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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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써니의 글을 보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아래 글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아 한 번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독자의 입장이니, 진솔한 독자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주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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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의 문체는 아주 독특하다. 낯선 사람의 글을 보고도, 마음이 통하면 즉각적이고 전방위로 공감이 쏟아진다. 이는 아주 특이하고 소중한 능력이다.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무한대의 측은지심이라고 할까. 상대방의 처지에 대한 즉각적이고 심층적인 공감은, 곧바로 무당의 굿같기도 하고, 비나리 같기도 한 만연체의 폭포로 쏟아진다. 이 과정에서 핵심을 읽지 못하면 자칫 어수선한 넋두리로 읽힐 염려가 있다.
얼마 전에 써니는 컬럼 한 편을 분석체로 썼다가, ‘역시 나는 분석체는 아니야’하고 머쓱해 한적이 있다. 사실 그 글은 아니었다. ^^ 너무 퇴고를 안한 것같다. 그런데 분명 다른 북리뷰에서는 써니가 분석적인 글에서도 일취월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결단코 훈련의 덕분이다. 써니는 그동안 연구소에 ‘모닝페이지’를 펼쳐놓는 특이한 길을 밟아왔다. 수많은 사람의 글을 전부 읽고, 전부 댓글을 달아주는 과정에서 저절로 훈련이 된 것같다.
써니의 글은 하루가 다르게 읽기좋고, 강력하게 다듬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어가지 써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평생을 부처님만 조각하는 석공이 있었단다. 주변에서 뭐라고 했다. 연꽃이나 동물도 조각하면서 다양한 기량을 연습해야지, 부처님 한 가지만 조각하니까, 너무 발전이 더디고, 협소하게 느껴진다고. 거기에 대한 석공의 대답은 이러했다. 평생 부처님만 조각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걸작 부처님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이와같이, 분석적인 글도 연습해야겠지만, 써니체의 심화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네 안에 가장 강력한 것을 숭배하라. 단점을 보완하는것도 좋지만,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더 유효하지 않을까. 내가 아닌 것을 넘보기보다, 더욱 나다운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다음, 조금은 퇴고에 신경을 써 주면 좋을 것같다. 이제 죽기살기로 연구원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다른 모든 참가자들과 함께 써니도 저만큼 가 있을텐데, 작가로 가는 첫걸음을 떼었다고 생각하고, 내 글을 소중하게 관리해서 내놓자는 것이다. 써니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순간적인 감정의 발산이 아니라, 나의 작품으로서 분신으로서 인식을 새롭게 하자는 것이다.
써니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쉬지않고 정진하여 더욱 깊어져야 할 것이다. 꾸준하게 공부하고 깊은 성찰을 통해 내 것으로 소화하는 작업을 반복하여, 단단한 내적 기반을 쌓아나가자고 권하고 싶다. 나 개인에 대한 미시적인 접근은 물론, 여성전체나 사회전체를 보는 시각, 객관적인 관점, 이 모든 것이 심층적으로 내부에서 연결되어 총체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더욱 공력을 심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처럼 단단한 심층기반이 써니체의 옷을 입고 터져나올 때, 그 파워는 엄청날 것이다.
글쎄, 나는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해 준다면 되게 고마울 것같은데, 혹여 언잖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 글의 핵심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고, 이것이 친밀함의 표현인 것도 알아주리라 믿으며 글을 마친다. 친밀함이 성숙하면 애정이 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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