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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3일 15시 16분 등록
내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을 위한 5분 연설

저 세상 떠남이 슬프다면 우셔요. 마음껏 우셔요.
그러나 어머니, 어머니만은 제발 슬퍼하지 말아주셔요.

알고계시잖아요. 너무도 잘 알고 계시잖아요.
제가 이 세상 떠나가는 것이 새털같이 가볍다는 것을

마음이 설레 이고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뭐라고 말하죠?
무슨 말을 먼저 하죠?

보고 싶었다고 말할까요.
그리웠다고 말 할까요?

지금에야 말씀드리지만
어머니.
동생이 떠난 후 저 정말 힘들었어요.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잊으려고, 잊어 보려고 겨울밤 찬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또 달려도 그 슬픔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아시죠?
제가 어머니 앞에서만은 꿋꿋하고 당당하며
언제나 그 자리에, 당당하게 나아가려고
안간힘을 썼다는 것을.

사랑하는, 그리고 생각만 해도 가슴 저려오는 내 가족

당신 사랑해요. 정말로 사랑해요.
언제나 변하지 않는 그 미소.
다정한 말. 따뜻한 포옹

그 느낌, 그 온기. 고스란히 담아 고이 간직할게요.
눈물을 닦아요.
우리 서로 많이, 그리고 정말 많이 보고 싶겠지만
그러나 우리 포근한 미소로 서로 ‘안녕’이라고 이야기해요.
다음에 만나자고 이야기해요.
당신 정말 사랑했어요.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사랑하는 나의 딸들아.
미안하다.
그리고 많이많이 사랑 한다.

우리가 나누었던 그 미소들
너희가 엄마, 아빠에게 보내주었던 그 달콤한 말들
기억하리라. 기억하리라. 영원히 기억하리라.

언제 어디서나 지금 모습 그대로
당당하고 따뜻하며 지혜롭게
행동하는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길 바라며
서로 돕고
항상 함께하는 자매가 되길
부탁한단다. 나의 딸들아.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나의 말이 따뜻한 향기가 되어 너희들 가슴 가슴마다
꽃이 되어 나비가 되어 사뿐히 내려앉아야 되거늘

나의 말이 가시가 되었다면
나의 말이 너의 작은 가슴에 상처가 되었다면
용서 하려무나. 용서해 주려무나.

여기 모이신 마음 따뜻한 분들이여.

나 떠남이 있기에 당신이, 나의 가족이
그리고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보석처럼 빛납니다.

사랑합니다.
안녕을

2007. 03.31 최정희
IP *.114.5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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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4.03 22:30:09 *.48.44.248
모습이 역시 글처럼 단아하시고 목소리 또한 공명이 있으셔서 내공이 깊으신 분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글도 역시 그런 느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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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근
2007.04.05 09:35:18 *.234.126.84
제자들에게 쓰신 글들이 저를 반성케 합니다. 강하게, 단단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무척이나 많이 아픈 말들을 쏟아 놓곤 했었는데, 저도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변화되어야 하겠습니다. 어떤 분인지 정말 한번 보고싶네요. 앞으로 댓글지기로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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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묵대사
2007.04.28 15:20:37 *.177.93.249
우와~ 정말 가슴이 찡~ 합니다. 글이 넘 좋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글속에서 리듬을 찾았습니다. 살아있는 글처럼...^^ 제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씀은 좀 어울리지 않습니다. 스승이 아무리 잘 가르치면 뭐합니까? 배우는 제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임을 생각해볼때, 미안하다는 표현은 좀 낯설어 보입니다. 정말 글이 살아숨쉬고 있는것 같아서 읽으면서 장단을 맞췄답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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