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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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뭔가 재미는 일을 꾸미려고 하던, 그리고 때로는 나의 참여를 자극키도 하던 그가 조만간 직장을 그만둘 거라고 꽤 오랫만에 연락을 했왔던 것이 지난해 늦가을입니다.
작업의 단서는 건축 전문지의 편집장으로 일하면써 쌓아온 자신의 네트워크라는 것 정도. 직장을 그만 두게 되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보겠다는 생각이길래, 진심으로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전하면서, 부럽다는 마음은 전하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전한 소식들은 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것. 수술은 잘 끝났지만, 암 환자들이 거쳐야 할 약물 치료를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별다른 말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봄이 되자, 힘든 겨울을 보냈을 그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사찰에 머물면서 요양중에 있으며, 가끔 밖으로 나갈때는 모자를 쓰고 다니고 있다고. 그런데, 내가 와보면 좋을 파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이름도 낯선 <페차쿠차 나이트-서울>.
파티의 컨셉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 중 선별된 12명이 자신의 작업에 대하여 20/20 룰을 갖고 발표를 하도록 한다는 것, 참여에는 제한이 없고, 그리하여 창조를 자극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는 것. 그런데 파티는 이미 전세계 50여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행사라는 것.
그리하여, 지난 4월 18일, 홍대 앞 클럽 로보에서 진행된 <페차쿠차 나이트, 서울>에 갔습니다.
1회 파티로 흥행을 고려하다보니, 선발된 프레젠터들은 이미 지명도를 갖춘 분들이었고, 그들은 대체로 충실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행사의 열기를 더한 것은 색다른 시도에 여기저기서 몰려든 관객들-주로 건축, 디자인, 아트 분야 종사자 또는 학생들-이었고, 그들은 그 발 디딜틈 없는 좁은 공간을 떠나지 않고, 장시간 환호하고 박수치며 마음을 열었습니다.
여느 행사가 그렇듯 아쉬움이 없을 수 없는 행사였지만,
그 곳은 웹 2.0으로 대변되기도 하는 '개방', '참여', '소통'의 또다른 현장이었으며,
저는 그곳에서
케빈 로버츠가 말한 '시소모'의 세상을 보았고,
롤프 예센이 말한 '드림 소사이어티'의 단서 또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물론 함께 작업한 여럿을 포함한- 그 한 사람의 승리를 보았습니다.
그날 파티장을 떠나면서, 전하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친구, 멋지게 해냈어! 이제 시작이야!'
<페차쿠차 나이트-서울> 2회 파티가 6/26(화) 대학로 정미소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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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넷 정보 ★★★★
<페차쿠차 나이트, 서울>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소리를 의미하는 일본어(pecha kucha)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파티는 도쿄에서 왔다고 하네요. 영국 출신의 건축가 부부 아스트리드 클라인과 마크 다이삼, 두 사람이 흔치 않은 장소로 다녀온 여행 사진을 동료들과 나눠 보고 싶다는 욕망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몇 번의 실험을 거쳐 서서히 꼴을 갖춰갔다고 합니다. 지금은 런던과 암스테르담, 방콕 등 세계 50개 도시에서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한두 달 간격으로 모여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는 자리로 확산되었구요. 클럽, 극장, 야외 공원 등 도시마다 장소를 달리하여 열리지만 오직 한 가지 공통점은 '20-20'의 룰을 따른다는 것입니다.무대에 선 프레젠터들은 한 장의 슬라이드를 20초씩, 총 20컷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 규칙이 생겨난 건, 설립자의 표현에 따르자면 "다른 사람이 구구절절 길게 말하는 걸 보니까 마이크를 빼앗고 싶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감 가시나요?
<페차쿠차 나이트-서울>은 '어반 파자마'라는 기획 그룹이, 국제적 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페차쿠차 나이트라는 행사를 라이센스를 얻어,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페차쿠차 나이트-서울> 공식 사이트(http://www.pechakucha.or.kr/)를 방문해 보세요.
* 저는 이번 꿈벗 모임에서 <페차쿠차 나이트> 변용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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