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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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 텃밭에서 채소기르기
지난 삼월부터 텃밭에서 아이들과 몇가지 채소를 기르고 있습니다.
밭에 넣을 거름을 사오라고 했더니
그만 가서 모종까지 잔뜩 사왔습니다. 그래서 원래 계획보다 열흘이나 일찍 모종을 하고 말았지요. 게다가 우리밭은 소나무 그늘까지 져서 햇볕이 드는 시간도 딴 밭보다 짧습니다.
텃밭이 길목에 있어서 오며가며 어르신들께서 한 말씀씩 하셨습니다.
쯔쯧, 토마토랑 가지 모종은 아직 이른데... 쯧
한 어르신은 아주 길게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가지와 토마토는 더워야 사는 놈들인데 아직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데 어쩌려고 벌써 심었느냐 한가지 살리는 법은 너무 자주 물을 주지 않아야한다. 해가 넘어가는 오후에 와서 물을 주면 그 물 때문에 더 추워지고 그러면 좋지않다....
이게 모두 사월 초순의 일입니다.
다행히 한주일에 한번 가서 물을 주는 것에 대한 충분한 핑계가 되었습니다.
고추며 토마토며 모두 너무 여유없이 심었다고 야단을 많이 맞았습니다.
모종을 하고 나서 씨앗을 뿌렸습니다.
상추며 쑥갓, 열무.. 이런 것들입니다. 씨앗을 뿌리고 그 다음주에 갔더니 새들이 열무씨를 제법 물어가 버렸습니다. 씨앗뿌리는 것도 서툴렀나봅니다.
가장 잘 자라고 있는 것은 감자입니다.
지난 사월에 도매시장서 한 박스를 사서 내내 아이들과 쪄서 먹고 남은 몇알을 가서 심었는데 어찌나 무성하게 자라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감자씨는 묵은 감자 칼로 썰어 심는다 토막토막 자른 자리 재를 묻혀 심는다~~~
감자는 아픈몸 흙을 덮고 자네~~“
아이들과 감자를 심고 돌아와 부른 노래입니다.
다른 밭의 감자는 벌써 꽃이 피었더군요
감자꽃을 보면 또 흥얼거릴테지요. “하얀꽃 핀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자주꽃핀건 자주 감자 파보나마나 자주 감자“
그렇게 한 주일에 한번 밭에 간 것이 두어달이 지났습니다.
어제 다시 텃밭에 다녀왔습니다.
어르신들 말씀대로 모종이 제법 자라고 보니 너무 촘촘하게 심겨져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뽑아버리자니 그것도 난감합니다.
방울토마토는 열 뿌리 쯤 심었는데 두어 포기만 무성해 질듯합니다.
모두 이미 꽃을 피웠고, 어떤 놈은 작은 열매도 맺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초보 농사꾼 선생님의 위기입니다.
두어 포기만 남기고 모두 뽑아버려야하나 어쩌나~
아이들을 모두 모아놓고 의견을 물어봅니다. 우리가 좁은 땅에 너무 많이 심었단다 그래서 모두가 잘 자라기에는 에너지가 모자란단다.
아이들은 처음에 뽑아버리자고 했다가 이미 열매까지 맺은 것들을 뽑아버리는 것에 미안해합니다. “기회를 다시 주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회를 다시 주자”
큰 놈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인지, 큰 녀석한테 에너지를 다 빼앗겨 버린 작은 놈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결론은 오늘은 뽑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텃밭에 드문드문 잡초들이 자랍니다.
아이들은 텃밭 옆 흙마당에서 노는데 더 집중하지만 그래도 밭일꺼리를 찾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잡초를 뽑는 거지요.
그런데 그것도 참 난감합니다. 아이들과 즐겨부르는 노래
“꽃은 다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꽃 저꽃 저꽃 이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그렇게 예쁘지 않은 꽃은 없는데 이름있는 채소를 키우느라고 나머지 풀들을 뽑아내야하는 것이 바로 농사이구나 싶었습니다.
예전에 농사란 걸 지어 본적이 없으니 ... 이런 생각까지 하는게지요.
아~ 농사란 것이 본래 아주 반 자연적인 것이구나 싶네요.
크고 잘 자란 놈을 더 잘 키우기위해 작은 놈들을 끊임없이 “속아” 내는 것이 밭농사이군요. 작은 놈들도 자라라 풀들도 자라라~ 그렇게 게으른 농부가 되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제법 자란 상추, 쑥갓, 열무를 좀 골라내서 다음 주에는 비빔국수를 해먹기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IP *.100.65.70
지난 삼월부터 텃밭에서 아이들과 몇가지 채소를 기르고 있습니다.
