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김나경
  • 조회 수 2185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7년 4월 5일 19시 11분 등록
사월이 되었다.
아이들의 숲에서 지낸지 한달이 지난 셈이다.
오늘은 텃밭에 가서 아이들과 모종을 심고 왔다.
우리 텃밭은 금정산 자락에 있다. 텃밭 옆 에는 작은 흙마당도 있어서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 수 있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참으로 진정으로 “오래된 미래”를 떠올리게 된다.
내가 저 아이들만 할 때 부산 변두리였던 우리동네에서 우리는 어른들 없이 날마다 나가서 저렇게 뛰어놀았는데.... 싶어진다.
그리 깊지 않은 도시 변두리 산에서 우리는 날마다 뛰어 다녔다.
우리 아이들의 숲 텃밭이 그렇다. 아이들은 이제 그곳에 가는 길에 익숙해졌다.
많이 자유로와졌다.
내 역할은 무언가... 저렇게 자유로와진 아이들의 옆에서 내가 하는 일.

내가 있는 방과후교실은 근처가 모두 상가들이다.
대학 후문 근처라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문을 나서면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들.... 그 속에 우리 아이들의 숲이 있다.

우리 텃밭은 기적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방과후에 오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다니는 초등학교 앞은 또 한편의 드라마다.
작년 가을부터 철거가 시작되어 지금은 교문을 나서자마자 철거현장.... 휑한 너른 벌판이다.
멀쩡한 동네, 멀쩡한 집들을 부셔서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선것이다.
학교와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텃밭 가는 길을 그 학교앞 철거현장을 옆으로 해서 오분만 걸어올라가면 감나무집을 만나게 된다. 오늘은 그 길가에서 한창 벚꽃이 기다리고 있었다.
감나무집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소나무숲에 들어서기전에 상수리나무들이 서 있다. 작년 가을에 떨어진 이파리들이 기분좋게 누워있다. 작은 고갯길을 기분좋게 해준다.

고갯길을 넘어서면 바로 텃밭이 있다.
대나무숲이 양쪽에 있고 작은 약수물 받는 곳이 있고 작은 개울도 있고 무엇보다 좋은 건 흙마당이 있다는 거다.
마을 어르신들이 가꾸시는 밭들이 줄지어 있다.
탁 트인 곳에서 내려다 보면 도시의 빌딩들이 멀지 않아 보인다.
오늘은 그곳에 고추와 가지와 방울토마토를 심고 왔다.
조금 높은 곳이라 아직 모종하기에는 이르다고들 하셨다.
그래도 무사히 자라기를 기원하면서 심고 돌아왔다.
다음 주에는 남은 자리에 상추, 쑥갓, 열무... 이런 것들을 심을 작정이다.

아이들은 열심히 물을 길어와서 물을 주고 또 어떤 녀석들은 흙마당에서 훌라후프를 하기도 한다. 어떤 녀석은 물 양동이에서 발견한 올챙이들을 집에 데려가서 키우겠다고 종종거리곤 한다.
약수물 받는 자리옆의 흙마당은 어르신들께서 운동하는 곳이다. 운동기구는 훌라후프가 전부다. 낡은 의자 서넛이 있다.
우리 방과후 교실은 상가건물이라 아이들이 마음껏 뛸 수가 없다.
집에서도 늘 아파트 아래층 눈치 보느라 전전긍긍 이곳에서도 그렇다.
그러니 그 흙마당이 얼마나 소중한지....

작은 개울도 있다. 얕게 흐르는 물을 따라 아래쪽 위쪽으로 바위를 타고 오르내린다.

아이들은 자란다.
아이들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서 더 많은 걸 배운다.
나는 내 안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나를 붙잡는다.
나는 그저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
가능하면 그들의 눈에 띠이지 않기를 바란다.
IP *.255.152.165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7.04.05 20:20:17 *.70.72.121
아니요, 잘 가르치려 애쓰셔야 해요. 늘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 줘야 하고 행여 부족함이 없도록 살피셔야 하며 언제든 회초리를 들고 그릇됨을 일러줘야 하고 항상 건강하게 지켜줘야 해요.

