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옹박
  • 조회 수 1879
  • 댓글 수 8
  • 추천 수 0
2007년 4월 3일 22시 50분 등록

‘아……
어떻게 된거지? 몸이 이렇게 가벼울수가.. 하늘에 떠있는 기분이야..
저건 누구지? 늘 보던 얼굴인데.. 늘 거울 속에서 보던 얼굴… 나구나!
내가 죽은거야? 뭐야! 내가 정말 죽은거야?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친구들이 하나씩 보인다.. 모두 눈시울이 빨갛네..
광영이 자식, 그래도 와 주었구나. 고맙다. 녀석, 너 참 멋졌다. 너 때문에 내가 많이 변했지.. 한 걸음 도약했어. 고맙다 친구야.. 너에게는 정말 고맙다는 말밖에는 못하겠다. 네가 그렇게 모범적인 모습으로 내 옆에 늘 있어주지 않았다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서른살에 죽으면서 후회스럽지 않은 것이 있다면 널 만난거야. “울지마”

영덕이형. 울지마요.. 나 아직 안갔어요. 지금 형 옆에 이렇게 있는걸. 아직 하늘나라 따위 보지도 못했는걸. 형, 무뚝뚝하고 세상에 미련없는 듯 보이지만 형은 누구보다 세심한 사람이에요. 늘 씨익 하고 웃는 모습이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죠. 형 미안해요! 카네기 들어오고 형 힘든줄도 몰랐어요. 지난번에 형 발표했을 때, 그제서야 형 많이 힘들었겠다 혼자 속으로 속상해요.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요..

태형이형, 덕수야.. 정말 우리 함께 잘 놀았죠? 사람사는 곳 같지 않던 학교에서 그래도 우리 참 의리있게 살았어요. 형, 고마워요. 늘 믿어주고 ‘승오는 뭐든 잘할꺼야’라고 말해주어서. 형 덕분에 우쭐해지기도 했지만 언제나 과감하게 결단내릴 수 있었어요. 윤형이 크면 삼촌 해주고 싶었는데, “내가 너네 아빠 때문에 사람됐어.”하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나중에 우리 아들이랑 친한 친구하라고.. 동생 잘 돌봐 달라고 눈 맞추며 꼭 말해주고 싶었는데.. 덕수야.. 우리 덕수. 참 착한 동생이었다. 동생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늘 웃겨주고 양보해주고 따뜻하게 감싸주고.. 늘 네가 형같았어. 형은 정말 너를 통해 많이 배웠다. 사람 냄새 좋아하게 되었어. 짜식. 네가 제일 많이 울줄 알았다. 덕수야. 난 너보다 사람다운 사람을 보지 못했어.

재열아, 영균아, 영수야. 호권아, 일용아.. 친구들아.. 나 괜찮아. 너네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준 것으로 나는 이미 행복한걸. 고맙다 친구들아. 늘 나만 먼저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인데, 좋아해주어서. 진심으로 대해주고 사랑해주어서. 나 정말 후회된다. 왜 나만 챙기느라고, 내 마음만 들여다보느라고 너희들에게 진심으로 관심가져주지 못했을까. 왜 그랬을까. 정말 내가 왜 그랬을까!!

꿈벗들.. 연구원들.. 이 좋은 사람들! 당신들을 만나 정말 행복했어요.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란 걸 깨닫게 해 주어서.. 이렇게 다양하게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심시켜 주어서.. 짧았지만 강한 만남이었어요. 승완이형. 형이 제일 많이 울 줄 알았다. 형은 눈물이 너무 많아. 고추 떼라. 남자가 나보다 눈물 많은 사람 첨봤다. 형 힘내요. 아니, 자신감을 가져요. 형은 나를 두근거리게 한 사람인걸. 내가 정말 외롭지 않다고 느끼게 해 준 사람인데, 형 왜 자신 없어해요. 형은 내 작은 영웅이에요. 꾹참고 힘내요. 정말 형을 믿어도 돼요. 민선이 누나, 형 잘 챙겨줘요. 얼마전에도 많이 울었어요.. 좋은 사람이니까 결혼해요.. 재동이형, 윤섭이 한번 꼭 보고 싶었는데, 초코렛 케잌 사 들고가서 윤섭이 안고 얼르고 달래고 해 보고 싶었는데.. 형 덕분에 느긋함을 배웠어요. 병곤이형, 나 아는거 하나 없는데 높게 평가해주어서, 접때 케이블TV 인터뷰로 전화해주어서 고마웠어요. 형, 사부님이 형 진짜 좋아해요. 형 책 받을 때 사부님 표정.. 하늘나라 가서도 잊을 수 없을거에요. 꿈벗들.. 말을 길게 할 수가 없어요. 모두모두 너무 고맙고.. 부러워요. 사부님 잘 모셔주세요..

