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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레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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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9일 12시 08분 등록
'범찬아 힘든일 있으면...'





한참동안 연락을 못했던, 혹은 하기 어색했던 형이 한명있었다.

그 형을 싫어하는 것도, 불편해하는 것도 아니였는데 시간이 흘러가다보니 2년정도를 연락없이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했다'라기 보다는 '그렇게 되었다' 라는 표현이 맞을 법하다.



대략 5년전 유럽의 축제를 모조리 보고오자는 당찬 포부를 품고 떠난 유럽배낭여행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나는 당시 혼자였고 형은 다른 친구와 함께 여행 중이었는데 혼자서 빨빨거리고 다니고 이것저것 준비를 잔뜩해온 내 모습에 형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거 같았다. 형은 그때 같이 온 친구에게

' 야, 우리 얘만 따라다니자 그러면 성공이다. 우리는 그냥 왔잖아. '



나에게 있어 형은 참으로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정확히 말하자면 당시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별스런 유머감각과 삶의 방법, 사람이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다는 묘한 매력에 ' 이 사람 멀리해야겠다' 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도달했다.



' 어떻게 떼어내지? '



여행에 있어 그 매력은 만남과 헤어짐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고 특히나 유럽배낭여행에 있어 더욱 더 독특한 마력은 한번 만났다가 헤어진 사람을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난다는 '초'우연의 사건이실현된다는데 있다. 우리는 참으로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방법으로 또다시 만나게 되었고 형은 그때 쾌재를 불렀고 난 그때 이렇게 생각했던 걸로 기억된다.

'아 이거 운명인가 보구나, 받아들이자'



한국에 돌아와서 먼저 연락을 한것은 나였고, 형이 다니던 한양대를 습격 평생해보지않던 폭음을 한 후 술주정까지 하게된 것도 나였다. 우리는 친해졌다. 술을 마신 후 단 한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적이 없던 내가 여행에서 두번만난 형앞에서 내 바닥의 모습을 보여줬던것은 지금봐도 내 개인적 역사10페이지 중 단연 7페이지정도에 기록될 만한 일이었다.

당시에 우리집은 한양대에서 택시로 기본나오는 가까운 거리에있었는데, 이미 차도 모두 끊어진 늦은 시각이었는지라 형은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우리집에서 잘 생각이었나보다.. 술이 떡이된 나를 질질질 끌다싶이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을때 내가 문을 닫았다가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는 형에게



' 어.. 형 잘가 ' 하고는 현관문을 잠가 버리더란다.



형은 그 후 뚝섬역 화장실 4번째 변기에서 자다가 청소아줌마에게 걸려
IP *.180.18.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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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09 15:44:44 *.70.72.121
에레혼님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무슨 뜻이에요?

전 이 코너를 좋아하거든요. 여기에서 태어났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여긴 꼭 내 방구석 같은 느낌이 들지요. 반갑습니다.^^

힘들면 열심히 살아야 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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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혼
2007.04.13 17:10:16 *.180.18.182
써니님. 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에레혼은 어디에도 없는 유토피아를 뜻하는 ' No Where'를 뒤집은 말입니다.
영국의 시인이 쓴 소설에 등장하는 말인데, 공교롭게도 저는 이 소설을 제가 에레혼이란 아이디를 쓰고 나서 찾게 되었습니다.

중학교때 pc통신 하이텔을 시작하면서 멋진 아이디로 사람들의 인기를 얻어야겠다는 심산으로 밤새 끙끙대며 저 아이디를 만들었는데 한참후에 사람들이 이미 있던 어휘라고 해서 괴로워했던 적이 있었더랬죠.

No Where 를 뒤집어 놓고 혼자서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는지 모릅니다. 소설에서 따온게 아니라 공교롭게 만들고 보니 같았다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친구들은 외면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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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15 12:09:50 *.70.72.121
그랬군요. 믿을게요. 그렇게 동시에 혹은 찰라에 느낄 수 있지요.
누가 먼저보다 누가 얼마나 오래 그리고 누가 실천해 가느냐가 중요하지요. 범찬님 방가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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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훈
2007.04.16 21:15:04 *.126.46.122
에레혼...한번 들으니 절대 지워지지 않는 이름인 것 같아요.
저 기억하실려나?
구본형선생님 강연회에서 만난 사람...
우연이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는 그 날에 함께 했던 사람입니다. ㅋㅋ
글 참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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