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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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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 수 0
2007년 4월 4일 11시 50분 등록
풍류는 우아하고 멋스런 정취,

성공에 잠식되는 분잡한 삶에서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 삶을 맛볼 수 있는 마음이다.
이는 분위기로 우러나온다.

노는 것은 누구나 좋아하지만,
즐겁게, 잘 놀 줄 아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이는 돈과도 상관없고 그의 끼와도 상관없다.
함께 그 맛과 멋을 나누는 데 있다.

풍류를 바람에 비유하여 세가지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시원함'이다.
요샛말로 '쿨하다'와 통하는데
질펀히 놀고도
뒤끝없이 마무리지을 수 있는 경지다.
누구와 어울려 놀아도
잘 섞이고, 눈에 띄이기에 환영받는다.
그러나 풍류객 사이에선 아직 하급이다.

두번째가 '훈훈함'이다.
흔히 '인심좋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경지다.
이 사람은 혼자 나서서 재밌게 놀기보다
다른 이들과 함께 놀 기반을 조용히 마련한다.
술 값도 잘 내고, 뒷바라지를 잘하지만 결코 티를 내지는 않는다.
이런 이들과 함께 하면
돈이 있건 없건 모두가 즐겁다.
이를 중급이라 할 수 있다.

세번째가 '맑음'이다.
이 사람은
상대를 좋아하는 내 마음 자체를 즐거워 하기 때문에
대상에 집착하지 않는다.
현실적 이득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즐기며
기꺼이 상대의 후원자가 되기도 한다.
상대로 하여금 마음으로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
그와 함께 하면 그 순수한 마음에 취해
어울리는 이들이 마음으로부터 즐거워진다.
가히 풍류의 고급이라 할 만하다.



얼마전 사량도에 가서 나는 한 풍경을 보았다.

보름이 될랑말랑한 달빛 아래,
작은 배 위에선 여럿이 어울려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는 중년의 사내였다.

"나는 달이 좋아."
그는누워서 달을 보기도 하고,
앉아서 보기도 하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보기도 했다.
"나는 사람이 좋아."
와~~신나게 소리지르며 박수치기도 했다.
달빛아래서 스스로 취해버렸다.
그의 취한 모습에 다른 이들도 더불어 취해버렸다.

그의 풍류는 '맑음'
상대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즐기고 있었다.
그 마음이 다른 마음과 같이 노니기에 그 자리는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이곳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풍류의 고수들이 꽤 많이 포진하고 있다.
그래서 즐거운 곳.
변.경.
IP *.252.3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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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4.04 13:28:43 *.248.117.3
잘 놀다가는 게 인생 아니더냐?
아주 시원하고 맑은 글이다.
입가에 미소 띤 귀자의 얼굴과 오롯한 마음이 보인다.
그대도 가히 풍류의 고수임을 변.경.이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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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4.04 15:41:31 *.249.167.156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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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04 16:21:52 *.70.72.121
어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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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4.04 17:58:10 *.109.50.48
멋지군... 더 멋지게 변하는 군,,, 부럽군....
겨울이 보람이 있었군... 축하하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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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4.04 18:19:02 *.112.72.193
변.경. 이 모야?
ㅎㅎ 사부님이 그랬단 말이지?
얼레리꼴레리~ 사부님도 ... 떼야겠다. ㅋㅋㅋ
요즘들어 부쩍 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지. 트렌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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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7.04.04 18:22:23 *.219.66.78
공감간다.
변.경 => 변화경영 연구소 (센스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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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4.04 20:29:04 *.202.137.101
옹박이 그걸 모르겠냐?(센스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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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4.05 12:32:57 *.55.54.44
병곤형, 저 몰랐어요.. (센스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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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2007.04.05 18:20:03 *.149.18.213
다들...ㅡ.ㅡ (센스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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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07.04.06 07:41:32 *.128.229.88
달도 좋았는데, 베개도 특별했다. 제주도 아이랑 좌우 대칭으로 나누어 베고 누었는데 달이 은은하고 물결에 뗏목이 너울져 인간세상이 아닌 듯 했다. 포항 사내 어당팔과 밝은 써니가 신나서 뭐라 떠들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낚시대 드리운 그림자 정다운데 젊은이들 웃음 사이로 한선생 소리 들리고, 그날 사량도 앞바다는 곱기도 했지. 자연만 있어도 더불어 즐기기 어렵고 사람만 있어도 무미하다. 그날 그곳은 소리와 빛깔과 향기로 무찔러 오는구나. 돌이켜 보니 그 봄 밤이 그렇게 좋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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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2007.04.07 05:04:52 *.102.142.177
물결에 뗏목이 너울지고,,,
바다가 곱기도 했고...
소리와 빛깔과 향기로 무찔러 오기도 하고...

사부님, 말이란 게 쓰기에 따라
그렇게도 멋들어 질 수 있네요.

그렇게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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