사부님, 사부님.. 고마워요. 저 진짜 사부님 때문에 사람됐어요. 눈 이렇게 되었을 때 사부님 책 한권으로 제가 얼마나 행복했는 줄 아세요? 얼마나 많이 울었는 줄 아세요? 어둠속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죠. 한줄기 빛이 나를 비추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빛을 좇아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사부님을 겨우 만났는데, 이제서야 사부님에게 가까워졌는데.. 나 정말 오랬동안 사부님 좋아했는데. 결혼할 때 꼭 주례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부모님께 사부님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제 스승님이라고, 이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오랫동안 꿈꿔왔던 사부님이라고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제 첫 책 드릴 때 사부님 표정 꼭 보고 싶었는데. 몇 번이고 사부님 두 팔에 안고 싶었는데.. 먼저 가서 죄송합니다! 사부님 ‘옹박아, 보면 좋다’, ‘네가 점점 좋아지는구나’라고 말해주어서 찔끔 눈물났어요. 사부님 앞에 서면 항상 어린아이 같았는데, 그래서 눈도 잘 못마주치고 곁눈질로 보았는데.. 훌쩍 커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사부님 제자 한 명 제대로 키웠다고 뿌듯해하게 해 드리고 싶었는데.. 그래도 사부님, 정말 만나서 좋았어요. 세상에 이런 향기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어서, 내가 되고 싶은 바로 그 사람이 옆에 있게 해 주어서 감사했어요.

초아선생님, 선생님 오실 줄은 몰랐어요.. 저 참 예뻐해 주셨죠. 쿠사리도 많이 줬지만, 애정이 넘쳤어요. 그 마음속에서 계속 뛰놀고 싶었는데.. 아빠에게 어리광 부리듯 가슴에 안기고 싶었는데.. 다음 생에서도 ‘바다의 노인’하면 선생님이 생각날꺼에요. 받은만큼 베풀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해요. 잊지 못할꺼에요. 선생님의 전폭적인 믿음을, 아무것도 아닌데 크게 봐 주신 것을.. 맞춤법 틀린 것 가끔 키득거렸어도, 선생님 글이 참 좋았어요. 글보다 선생님 마음이 더 좋았어요. 마음보다 선생님 눈빛이, 포근한 품안이, 냄새가 좋았어요. 저를 잘 모르시면서, 누구보다도 믿어주고 예뻐해 주셔서 고마웠어요..

귀자야. 너 어떡하니.. 나 마음이 너무 아파.. 아프다 젠장. 그래, 나 참 너한테 못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사람을 이제야 만났는데, 매일 기도하던 사람이 이제 내 옆에 섰는데, 막상 만나니까 너무 편해서 잘 못한거 있지.. 귀자에게 많이 미안해. 귀자는 이미 어른이라고, 마음 알꺼라고, 잘 해주지 못했어. 가슴이 아파. 울지마라. 눈물 뚝 그쳐… 이제야 차이를 인정했는데, 감사하고 살 수 있게 되었는데.. 집에 바래다주고 싶었는데, 언젠가 햇살 좋은 날 네 앞에 무릎 꿇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매일 사랑하고 싶다고 청혼하고 싶었는데, 햇빛을 듬뿍 담은 예배당에서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라고 서약하고 싶었는데.. 나 너 불쌍해서 어떡하니. 행복을 옆에 두고도 보듬어주지 못한 내가 불쌍해서 어떡하니.. 이상하다.. 너랑은 다음에도 또 만날 것만 같아. 순한 귀자 비누 냄새에 이끌려 또 만날 것 같아. 고맙다.. 오빠 칭찬 많이 해주고, 영웅대접 해 주어서. 한순간을 영원처럼 만들어 주어서. 꼭 나 같은 사람을,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누구도 사랑해보지 않은 것 처럼 사랑하게 해 주어서.. 마지막 기간을 풍부하게 해 주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귀자야, 사랑해..

