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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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의 죽음과 오월의 무더위
우리동네 뒷산이 금정산입니다.
검색을 하다보니 소나무 재선충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 1988년 금정산이더군요.
우리 텃밭으로 가는 길에 소나무숲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눈에 봐도 소나무들이 병들어 보입니다. 어쩌면 이미 수명을 다했는지도 모릅니다. 게중에는 소나무의 껍질이 모두 벗겨지고 벌건 몸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나무를 사철 푸른 나무로 알고 있지만, 봄날의 건강한 소나무는 새로운 잎을 키워내면서 연한 빛나는 초록빛을 띱니다. 하지만 올 봄에 그렇게 새 잎을 키워내는 소나무를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텃밭쪽 소나무들은 주사약도 한번 맞아보지 못한 것들입니다.
대학 뒤편 금정산쪽 소나무들은 지난 겨울부터 몸통에 예방주사를 꼽고 있었습니다.
솔숲에 나무들이 하얀 주사를 모두 꼽고 서 있는 모습은 참 무어라 말하기 힘든 느낌을 주었습니다. 요사이에 가보면 주사병은 모두 뽑고, 작은 표식을 달고 있습니다.
“재선충 예방약 주입 소나무” 그렇게 말입니다.
지난 석가탄신일에 경남 양산에 있는 통도사에 다녀왔습니다.
그 사찰로 들어서는 길가에는 아름다운 솔숲이 있습니다. 영취산자락에 암자들도 여럿있습니다.
나들이 하기 화창한 날이었고, 축제일을 맞아 온통 들떠있는 그곳에서도 소나무들은 어김없이 병들어 보였습니다. 한눈에 우리 텃밭가는 길의 소나무들과 다르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냥 뉴스에서 항공방제를 하는 모습을 보고, 그저 소나무재선충이란 게 있구나 .. 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소나무에이즈, 소나무 암이라는 불리는 재선충은 실제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에이즈나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같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오월이라기에 너무나 무더운 요즈음의 날씨가 무심히 느껴지지 않습니다.
통도사를 돌아나오는 고속도로 진입로에 대형광고판에 “소나무를 살립시다” 글귀가 선명합니다.
소나무를 살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소나무를 살리려는 시도는 소용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숲은 원래 침엽수림에서 활엽수림으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배우긴 했는데...
이렇게나 가슴 아프게 한꺼번에 병들어 가는 소나무의 죽음.
소나무가 사라진 숲에 잎 넓은 참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겠지요.
그저 우리땅의 수목지형이 변하는 것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지난 밤 오월의 무더위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앙상하게 병든 소나무만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그 느낌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IP *.109.116.186
우리동네 뒷산이 금정산입니다.
검색을 하다보니 소나무 재선충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 1988년 금정산이더군요.
우리 텃밭으로 가는 길에 소나무숲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눈에 봐도 소나무들이 병들어 보입니다. 어쩌면 이미 수명을 다했는지도 모릅니다. 게중에는 소나무의 껍질이 모두 벗겨지고 벌건 몸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나무를 사철 푸른 나무로 알고 있지만, 봄날의 건강한 소나무는 새로운 잎을 키워내면서 연한 빛나는 초록빛을 띱니다. 하지만 올 봄에 그렇게 새 잎을 키워내는 소나무를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텃밭쪽 소나무들은 주사약도 한번 맞아보지 못한 것들입니다.
대학 뒤편 금정산쪽 소나무들은 지난 겨울부터 몸통에 예방주사를 꼽고 있었습니다.
솔숲에 나무들이 하얀 주사를 모두 꼽고 서 있는 모습은 참 무어라 말하기 힘든 느낌을 주었습니다. 요사이에 가보면 주사병은 모두 뽑고, 작은 표식을 달고 있습니다.
“재선충 예방약 주입 소나무” 그렇게 말입니다.
지난 석가탄신일에 경남 양산에 있는 통도사에 다녀왔습니다.
그 사찰로 들어서는 길가에는 아름다운 솔숲이 있습니다. 영취산자락에 암자들도 여럿있습니다.
나들이 하기 화창한 날이었고, 축제일을 맞아 온통 들떠있는 그곳에서도 소나무들은 어김없이 병들어 보였습니다. 한눈에 우리 텃밭가는 길의 소나무들과 다르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냥 뉴스에서 항공방제를 하는 모습을 보고, 그저 소나무재선충이란 게 있구나 .. 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소나무에이즈, 소나무 암이라는 불리는 재선충은 실제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에이즈나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같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오월이라기에 너무나 무더운 요즈음의 날씨가 무심히 느껴지지 않습니다.
통도사를 돌아나오는 고속도로 진입로에 대형광고판에 “소나무를 살립시다” 글귀가 선명합니다.
소나무를 살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소나무를 살리려는 시도는 소용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숲은 원래 침엽수림에서 활엽수림으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배우긴 했는데...
이렇게나 가슴 아프게 한꺼번에 병들어 가는 소나무의 죽음.
소나무가 사라진 숲에 잎 넓은 참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겠지요.
그저 우리땅의 수목지형이 변하는 것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지난 밤 오월의 무더위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앙상하게 병든 소나무만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그 느낌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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