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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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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8일 01시 16분 등록
3기 연구원 지망생 뒷풀이 모임서 약간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채로 귀가하던 중에 그냥 신혼초의 모습이 떠올랐다.
소소한 일상이었지만 글로 남겨 두고 싶어 늦은 시간 얼큰한 상태에서 한 글 올려 본다.

처음 가정을 새로 이뤄 함께 생활하다보면 모든 일 하나하나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대부분 분가를 하니 우선 사는 공간 자체가 변하고 함께 사는 사람도 달라진다. 분가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식구 하나가 생겨나게 된다.
오랜 시간 서로 다른 생활권에서 살던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그것을 공유하며 사는 것, 그것이 결혼생활의 시작이다.

당장 직면하는 큰 문제가 뭘까?

부부 당사자간 생활방식에 차이가 있다 보니 초기에 여러가지 갈등의 소지가 있다. 여기서 그 여러가지에 대히 일일이 열거할 생각은 없고 결혼 초기에 식사와 관련된 스토리만 조금 이야기해 보려 한다.

사실 난 결혼 전부터, 즉 총각 시절 '내 님은 어디에 계신가' 하는 문제로 신세한탄 하던 시절부터 결혼 후를 염두에 두고 음식 조리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다. 어머님께서 워낙 음식을 잘 하셨고 그 바람에 내게는 사소한 음식 빼고는 만들 기회를 주시지 않으셨지만 저 음식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머리속으로 그려 보고 나중에 결혼해 독립하게 되면 나도 그렇게 만들어 봐야지 하고 상상하곤 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신혼초부터 나는 주방일의 일정 부분을 담당할 수 있었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손수 주방일을 거들어 주는 자상한 남편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고 내 입장에서는 내가 먹고픈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었으니 말 그대로 일석이조였다.

결혼 초, 서로 퇴근 시간이 비슷했지만 대체로 아내가 조금 일찍 퇴근했고 때문에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절친한 친구가 선물해 준 전기 압력솥에 밥을 하는데 메뉴얼에 쓰여진 대로만 조작하면 별탈 없이 밥이 만들어질 것을 아내는 예전에 일반 압력솥에서 밥을 짓는 방식대로 물 붓고 손바닥 펴서 담근 후 물을 맞추는 방법을 고수했다.

그러니 어쩔 때는 괜찮은 밥이 지어지다가도 또 어쩔 때는 밥이 덩어리가 되어 나오기도 했다. 솔직히 그때는 내가 얹힌 밥이 훨씬 잘 지어졌으니 내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내게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난 설명서에 적혀 있는대로 했을 뿐인데, 그걸 따라하기 싫어하니 말이다..

또 한가지 생각나는 것이 아내는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고기라면 환장을 하니...
예를 들어 미역국을 끓일 때면 초기에 아내는 미역 하나 달랑 넣고 끓였다. 속으로는 한숨이 나오는데 티는 못내고..
감자를 채 썰어 볶을 때에도 나는 베이컨과 함께 볶는 것을 좋아했는데 집사람이 요라할 때 베이컨은 꿈도 안꾼다.

초기에는 가끔은 내가 먹고 싶은대로 먹자 하여 내 방식대로 상을 차리니 아내는 먹는둥 마는둥.. 나는 음식이 마음에 안들어다로 일단 입에 대기는 하는데 말이다. 아내 입장에서도 마음 먹는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니 어쩔 수 없었겠고.. 그 바람에 한동안 아내 취향대로 식단을 짜야했다.

한편으로 내가 잘 먹지 않는 과일은 왜 그리도 좋아하는지.. 그 바람에 나도 억지로 어느 정도는 먹어야 했고..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한결같은 반응. 아내 덕에 좋은 식습관 생기겠다고... 나도 딱히 반박은 못하겠는데.. 거참...

늦은 밤 괜히 주책이라도 떨고 싶었나보다. 낼 아침에 약간 얼굴이 화끈 거릴 듯..
IP *.142.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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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3.28 11:03:26 *.109.50.48
재동... 음...
주정치고는 괜찮은 주정이야...
할말을 다 하는데 밉지가 않거든...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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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2007.03.28 13:50:37 *.183.177.20
완전 공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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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2007.03.28 17:00:20 *.5.57.59
우리집은 반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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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3.28 17:07:09 *.72.153.12
어쿠 미안해요. 초대해 놓고, 순 풀만 대접했네. 예전에 한번 들었었는데 까먹었네요.
그나마 넘의 살 골뱅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다음번 초대엔 닭한마리 잡아아지 원. 미안시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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