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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홍승완
  • 조회 수 2219
  • 댓글 수 7
  • 추천 수 0
2007년 4월 8일 23시 59분 등록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 시인 심순덕 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늘 물으셨다.

“밥 먹었니?”

난 건성으로 대답했다.
가끔은 짜증 냈다.

‘매일 먹는 밥, 그런 걸 뭐 매번 물어보나.’

건성도 짜증도 엄마에게는 문제가 아니었다.
엄마는 늘 물으셨다.

“밥 먹었니?”

그냥 으레 하는 질문이라 여겼다.
아니었다.
나이 서른 둘 먹고서야 알았다.

“밥 먹었니?”,
그냥 질문이 아니었다.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회사 다니고,
책 쓰고,
연애하면서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매일 저녁에 만나는 엄마는 늘 물으신다.

“밥 먹었니?”

들을 때마다
엄마 마음이 가슴에 박힌다.
IP *.147.1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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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04.09 04:17:26 *.152.82.31
그게 철드는 거란다.
그래도 넌 나보다 낫네.
자식 키워보고서야 알았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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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09 06:30:36 *.70.72.121
세상에 이렇게 마음 약하고 착하고 이뻐서 어쩌나...
또 한 번만 따라서 울기만 해봐 기냥... 선배고 뭐고 없어.
난 승완 선배가 좋더라. 엄매 맴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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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2007.04.09 11:22:53 *.156.13.2
좋다.
매일 밥 챙겨주는 일이 즐겁다.
엄마라는 사람들.
그 일이 뭐 대수라고 그거 안하면 큰일 나는 사람이다.
나 싱가폴에서 진하 밥챙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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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7.04.09 13:08:43 *.244.218.10
그대 이런 글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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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경빈
2007.04.09 17:24:05 *.183.177.20
승완아, 장가가기 전에 더 잘해라
장가가면 더 .....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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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4.12 13:26:32 *.55.54.44
고추 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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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4.13 10:33:24 *.180.48.239
몇일전 어머니 생신에 집에 다녀오며, 어머니께 차비를 받아왔습니다.
대학교 졸업이후로는 절대 집에서 돈을 타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뭔가 주고 싶어하는 엄마에게 해 드릴 수 있는 거라곤, 주시는 것 받고, 챙겨 먹으라고 싸주는 것 잘 가져다 먹고, 또,또 뭘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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