밭에 넣을 거름을 사오라고 했더니
그만 가서 모종까지 잔뜩 사왔습니다. 그래서 원래 계획보다 열흘이나 일찍 모종을 하고 말았지요. 게다가 우리밭은 소나무 그늘까지 져서 햇볕이 드는 시간도 딴 밭보다 짧습니다.
텃밭이 길목에 있어서 오며가며 어르신들께서 한 말씀씩 하셨습니다.
쯔쯧, 토마토랑 가지 모종은 아직 이른데... 쯧
한 어르신은 아주 길게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가지와 토마토는 더워야 사는 놈들인데 아직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데 어쩌려고 벌써 심었느냐 한가지 살리는 법은 너무 자주 물을 주지 않아야한다. 해가 넘어가는 오후에 와서 물을 주면 그 물 때문에 더 추워지고 그러면 좋지않다....
이게 모두 사월 초순의 일입니다.
다행히 한주일에 한번 가서 물을 주는 것에 대한 충분한 핑계가 되었습니다.
고추며 토마토며 모두 너무 여유없이 심었다고 야단을 많이 맞았습니다.
모종을 하고 나서 씨앗을 뿌렸습니다.
상추며 쑥갓, 열무.. 이런 것들입니다. 씨앗을 뿌리고 그 다음주에 갔더니 새들이 열무씨를 제법 물어가 버렸습니다. 씨앗뿌리는 것도 서툴렀나봅니다.
가장 잘 자라고 있는 것은 감자입니다.
지난 사월에 도매시장서 한 박스를 사서 내내 아이들과 쪄서 먹고 남은 몇알을 가서 심었는데 어찌나 무성하게 자라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감자씨는 묵은 감자 칼로 썰어 심는다 토막토막 자른 자리 재를 묻혀 심는다~~~
감자는 아픈몸 흙을 덮고 자네~~“
아이들과 감자를 심고 돌아와 부른 노래입니다.
다른 밭의 감자는 벌써 꽃이 피었더군요
감자꽃을 보면 또 흥얼거릴테지요. “하얀꽃 핀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자주꽃핀건 자주 감자 파보나마나 자주 감자“
그렇게 한 주일에 한번 밭에 간 것이 두어달이 지났습니다.
어제 다시 텃밭에 다녀왔습니다.
어르신들 말씀대로 모종이 제법 자라고 보니 너무 촘촘하게 심겨져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뽑아버리자니 그것도 난감합니다.
방울토마토는 열 뿌리 쯤 심었는데 두어 포기만 무성해 질듯합니다.
모두 이미 꽃을 피웠고, 어떤 놈은 작은 열매도 맺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초보 농사꾼 선생님의 위기입니다.
두어 포기만 남기고 모두 뽑아버려야하나 어쩌나~
아이들을 모두 모아놓고 의견을 물어봅니다. 우리가 좁은 땅에 너무 많이 심었단다 그래서 모두가 잘 자라기에는 에너지가 모자란단다.
아이들은 처음에 뽑아버리자고 했다가 이미 열매까지 맺은 것들을 뽑아버리는 것에 미안해합니다. “기회를 다시 주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회를 다시 주자”
큰 놈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인지, 큰 녀석한테 에너지를 다 빼앗겨 버린 작은 놈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결론은 오늘은 뽑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텃밭에 드문드문 잡초들이 자랍니다.
아이들은 텃밭 옆 흙마당에서 노는데 더 집중하지만 그래도 밭일꺼리를 찾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잡초를 뽑는 거지요.
그런데 그것도 참 난감합니다. 아이들과 즐겨부르는 노래
“꽃은 다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꽃 저꽃 저꽃 이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그렇게 예쁘지 않은 꽃은 없는데 이름있는 채소를 키우느라고 나머지 풀들을 뽑아내야하는 것이 바로 농사이구나 싶었습니다.
예전에 농사란 걸 지어 본적이 없으니 ... 이런 생각까지 하는게지요.
아~ 농사란 것이 본래 아주 반 자연적인 것이구나 싶네요.
크고 잘 자란 놈을 더 잘 키우기위해 작은 놈들을 끊임없이 “속아” 내는 것이 밭농사이군요. 작은 놈들도 자라라 풀들도 자라라~ 그렇게 게으른 농부가 되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제법 자란 상추, 쑥갓, 열무를 좀 골라내서 다음 주에는 비빔국수를 해먹기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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