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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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남해에서 올라오는 날, 차멀미 기운이 있어 한 끼도 먹지 못했다. 그리고는 2,3일후 내가 별로 음식을 먹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 인생의 하프타임을 맞아 생각이 많은데, 잘못 살았다! 는 생각이 뒷덜미를 치는 순간, 식욕을 관장하는 신경이라도 건드렸나 보았다.
그래? 그렇다면 난생처음 다이어트라는 걸 해볼까, 몸이 가벼워지면 막연히 땡기던 춤도 춰보고. 이렇게 해서 하루에 과일하나 혹은 밥 서너숟갈만 먹기 시작한 지 19일째, 완연히 몸이 가벼워졌다. 사각 턱도 훨씬 봐줄만하다. ^^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한 두시간은 운동도 하려고 한다. 주로 빨리걷기. 앞으로 운동이 아주 좋아질 것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는 신기하다. 오래된 습관적 과식증을 놓을 수 있을 것같다. 그런데 왜 달라졌지? 이 못말리는 분석병.
대답인즉 ‘타자의 발견’이다. 오래도록 내 안에 갇혀 살았다. 그러니 내모습을 반사해 줄 거울을 갖지 못한 것도 당연지사. 그러다가 연구소에서 임자 만난거다.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되쏘아주고, 최선의 내가 되고 싶게 만드는 ‘타자의 발견’!
무조건 무의식적으로 먹고 보는 습관에 제동을 걸고, 가벼워진 맛도 보고, 더 가벼워질 것같은 예감도 들고 무엇보다, 나를 재료로 하는 실험에 할 말이 추가되어서 좋다. 언어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는 나는, 확신이 가지 않는 말은 하지 못한다. 자연히 화제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내 빈약한 레퍼토리에 하나가 추가된 것이다. 사람이 달라지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한 달 정도 안 먹고 살아도 아무 지장없다. 다이어트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일을 하지 않은 지 7개월 반이 되었다. 작년 후반 4개월 동안은 첫 번 째 책을 쓰겠다는 일념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나 막상 나온 원고는 밋밋했다. 이유인즉 내 글쓰기가 정보를 취합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감성으로 다가서는 쪽이기 때문이다. 가령 시니어타운에 대해 글을 쓴다면 시니어타운에 대한 모든 통계를 뒤지는 것은 내 관심사가 아니고, 칼리지 링크형이라든지 내게 와 닿는 사례 하나를 후벼 파는 것이다. 그런데 단일항목에 대한 자료나마 없고, 경험적 깊이도 없으니, 나의 언어가 미비하고, 글이 밋밋할수밖에.
올해 1,2월은 이사하랴 아들 군대보내랴 어영부영 지나갔고, 3월이후에 집중적으로 원고를 고치고 있는데 잘 안된다. 기대치만 높아지고 글은 안 써진다. 장기전으로 나가야 할 것같다. 일단 원고를 살짝 밀어놓고 무차별 독서를 계속해야 할 것같다. 인풋이 있는데, 설마 아웃풋이 없을라구. 오히려 두 번 째 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세상에 줄 수 있는 영역이다. 삶이 힘겨울 때, 마음을 읽고 싶을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사랑을 불러올 때... 같은 식으로 항목을 나누어 책을 추천하는 것이다. 몇 년에 걸쳐 내가 발굴한 좋은 책 리뷰모음집이다. 각종 매체에서 권장하는 추천서가 너무 어렵다는 것, 쉽고도 좋은 책을 찾는 일이 의외로 어렵다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 작업을 위해 하루 8시간 노동을 결심한다. 4시간 책읽기, 2시간 글쓰기, 2시간 써핑 및 신문보기. 무언가 하고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좋다. 저술가/여행가/강연가/새로운 삶의 운동가... 이것은 구소장님이 스스로 명명한 직업이지만, 나도 기꺼이 내면화하고 싶다. 그 외에는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작가가 아니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 나의 노력을 실험하고, 나의 운을 실험하는 일에 전부를 건다. 이제껏 나의 삶에 부족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구나. 조용한 희열이 몰려온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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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다면 난생처음 다이어트라는 걸 해볼까, 몸이 가벼워지면 막연히 땡기던 춤도 춰보고. 이렇게 해서 하루에 과일하나 혹은 밥 서너숟갈만 먹기 시작한 지 19일째, 완연히 몸이 가벼워졌다. 사각 턱도 훨씬 봐줄만하다. ^^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한 두시간은 운동도 하려고 한다. 주로 빨리걷기. 앞으로 운동이 아주 좋아질 것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는 신기하다. 오래된 습관적 과식증을 놓을 수 있을 것같다. 그런데 왜 달라졌지? 이 못말리는 분석병.