부모님? 우리 부모님 어디 있어? 저기 저 오열하는 사람들..? 엄마! 아빠!
이게 모에요. 빨리 성장해서 호강시켜 드린다고 큰소리 뻥뻥 쳤는데. 왜 여기 계신거에요. 이게 모야.

엄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항상 내 옆에 있었는데 이젠 멀리 떨어져 보여.. 아… 아빠, 아빠 그런 모습 처음 봐.. 아빠 안울잖아요. 아빠 강한 사람이잖아.. 울지 마세요. 울지마세요

요새 엄마 어깨가 너무 좁아보여, 아빠 뒷모습이 너무 힘없게 느껴져 많이 울었어요.. 특히 아빠 돌아가실까봐 많이 걱정했어요. 엄마, 아빠. 그 때 김안과 아들 실명한다는 말 듣고 많이 놀라셨죠? 그 때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져요. 정말 죄송해요! 그 날 당신들 얼굴 보는게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자꾸 다른 곳 쳐다봤던 거에요. 그렇게 한 번 잊혀지지 않는 상처를 드렸는데, 이젠 제가 먼저 가니, 가슴에 못을 박았네요. 어머니, 아버지..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런 생각 들면서 막내아들 철들었고, 그래서 해 드리고 싶은 것이 많았어요..

한번도 아들 뜻 꺽으신 적 없으시죠. 아빠는 늘 “네가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하면서 살거라”고 말했어요. 그 때 아빠 편지 받고 얼마나 울었는 줄 알아요? 이제 알았어요. 세상에는 그런 부모가 별로 없다는 걸. 곧은 길 가던 아들이 때려치고 험한 길 간다할 때 ‘믿는다’고 말해주는 부모 세상에 없다는 걸. 한 번도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걸. 아빠 고집스런 모습에 참 모질게 대했어요. 그런데도 아들한테 끔찍하셨죠.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아빠, 몇일전에 기도했어요. 아빠가 중국에서 전화했을 때, 아들 덕분에 평생 못가볼 곳도 가보고 고맙다 했을 때.. 아빠 무서워하고 있는 거 알았어요. 몇 년간 매일 집에만 계셨으니 밖으로 한 걸음 내딛기 힘든 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무슨 중국 여행이 재미있었겠어요..? 아빠, 아들 실망하지 않게 말한거 다 알아요. 바보같이.. 그래서 기도했어요. 이런 부모님 오래 살게 해 달라고. 그래서 땅끝 어디든 안가본데 없게 해 달라고.. 이제 아들 걱정 말고 푹쉬게 해 달라고…

엄마, 아빠.. 아기는 자기 부모를 선택해서 만난대요. 또 다시 하늘에서 엄마 뱃속으로 올께요.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IP *.112.72.193

프로필 이미지
향인
2007.04.03 23:00:40 *.48.44.248
이 글이었구나..그랬구나..
처음에 옹박을 봤을때 심성이 고운 청년이란 생각을 했었지.
오래 살아라.끝까지 가서 행복해지길 바래.
프로필 이미지
교정 한정화
2007.04.04 05:33:15 *.72.153.12
에구 또 눈물이....

