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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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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8일 09시 31분 등록
내 아내 김사라 씨의 연봉 계산해 보기

2007년 4월 급여명세서 성명 : 김사라
급 여 내 역

본 봉 1,685,588
가족수당 123,000
시간외 근무수당 246,257
교통보조비 100,000
정근수당 125,000
특별업무수당 528,000
급식비 70,000
지급금액 2,877,845

세 금 내 역
소득세 148,500
주민세 14,850
세금총액 163,350


공 제 내 역
퇴직적립금 123,000
건강 보험료 73,286
과별친목회비 10,000
공제총액 206,286

실 수령액 2,508,200

김사라.
1973년생 박영식의 처 모(某)기업 특수업무지원과 근무, 결혼 전 대기업 근 무경력과 합산하면 직장경력은 총 10년 5개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딸,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딸, 그리고 이제 막 세 돌 지난 막내 아들 녀석과 함께 거실에서 색종이 접기를 하고 있는 제 아내의 이력입니다. 평소 때같으면 벌써 두 세 번의 고함소리는 족히 나왔을 법 한데 아직은 조용한 것을 보니 내일이 주말이 맞긴 맞나봅니다. 하기야 저의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곧 알게 되겠지만 벌써 한 시간 가량을 저러고 있으니 글쎄요. 아무튼 조금 더 기다려 보아야겠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이었던가요?
저, 친구들에게 소주 한잔 샀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이였던 셈이죠.
녀석들 말로는 처녀 같은 마누라와 같이 산다는 이유를 만들어댔지만 속내는 위의 ‘명세표’에 대한 부러움이라는 것을 제가 모를 리 없습니다. 하기야 부러울 만도 하지요. 보시다시피 실 수령액이 2,508,200원이면 꽤나 많은 편에 속하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2,3개월마다 한 번씩 나오는 상여금까지 합한다면 .......

아무튼 여기까지 해 두겠습니다. 우쭐한 기분에 상세히 써 내려가면 매달 소주 값은 제가 지불해야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아내 이야기가 나오니 제 입이 슬슬 간지럽기 시작하네요. 팔불출이란 소리 듣기 딱 입니다만, 여러분께서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들어주신다면야 ......

사실은 지난 해 제 아내, 엄청난 탈세를 했습니다. 합법적인지 비합법적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저의 단순한 판단으로는 탈세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2006년도 총수입이 계산상으로는 8340만원, 그러나 종합 세금은 98만원 가량을 냈으니 탈세가 맞긴 맞는 거죠?
“아니, 아무리 상여금이 많다손 치더라도 위의 명세표로 판단해 보건데 웬 연봉이 8340만 원이야. 허풍도 칠 곳에서 쳐야지.”
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시는 것이 당연하십니다. 저도 사실은 아내의 수입에 대해 깜짝 놀라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러니까 작년 11월 말쯤이던가요?
아내가 너무도 지쳐 보이고 힘들어하였습니다. 평소에 워낙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전 바짝 긴장하였죠. 아내의 건강이 걱정되었다기보다는 또 직장을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할까 봐무척 조심스러웠습니다.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아내보다 2살 위이지만 연봉은 아내의 85%정도, 아내에게는 이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숨긴다고 숨기고 있지만 모를 리 만무하겠지요. 저는 조심스럽게 아내의 심중을 떠 보았습니다. 가슴 떨리는 것이야 숨길 수 있었지만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은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소주 두 잔으로는 어림도 없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아내의 답은 정말 생각 밖이었습니다. 제가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아내는 ‘나는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아님 무능한 것인가’라는 약간의 철학적 냄새가 풍기는 일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요. 큰 딸이 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챙겨야 할 일도 더 늘었고, 생각 같아서는 매주 토요일 한 번이라도 학교 ‘자율 교통 지도 봉사대’에서 활동하고 싶은데 마음뿐이랍니다. 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생각지도 않은 약속을 그 자리에서 하고 말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내 새끼들과 하루 한 시간 같이 놀아주는 것, 할 만 한 일 아닙니까?
그날 밤, 아내와 전 ‘일의 효율성을 위하여’라는 명명하에 아내가 하고 있는일, 그리고 그 중에서 꼭 해야만 하는 일, 등 몇가지로 나누어 보고 ‘합리적인 시간 관리’에 대해서도 제법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긴장하십시요. 저도 새삼스럽게 가슴이 막 두근거리네요.
말이죠, 전 제 아내의 실제 연간소득이 엄청나다는 것 알았습니다..
상상 밖의 엄청난 수입이었죠. 처음에는 그 무서운 정부의 세금추징 문제로 입을 꾹 닫고 있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오늘 이야기가 나온김에 다 풀어놓도록 하죠.. 정부에서 세금 추징한다면 당당하게 내면 되지 뭐 그렇게 떨 것 까지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러면 지금부터 제 아내 수입원을 하나하나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주식회사 특수업무지원과 팀장 연봉 : 4,380 만원
2. 시어머니 김팔순, 남편 박영식 큰 딸 박도담, 둘째 딸 박돌담, 막내아들 박으뜸의 일상을 돌보고 있는 주부 연봉 : 3,960 만원
( 혹시나 ‘주부연봉을 너무 높게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증을 가지실 분을 위해서 잠깐 그 세부 내역을 기록합니다.)
- 가사일 : 연봉 1560만원
- 아이들의 학습, 생활습관, 언어 및 현장체험학습 인솔 지도 : 연 1440만원
- 저 박영식의 노모 물리치료비( 팔다리 주물러 드리는 일)를 포함한 보살펴 드림에 대한 댓가 : 연 960만원
3. 월2회 복지관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시간 (1일 2시간 30분 ) :590,000원

