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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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인사동을 한바퀴 돌았다.
화실을 가기전 탐사다.
나를 사로잡아줄 그림을 찾기 위해서다.
화실에서는 지루한 연필소묘가 진행중이고, 나는 내가 왜 그리고 싶은 지,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묻고 답해야 했다. 그래서, 인사동 방황은 시작된 것이다.
소연 김영자전은 한국화일 것 같아서 전시관을 찾았다.
사전에 어떤 것이 전시된다는 아무런 정보없이, 인사동을 배회하는 나는 이끈 것은 한국화일거라는 막연함 때문이었다.
(여기에 그림을 싣지 못해 아쉽다. 인터넷에는 아직 비공개다. 그분의 기사를 다룬 월간지도 아직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그림은 비구상(추상)에 가까운 것이 많았다. 전시실은 2개로 되어 있는데...
먼저 들어선 방에는 병풍과 가리개에 몇개의 시리즈 작품이 있었다. 구상이다. 문인화이다.
소연님의 힘참이 그림에 사군자에 베여있다. 여지껏 보아온 사군자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소연님의 난은 힘차다. 소연님의 매화나무 가지는 자유롭다. 힘차다. 사군자에서도 비구상의 요소가 가득하다.
모호함과 형상이 공존한다.
작품들에는 유연의 요소와 모호함이 에너지와 뒤섞여 있다.
실제로 뵌 그분의 모습도 에너지가 넘치고 힘이 있어 보인다. 화사하시다. 특유의 대구 사투리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 주셨다.
방명록에 이름과 전시를 잘 보고 갑니다라는 짧은 문구와 다른 전시회도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연락처를 남겼다. 그런 내 모습을 보시고 작가 소연님이 말을 거셨다. 정이 묻어난다.
도록을 봤다. 그동안의 작품들을 보기 위해. 점심을 굶을 생각이었다. 도록구입을 위해서. 작가님은 내게 도록이 비싸니 사지 말라고 하신다. 다시 보니 5,000원(점심밥값)이 아니라 50,000원이다.
내 형편에 살수 없는 도록을 들쳐보며.. 연락처를 찾았다. 대구에 작업실을 갖고 계시다. 그래도 혹시 대구사투리를 쓰시는 서울에서 활동하시는 작가이길 바랬는데..... 작품이 맘에 들어 다시 찾아뵙고, 그리고, 나를 사로잡게 하고 싶었는데.
1963년 학교 졸업 구절을 보았을때, 나이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 60대이신것 같다.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아보이는데, 그만큼 밝은 선비의 기운이 넘치는 분이시다.
두번째 방에 들어섰을 때는 더욱 자유로운 소연님을 만났다.
아(我)라고 이름 붙여진 작품들, 자유롭게 종이위를 날고 사유한다.
부드러운 색들이 번진 한지위에 매화인듯 아닌 듯, 검은 가지가 자유롭게 휘어지고 감기운 곳에, 혹은 건너 뛰어 날아간 곳에 소연님이 있다. 그가 만든 세계가 곧 그가 되고, 그 안에서 자유한다.
이렇게 추상과 자유로움, 모호함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그림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나도 그쪽 성향이 강한가 보다.
화실에 가서는 전시회에서 봤던 것 이야기를 했다.
이중섭의 그림처럼 굵고 선명한 테두리 선이 들어가고 형상이 단순화된 사람들이 나오는 소나무와 가족이라는 유화 개인전,
푸른나무와 잔가지로 하늘을 그물처럼 분할해 버린... 그리고 평안히 누운 조용한 들판 한폭에 어울어진 있는 유화 개인전,
다양한 기법으로 그려진 여러점의 여성 수채화 회원전,
소연 김영자님의 개인전
내게 자극을 주었던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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