사부님과 잠깐의 모임을 가져도 짧은 여행을 해도 안 보시는 척 다 꽤뚫고 마음이며 몸이며 다 살피셔요. 이 나이가 되도록 말이지요.

남쪽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었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네요.
벌써 한 달이나 되었다니 장하시고 또 즐거움과 행복이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나경님 곁을 파고 드는 것 같아 참 보기 좋으네요. 그나저나 매일 매일 물을 주고 항상 바라봐 줘야할 텐데 언제 다 하실려는지 조금 걱정이 되어요. 여름엔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줘야 할 거에요. 잘하셔요. 가능하면 어머니들이 돌아가며 도울 수 있도록 많이들 참여 시켜보시고요. 지금처럼 계속 하신다면 분점도 내야 할 거에요. 화이팅!
프로필 이미지
mytour
2007.04.06 07:51:48 *.55.214.10
참 행복한 모습이시네요.
저번에 읽은 글도 좋았는데 이번의 글은 더 좋은 것 같아요.
아직 사월의 초반이라 채소들이 자라기에는 무리입니다.
가능한 사월말이나 오월초에 심는 것이 좋은데요.
참고로 튼튼한 녀석들로 키우시려면
상가근처에 한약방이 있으면 한약 내린 후 남은 찌꺼기를 먼저
거름으로 주시는 것이 좋아요.
그냥 심은 것보다 많이 더 좋거든요.
저희가 해본 경험입니다.
그럼 행복한 글들 앞으로도 쭈~~욱 부탁드려요.
프로필 이미지
김나경
2007.04.06 20:04:32 *.255.152.165
써니님, 언제 남쪽에 오시면 꼭 들르세요~ 반갑게 맞아드릴께요^^
엊그제 거름을 하긴했는데 ... 지구온난화땜에 좀 일찍 심긴했는데 ㅎㅎ 날마다 들러서 열심히 돌보겠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79 딸기밭 편지 14 / 학교 file [1] 지금 2010.03.25 2201
1578 7기 연구원 1차 레이스 4주차에서 저는 멈춥니다 ^^ [5] 이현정 2011.03.14 2201
1577 <변화학 칼럼1> 당신은 왜 여기에 서 있습니까? [7] 문요한 2005.03.28 2202
1576 딸기밭 사진편지 36 / 위로 file [2] 지금 2010.06.04 2202
1575 [7기] 관계란 무엇인가? 이루미 2011.02.27 2202
1574 [7기지원] 2주. 관계란 무엇인가? [3] 강훈 2011.02.28 2202
1573 [8기예비_학이시습]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10] 학이시습 2012.03.05 2202
1572 스스로 만드는 답 [5] 유관웅 2004.12.28 2203
1571 매일쓰기39 : 말 한마디가 약자들에게 큰 힘이... [7] 인희 2010.08.22 2203
1570 딸기밭 사진편지 88 / 9월 3일 file [2] 지금 2010.09.04 2203
1569 매일쓰기44 : 대인관계에서의 진정한 마음 씀씀이 [1] 인희 2010.08.27 2204
1568 그가 먹는것과 읽는 것이 그사람이다 [2] 김나경 2007.09.10 2205
1567 <10기 레이스 4주차 칼럼> 소통, 배려가 담긴 널뛰기 놀이 file [7] jieumjf 2014.03.03 2205
1566 [영원의 시 한편] 행복해진다는 것 정야 2014.12.26 2205
1565 [예비 7기] 1주차_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2] 김서영 2011.02.21 2206
1564 너에게... 김세화 2005.03.28 2208
1563 [오리날다] 변덕쟁이 우후훗! file [6] 김미영 2010.02.12 2208
1562 하동에 1박2일 아이들과 함께 다녀올게요. [4] 윤인희 2010.03.12 2208
1561 인터뷰놀이 시나리오 ver2.0 윤인희 2011.05.28 2208
1560 ---->[re]전 아직.. [1] 용성이.. 2003.07.01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