“ 짜식, 역시 허풍떨었구먼, 이런 연봉 계산식이 어디 있어”
그러나 아닙니다. 함부로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제가 다음을 부연 설명해 드리면 확실히 제가 ‘허풍떨고 있음’이 아니라는 것을 아실것입니다.
만약 아내가 가사 일을 하지 못한다면 가정부, 우리 같이 대가족인 집에 누가 오려고나 하겠습니까? 그리고 잔소리 많은 우리 어머니 돌보아 드리는 것, 연간 960만원으로 어림없습니다. 또한 우리 아이들 셋 돌보고 가르치는 일, 이쯤 설명해 드리면 제가 허풍쟁이가 아님이 확실하죠?

아마 내년에는 제 아내 연수입이 더 늘어날 것이 확실할 것 같네요.
아내의 성격으로 봐서 학교 ‘자율 교통 지도 봉사대’에 참가할 것이 뻔하니까요.

이제 제 아내 이야기도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겠네요.
참, 한가지 부탁 말씀 그리고, 또 다른 양해 말씀
1. 부탁말씀 : 국세청 조사팀에 절대 신고 말아주십시요.
2. 양해말씀 : 가정관리사, 아동학습도움사, 노인관리사, 사회복지사, 어린이 교통안전지도사 등의 직업을 가지고자 공부하고 계신 분 제 아내 미워하지 마세요. 꾸벅




















IP *.86.5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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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08 10:31:18 *.70.72.121
하무요. 어찌 미워하것 습니꺼. 내 보기에는 억대 연봉이라 캐야 하겠고만서도. 내도 연봉 다시 계산해 봐야 안하겠는교? 그라도 내 것은 을매 안 될 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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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7.04.08 11:44:19 *.67.52.196
내심 부뤄웠는데, 다 읽고 나니 무지 재미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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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근
2007.04.09 14:54:21 *.234.126.84
쌤! 서포터즈인 제가 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인걸 모르셨는지요? 다른건 다 인정할 수 있어도, 복지관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은 비용으로 계상하면 좀 무리가 있지요.
"자원봉사"란? 자발성, 무보수성 등등으로 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나중에 제가 자원봉사에 대해서 글을 한번 올려야겠습니다.
어쨋든 너무 재미 있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이라 제 아내에게도 잘해야 되겠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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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2007.04.09 15:48:09 *.114.56.245
네. 그러게 말씀입니다. 저도 토플러가 이야기 한 prosuming 에 대한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기 전에 그랬습니다. '부의 미래'를 읽고 적어본 글입니다.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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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4.10 12:45:24 *.39.179.237
글이 재미있습니다. 선생님이 낭랑한 목소리로 명세서를 읽어주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이렇게 따지닌 제 아내가 저보다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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