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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2007년 4월 2일 19시 36분 등록
여기 제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모이신 여려분,
전 여기 모이신 분들과 5분 후에는 헤어져야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선 지끔 이순간까지 저는 그것이 저의 일이 아니길 바랍니다.

오늘은 제 생의 마지막 날이자, 35번째 생일입니다. 저는 아직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이 세상에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했읍니다. 태어났으니 살아있는 사람답게 제대로 사는 것으로 보답해야 하는데... 제 생을 그냥 흘려보내길 34년을 했습니다. 저 자신에게 이제 겨우 자유를 줄 용기가 생겼는데, 이제 겨우 제게 제 삶을 책임질 용기가 생겼는데.. 이제 겨우 가고싶은 길과 가야 할 길을 알고 걷기 시작했는데, 죽음은 이 여행을 마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장례식이 제것이 아니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죽음의 때는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먼저가는 불효를 제발 용서해 주세요.
슬퍼하지 마세요. 제 살아온 삶이 5분동안 안에 모두 생각났다가 사라지듯이, 여러분도 저를 그렇게 보내주세요. 그리고, 못다한 인연, 사랑은 남은 사람들과 나눠주세요.
여기 제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친구들 우리 부모님을 아버지, 어머니로 불러주시고, 손을 잡아 주세요. 당신들의 부모님처럼 아껴주세요.
아버지, 어머니 이사람들과 오늘 자식의 인연으로 맺어 죽은 저보다는 살아 있는 이사람들을 더 생각해 주세요.

내 동생 상수, 정희는 여러분의 형제자매가 될 것입니다. 지난번 가족의 죽음을 한번 겪어서, 그걸 헤어나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세요.

제 생애에서 하고 싶었지만 못한 것 하나, 미련이 남아 당부합니다.
영화야, 넌 내게 학교에 대한 꿈을 가장 오랫동안 들어온 친구잖니. 내 꿈노래를 가장 많이 들어왔잖니. 부탁한다. 내가 남긴 것이 있다면 그것들 처분해서 학교 세우는 데 써줘. 6개월에서 2년정도 시간을 내줘. 학교를 세워줘.

그리고, 부모님 제가 결혼해서 신랑과 같이 우릴 닮은 아들 딸 많이 낳아 잘 키우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한 거 죄송합니다. 몇년전에 멀리 살고 있는 꼬마하나 알게 되었는데, 케냐에 있어요. 제가 제때 결혼했다면 고만한 녀석의 아이가 있을 겁니다. 두분의 손자라 생각하시고 후원해 주세요. 20살이 되어 청년이 될때까지 후원 당부드립니다.

제게 주어진 5분의 시간이 다 되어 여러분과 같이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을 한분한분 안아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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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4.03 07:29:25 *.72.153.12
이것을 준비하는 동안,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일찍 못 가겠다란 생각이 늘 따라다녔었다. 그리고, 15년동안 키운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을 한번 경험한 부모님이 먼저 걱정되었다.

죽음 앞에 두려움이 없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매일 아침 새로 눈뜨는 기쁨을, 새로 태어나는 기쁨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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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4.03 22:14:23 *.48.44.248
그러고 보니 이번에 정화님 생일이었는데 선물도 못드리고..
케냐의 아이를 후원하시는군요. 저는 방글라데시 아이들이 있어요.
열심히 잘 살아서 더 많은 아이들과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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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묵대사
2007.04.28 14:24:38 *.177.93.249
우와~ 넘 멋진 5분 연설문입니다. 가상의 장례식이겠지만... 그래도 죽기 5분전이란 상황과 현장의 분위기를 정말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제가 그곳에 있었더라면 아마도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케냐 꼬마까지 잊지않고 챙기시는 모습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나눔과 베품의 삶을 사랑하시는 모습이 역역합니다. 멋지십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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