죽음을 앞에 두니 삶에 우선순위가 몽땅 새로 바뀌어 버리더라.
그동안 누구누구땜에 속상했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더 사랑하지 못한 것만 그렇게 안타깝더라구.
프로필 이미지
한명석
2007.04.04 08:10:34 *.198.108.189
참, 대단한 감정이입이예요.
아름다운 청년, 옹박... 보기좋아요.
건강 신경쓰면서,
천천히 나아가면,
반드시 목표한대로 이루어
원조 옹박을 제치고 당당한 브랜드로
우뚝 서리라 믿어요. ^^
프로필 이미지
김도윤
2007.04.04 15:42:56 *.249.167.156
그래.. 이렇게 제대로 죽었으니, 몸이 아플 수 밖에..
다 나으면, 또 훌쩍 커 있겠구나^^
프로필 이미지
옹박
2007.04.05 05:53:33 *.112.72.193
모두들/ 아.. 이번에 저도 참 놀랬습니다.
쓰면서 눈물이 많이 나긴 했지만, 읽으면서 그렇게 대성통곡 할 줄은..
이번에 글 쓰면서 참 좋은 교훈을 얻었어요.
자의식에서 홀가분한채 감정의 흐름을 따라 쓰는 글. 아무리 감상적이라도 마음의 울림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론 필 꽂힐때 홀가분하게 컬럼 써야겠어요.
격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부지깽이
2007.04.06 08:16:10 *.128.229.88
좋다. 치장이 없다. 사치스러울 때는 단번에 삶의 핵심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 삶의 핵심- 죽음으로 가야한다. 강은 바다와 겨룰 수 없고, 바다는 우리가 이르는 곳이다. 강이 아름다운 이유는 흐르기 때문이다. 그 흐르는 시간, 그것이 삶일까 ?
프로필 이미지
옹박
2007.04.06 09:14:59 *.218.205.128
아.. 사부님 오늘 전화 주셔서,셔서 감사해요.
시간 보니, 이 글 보시고 조금 있다 전화주셨네요.. 저 배탈이 심하게 났었던 것 같아요. 저도 무리해서 몸살난 것인 줄 알았는데..
대학교때처럼 무리해서 하지 않겠습니다. 건강 챙기면서 습관으로 만들께요.

강과 바다.. 삶과 죽음,
흐르기 때문에 아름답다. 결국 바다가 없다면 흐르지도 않는군요. 음..
프로필 이미지
진묵대사
2007.04.28 15:26:48 *.177.93.249
우와~ 웃다가 울다가...^^ 글의 전반부는 아주 장난기가 발동한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후반부 부모님께 드리는 말씀에서는 눈시울을 머금게 하는군요. 글이 넘 좋습니다. 표현력이 무척 노련합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한가지, 5분후에 죽는다는 상황이지 지금 죽어가고 있다는 상황은 아닐텐데... 첫부분이 막 죽어가고 있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네요. 그러나 웃으면서 이해했습니다...^^ 화이팅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78 하루 - 04/07 [5] 신재동 2007.04.08 1570
1577 오늘 저녁에는 무얼 먹을까. [6] 好瀞 김민선 2007.04.08 1887
1576 자원 봉사에 대한 그림자 임금 [5] 한정화 2007.04.08 2417
1575 [5]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새로운 인식의 틀) [5] 써니 2007.04.08 1570
1574 내 아내 김사라씨의 연봉 계산해 보기 [5] 최정희 2007.04.08 1870
1573 우리 모두 예외일 수 없다. [6] 香仁 이은남 2007.04.07 1559
1572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방법 [13] 鎡山 오병곤 2007.04.07 6170
1571 친구이자 스승으로 뜨겁게 [8] 옹박 2007.04.06 1690
1570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한다. [7] 余海 송창용 2007.04.06 2878
1569 텃밭에 모종심기....기적의 흙마당 [3] 김나경 2007.04.05 2179
1568 [26] 빠꾸 도! (사량도와 중년의 그녀가 빚은 솔잎막걸리) [4] 써니 2007.04.05 2469
1567 재능찾기 도구 - 갤럽의 StrengthsFinder [6] 이기찬 2007.04.05 3316
1566 <01>마음엽서..풍경이 바라 본 마음 [8] 이은미 2007.04.04 1558
1565 풍류를 아는 것 [11] 김귀자 2007.04.04 1876
1564 어제 책을 받고 [5] 초심 2007.04.04 1876
» 서른살, 죽음 앞에서 [8] 옹박 2007.04.03 1879
1562 장례식 연설 [3] 香仁 이은남 2007.04.03 3006
1561 Retreat [3] 우제 최정희 2007.04.03 1744
1560 어느 청년, 죽음을 갈망하다~! [3] 賢雲 이희석 2007.04.03 1813
1559 전략탐색 & 전술운영 [2] 백산 2007.04.03 1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