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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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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8일 18시 42분 등록
저는 서른 일곱살에 결혼을 했습니다.자랑은 아니지만 서른다섯까지 연애한번 못해보았습니다.연애는 고사하고 여자와 단둘이 영화한번 못봤습니다.밥도 못먹었네요,어머니하고만 밥먹었습니다.하루 종일 있어봐야 ‘배고프다 밥줘요’ 라는 말밖에 모르는 서른넘은 자식과 매일 밥같이 먹은 우리 어머니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처음으로 밥먹고 영화보고(순서가 바꿨네요)영화보고 밥먹은 한 여자와 결혼을 하게되었습니다.제가 감격스러운 결혼을 하게 된 것은 인터넷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온라인 세상이 없었다면 아직도 저는 말없이 어머니와 저녁상을 마주하는 광경을 반복하고 있었을것입니다.

저물어가는 1998년도의 어느날 저는 할부로 컴퓨터를 하나 장만하여 가상세계에 접속을 하게됩니다.그리고는 모 싸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였습니다.딱히 친구도 없고 퇴근후 갈곳없는 저로써는 그것만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전화모뎀 연결음을 듣습니다.누가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었을까...접속을 해봅니다.댓글이 없으면 의기소침하여 한동안 글을 못올리고 댓글이라도(어떤 내용이건 상관없음)올라오면 힘이 났습니다.그래서 사흘이 멀다하고 글을 올렸습니다.별내용도 아니었습니다.신변잡기나 ‘예수는 모른다,서른에 죽어 서른다섯의 외로움’을 뭐 이런 유치하고 시시한 글들이었습니다.재밌다는 분도 있었고 별꼴이야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익명성은 저같이 소심한 사람도 쉽게 스스로를 개방할수 있게 합니다.그러다가 그 홈페이지 모임의 분들이 모임에 한번 나오라 꼬들겼습니다.나갈 용기가 없었지만 꼭 용기가 있어야 나갈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나가서 알게 되었습니다.그냥 나가면 되는것이었습니다.그 모임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습니다.첫인상이나 뭐하나 잘난 구석없는 저를 그나마 이쁘게 봐준 것은 제가 올린 글들 덕분이었습니다.제 글을 읽었기에 친근감을 느낄수 있었고 저라는 사람을 부담없이 대할수 있었고 잘알게 된것이지요.

인터넷은 저에게 많은 행운을 가져다 주었습니다.이제 또 하나의 행운이 기다리고 있네요,구본형번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를 알게된 행운만한 행운이 또 어디 있을까요? 표현력이 부족하여 멋진 말을 못드리지만 이곳에 와서 여러분의 글을 읽노라면 참으로 큰 행운을 얻은 복덩이임을 절감하게 됩니다.저의 행운이 결실이 될 수 있도록 끝없이 갈고닦아 나갈것입니다.
IP *.5.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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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3.28 20:02:19 *.70.72.121
맞아요. 당신은 복덩이. 탁월한 선택을 하신 당신께 행운이 넘치길...

한 가지 제안 드려요. 커뮤니티면에 (가칭)치어리더군단 발대식이 있을 예정인 것 같은데 동참해 보시면 어떨까요? 재미가 쏠쏠 하실거에요. 원래 "초"자 들어간 분들이 대단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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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2007.03.28 20:06:28 *.252.102.34
초심님, 너무 솔직한 글에 감탄했습니다.^^ 더불어 인터넷으로 인연을 만나셨다니, 저도 그 노하우를 배워야겠네요. 한 수 알려주세요. 사실 제 올해 목표 중에 하나가 결혼이거든요 ㅎㅎ 결혼이라기 보다는 인연을 만나는 것이지요. 세상에서 노력으로 안되는 제일 어려운 일임을 실감합니다. 인터넷이 그렇게 유용하게 쓰이다니... 아무래도 싸이질을 해야할까요? 저는 사실 귀찮아서 잘 안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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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29 01:15:41 *.140.145.63
저도 37살에 결혼을 했는데.. 반갑네요.. 그리고 결혼전에 저도 한참
온라인상에서의 로맨스를 꿈꾸었지요. 유브갓메일이라는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일이었죠. 비록 초심님처럼 결혼까지 골인은 못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행운을 저도 누렸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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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3.29 05:54:17 *.167.96.6
아마 67년이였을 겁니다. 당시는 군사정부시절이였지요. 학교에는 경찰 정보원등이 깔려 있어서 대학에는 토론조차 쉬쉬하는 시절이였습니다. 매일 대모, 반항적인 친구는 삼사일을 멀다하고 경찰서에서 호출하던 시절이 초심님의 글을 보며 생각이납니다.

난 그때 동아일보의 컬럼에서 정직하고 힘찬 기사를 보고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갔습니다. 그리고 기자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몸은 여위고 말도 제대로 할줄 모르는 약하고 순한 여인 같았습니다.

사람의 용기에는 외면의 활동에있는 이가 있고, 내면속에 있으면서 글로 표하는 힘찬 용기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하고 강렬한 용기일 것입니다.

님의 글에는 가식이 없고, 교만함도 없으며, 여리면서도 용기가 보입니다. 행복한 가정과 조화로운 사회 생활을 하실 것입니다.

"乘馬班如 求婚구 往 吉 无咎"
<글로서 연앨하여 부인을 만나니 일생 행복 할 것이며, 삶에도 허물도 없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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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2007.03.29 08:33:14 *.5.57.59
신문의 글을 보고 서울까지 올라가 신문기자를 만난 열정적인 젊은 시절의 초아선생님께 탄복하게 됩니다.^^저희 가정을 축복해 주신 말씀 한자 글귀와 함께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써니님 발대식이 오프인가요? ㅎ오프는 항상 두려움을 줍니다.치어리더 군단에는 일착으로 가입했습니다.응원은 잘합니다.오늘 아침 민방위 소집이 있어 갔다가 운동장에 서서 국민의례를 하고 애국가를 불렀습니다.잠이 덜깬 민방위대원들이 소리가 제대로 나올리가 없지요.제가 제일 큰소리로 불렀습니다.연구원 생활 응원 열심히 해드릴께요,

Alice님 살다보면 게시판에 글 많이 올리시면 자연스럽게 인연이 나타날것임을 장담은 하지만 보장은 못하겠습니다.ㅎ

이기찬단장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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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윤
2007.03.30 09:25:01 *.227.22.4
'예수는 모른다,서른에 죽어 서른다섯의 외로움'

아~ 이거 충격적인데요. 이런 멋진 글이라면 저도 홀딱 넘어가겠습니다. 그동안 해주신 좋은 말씀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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