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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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
생각으로.
내 머리 속에서는
세상의 모든 일이 일어난다.
온갖 음흉한 표정과
분노로 일그러진 몸짓을 하며
세상의 뒷 그늘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잡하고 더러운 일들에서부터
한없이 눈물이 나고
이유없이 가슴을 셀레이게 하는
한 낮의 하늘아래서 명명백백히
기쁜 미소까지
내 머릿속에서는
그렇게 세상의 모든 일들이 일어난다.
2. 선택
잘 알지는 못하지만 느낄 수 있는 누군가가
내 머리 속에서
언제나 쉬지 않고 선택을 한다.
눈을 떠 하루를 사는 동안
생각으로 가득 채운 의식으로
하루 속의 모든 순간들 속에서
끝없이 선택을 한다.
보고 듣고 느꼈던
그 모든 것들은
머리 속 어딘가에
널부러져 있고
내 안의 생각이
무엇인가를 들어 올리고 나면
추측과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 세상을 끝없이 헤메어 다니며
숨겨진 기억들을 뒤적거린다.
내 머리 속은 생각에 의해
그렇게,
언제나 쉬지 않고 선택을 한다.
3. 말과 글이 아닌...
몸이 살면서 만들어낸 생각으로
머릿속 세상에서
말과 글로 이름 지어 놓은
온갖 역사가 이루어져도
행동하는 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 안의 누군가가 온전히
귀를 기울이는 것은
백만년 쌓아온 행함의 흔적 들이다.
그 흔적 속에 베어 있는
위대한 자연의 살아 생생한
눈부신 햇살과
생생한 소리의 울림
그리고
스치고 지나는 바람의 쓰다듬들이다.
그렇다.
내 안에 누군가가 기억하는 것은
빛과 소리와
물과 바람과 불이 땅과 일으켜 놓은
세상의 사물들과 내 몸과의 부딪침이다.
내 안 깊은 어딘가의 누군가는
억겁의 시간을 한 순간에 담고
머릿속 세상의 온갖 상념들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4. 몸(肉)과 마음(心)
생명인가 영혼인가?
말과 글이 이르기 전에
세상 속에서 내 몸이 기억하는 것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생명을
살아있게 하는 먹거리들에 대한 충족과
생명을 이어갈 어두운 골자기에 대한 기억뿐이다.
시원을 알 수 없는 길고긴 시간,
내 몸이 기억하는 것은 그것뿐이다.
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고
내 어머니에게서 자라 떨어져 나와
하루를 사는 내 몸은
그렇게 말과 글을 배우고 ,
생각으로
아득하고 길고 긴 세월을 물려온
생명을 살려 이어가는데 매여있다.
5 영혼(靈魂)
내 몸과 생각의 주인...
섬광처럼 몸과 생각 속을 스치고
심상을 이루어 선명한 모습과 사실들로
생생하게 화해버리는 ...
언제나 내 안에서 나를 이끌고
삶을 고뇌하고 환희할 때
몸과 생각으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과 미소로서 화답하는...
내 안에 있으면서도
내 안에 없는...
온 세상을 돌아다녀도 찾을 수 없는
그러나
온 세상에 어디에 있어도 느낄 수 있는 ...
그렇게
있으면서도 없는
영원을 살고 있는...
몸에게는 빛으로
생각에게는 혼으로 있는...
내 몸과 생각의 주인
7. 삶
몸과 생각으로 사는 삶에게는
믿기 위해 모든 것을 의심하는 자아로
날마다 죽어가는 몸과
날마다 잊혀져가는 생각으로 살고
생각의 헛됨을 넘어서려는 삶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모든 것을 믿어서
날마다 새로워지는 몸과
날마다 생생한 순간의 생각으로
하루가 영원하다.
그러니
죽음이 두렵겠는가?
삶이 슬프겠는가?
생각 아닌 생각으로
그것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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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눈부신 햇살,
가벼운 바람
놀이터 아이들의 재잘거림
그리고
작은 새의 지저귐
그것들이 그냥 거기에 있다.
이런 일 요일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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