대답인즉 ‘타자의 발견’이다. 오래도록 내 안에 갇혀 살았다. 그러니 내모습을 반사해 줄 거울을 갖지 못한 것도 당연지사. 그러다가 연구소에서 임자 만난거다.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되쏘아주고, 최선의 내가 되고 싶게 만드는 ‘타자의 발견’!
무조건 무의식적으로 먹고 보는 습관에 제동을 걸고, 가벼워진 맛도 보고, 더 가벼워질 것같은 예감도 들고 무엇보다, 나를 재료로 하는 실험에 할 말이 추가되어서 좋다. 언어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는 나는, 확신이 가지 않는 말은 하지 못한다. 자연히 화제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내 빈약한 레퍼토리에 하나가 추가된 것이다. 사람이 달라지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한 달 정도 안 먹고 살아도 아무 지장없다. 다이어트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일을 하지 않은 지 7개월 반이 되었다. 작년 후반 4개월 동안은 첫 번 째 책을 쓰겠다는 일념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나 막상 나온 원고는 밋밋했다. 이유인즉 내 글쓰기가 정보를 취합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감성으로 다가서는 쪽이기 때문이다. 가령 시니어타운에 대해 글을 쓴다면 시니어타운에 대한 모든 통계를 뒤지는 것은 내 관심사가 아니고, 칼리지 링크형이라든지 내게 와 닿는 사례 하나를 후벼 파는 것이다. 그런데 단일항목에 대한 자료나마 없고, 경험적 깊이도 없으니, 나의 언어가 미비하고, 글이 밋밋할수밖에.
올해 1,2월은 이사하랴 아들 군대보내랴 어영부영 지나갔고, 3월이후에 집중적으로 원고를 고치고 있는데 잘 안된다. 기대치만 높아지고 글은 안 써진다. 장기전으로 나가야 할 것같다. 일단 원고를 살짝 밀어놓고 무차별 독서를 계속해야 할 것같다. 인풋이 있는데, 설마 아웃풋이 없을라구. 오히려 두 번 째 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세상에 줄 수 있는 영역이다. 삶이 힘겨울 때, 마음을 읽고 싶을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사랑을 불러올 때... 같은 식으로 항목을 나누어 책을 추천하는 것이다. 몇 년에 걸쳐 내가 발굴한 좋은 책 리뷰모음집이다. 각종 매체에서 권장하는 추천서가 너무 어렵다는 것, 쉽고도 좋은 책을 찾는 일이 의외로 어렵다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 작업을 위해 하루 8시간 노동을 결심한다. 4시간 책읽기, 2시간 글쓰기, 2시간 써핑 및 신문보기. 무언가 하고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좋다. 저술가/여행가/강연가/새로운 삶의 운동가... 이것은 구소장님이 스스로 명명한 직업이지만, 나도 기꺼이 내면화하고 싶다. 그 외에는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작가가 아니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 나의 노력을 실험하고, 나의 운을 실험하는 일에 전부를 건다. 이제껏 나의 삶에 부족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구나. 조용한 희열이 몰려온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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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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