제 '향기'였던 모양입니다.
선생님의 감사한 덧글을 읽고 눈물이 그렁한 것을 아내가 보지 못해서 다행입니다. 보았더라면 제 감사한 말씀을, 혹 속상하여 그러는 줄 알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자꾸 눈물이 고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며칠 모자란 잠에 술이 과했던 모양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남해에서 뵙겠습니다.
다행히 감기 걸린 아이가 일찍 자주어서, 덕분에 같이 사는 여인을 마주하고 맥주 한잔 마실 여유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켜놓은 채 잊었던 컴퓨터 생각이 나서 방에 들어왔다가 선생님의 반가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 읽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정말 처음 알았습니다.
글 한 줄 적기 위해 새벽에 동네를 여러 바퀴 돌았습니다.
그리고도 돌아와서 적어놓은 글을 보며 무언가 담기지 않은 것 같아서 답답했었는데, 그것이 제 '향기'였던 모양입니다.
선생님의 감사한 덧글을 읽고 눈물이 그렁한 것을 아내가 보지 못해서 다행입니다. 보았더라면 제 감사한 말씀을, 혹 속상하여 그러는 줄 알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자꾸 눈물이 고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며칠 모자란 잠에 술이 과했던 모양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남해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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