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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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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8일 07시 35분 등록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어 남자친구를 불러냈다. 남자친구 얼굴 좀 보여달라는 사람들의 성화를 잠재우자는 것도 있었지만 나 또한 남자친구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목소리는 쉬고 싶다 말한다. 하지만 내가 조금 매달렸더니 흔쾌히 나온단다. 자기 입장을 내세우고 고집 피우기보다는 언제든 나에게 흔쾌히 내맡기는 그가 정말 고맙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간, 시끌벅적하지만 그곳은 금새 우리 둘만의 공간이 된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사람들 이야기에 맞장구 치는 짓은 이제 안 한다. 누군가 찾아오면 언제든 이야기 나누지만, 나는 그의 옆에 앉아 있고 그와 함께 이 공간을 호흡한다.

와인 한잔을 홀짝거리며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요즘 한창 영어를 배우고 있는 남자친구가 쿠키를 먹고 있는 내게 ‘Are you delicious?’라고 말한다. 아마 맛있냐?를 물어보고 싶었던 걸게다. 그 말을 듣자 마자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웃어 넘겼다. 우리 말로 옮기면 ‘너 맛있냐?’ 한 걸음 더 나가보면 ‘너 맛있어 보인다’ 등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 말은….야하기도 하고 지저분하게 들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참을 웃고 나서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해 하는 그에게 말해주었다. 그런 경우엔 ‘Is it delicious?’, ‘Do you like it?’ 정도로 물어보면 된다고…왜 내가 웃었는지 설명하려고 하자..눈치빠른 그도 낌새를 알아차리고 웃기 시작한다.

글쎄..나는 그에게 무엇을 설명하려고 했을까? 막상 'Are you delicious?'가 왜 야한 질문인지 설명하긴 어렵다. 포르노나 3류 저질 하이틴소설을 본 적도 없는 내가..저 말이 야하다고 생각하는 건 왜인지 새삼 궁금해 지기까지 하다.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생각해 보지만, 한국영화에서 조폭들이 룸쌀롱 언니들에게 쓰는 말을 들은 것 같다는 것 말고는 뚜렷히 이 말이 갖는 함의를 생각해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물에, 언어에 이렇게 의미를 달고 있었던 셈이다. 30년 넘게 이런 의미붙이기를 얼마나 많이 했을까. 일상생활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자동반응을 하고 있는가. 좀더 풍요롭고 감동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나는 요즘 이 자동반응을 검토해 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왜 A가 B로 이어지는지, 그 사이에 숨겨진 전제나 논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A가 C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오늘은 ‘are you delicious’를 살펴보았다. 아직 그 문장에 숨겨진 문화적 / 개인적 코드를 명확히 밝혀내진 못했지만 앞으로 좀더 명확해지겠지. 어쨌든 덕분에 한참을 웃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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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5.18 11:03:36 *.209.121.88
식욕과 사랑은, 고도로 감각적인 활동이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많은 문학작품이나 매체에서 '먹는다'는 단어가 이중적으로 쓰여왔으므로, 은연중에 우리가 그 개념을 수용했을꺼구요. 일체감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폭식으로 연결되는 사례는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나는, 폭식이나 쇼핑중독증이 유독 여자들에게 많은 것이 가슴아파요. 그만큼 내면의 화를 발산할만한 통로가 막혀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해서요.

지혜씨의 스마트한 글,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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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5.18 13:27:46 *.109.234.7
R u delicious??

전 이 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요~
뭐랄까. 너 라는인물, 참 맛있다. 맛있다=매력있다=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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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5.18 13:39:24 *.218.203.226
You're delicious. 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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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5.18 15:33:57 *.140.145.63
이 글 읽었기 망정이지.. 지혜님한테 또 한번 지적당할뻔 했구만..ㅋㅋ
글을 읽다 보니 이어령 선생의 디지로그가 떠오르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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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훈
2007.05.18 18:16:28 *.126.46.122
오늘은 정신이 없어 이제야 이곳에 처음 들어왔습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이 시간, 지혜님의 재미있고 간결한 글을 읽고 복잡했던 머리를 정리해 봅니다.
Delicious...
오늘은 유난히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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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5.18 18:59:51 *.145.82.84
맛있는 여자는 누굴까?
남자에게 잘해주는 여자. 천만에 남자에게 잘하는 여자 치고는 사랑받는 여자가 없다.
눈물이 많은 여자, 아이쿠 골치 아파.

남자에게 사랑받는 여자는 자기의 감성을 잘 표현하여 남자와 리듬이칼하는 조화를 잘 아는 여자. 그 여자는 안될 나무를 포기 할 줄도 안다. 그리고 남자를 바보로 만들고 남자를 정복하여 쪼다로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게 남자는 행복하다 합니다.춘향전은 남자가 여자를 교육하는 테마소설일 뿐입니다.

김지혜씨는 대충 알면서 써먹지 못하는 여자. 왠줄 아십니까? 알랑한 도덕 선생의 이야기를 잃어버리지 못하기 때문 일 것입니다. 도덕이 사랑을 얻게 하질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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