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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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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19일 11시 42분 등록
어제까지 모든 시험을 마치고
6년 반동안의 길~었던 대학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 나도 졸업한다! 이히~
하고..시원할 거 같았는데 왠지 섭섭함이 더 크다.
이제 사회로 뛰어들 생각을 하니 두렵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고,
설레기도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진로를 두고 고민하려니
한 친구는 날더러
그럼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다시 대학에 들어가는건 어떠냐 했다.
흠..또다시 대학생이라..그도 나쁘진 않다만, 별로 재밌을거 같진 않다.
근데 내가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넌 대체 언제 졸업할거냐"며 놀리던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니 재밌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내가 대학생신분으로 보았던 마지막 시험.
그 마지막 시험의 문제가 재밌었다.
달랑 시 한편 주고선 맘대로 비평하라는 건데,
문제로 나온 그 시가 참 좋았다.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아득한 성자> 전문



한참을 생각하고선 시에 대한 감상을 .
비평이랄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언부언하며
한장 빼곡히 썼다
답안지를 내고 돌아나오다 보니,
그냥 이 한마디 쓸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참 좋다. 나도 하루살이처럼 살아야지."
IP *.102.145.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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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6.19 12:32:09 *.209.121.43
아직 하루살이의 도를 깨치지 못한 나는,
휴가나온 이등병처럼만 살아도 괜찮을듯.
아들 애가 자대에서 두 시간 거리에 파견을 나가 있는데,
그 곳에서 휴가를 나오게 되면 왕복 네 시간을 까먹어야 한다고
징징대는군.
그 말을 들으며, 시간에 의미로 범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치솟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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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6.19 13:22:58 *.218.205.7
<아득한 성자>라는 시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그래, 인생을 잘 살려하기보단, 하루를 잘 살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우리는 너무 잊고 살아가지.
어떻게 하면 하루를 성스럽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하루가 온전히 내 '진짜 삶'의 일부가 되게 할 수 있을까?

아직 진로가 정해지지 않아 답답할 것이다.
그간 고민해온 자신의 강점에 대한 생각이 또 갑자기 많아질 것이고,
그것을 직업과 연결하는 문제는 또 다른 고민이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며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것이다.
귀자는 이제 어른이다. 어른이면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길을 정해라. 실험과 모색이 필요한 이유는, 처음이 주는 재미만을 위함도 아니요, 평생 즐겁게만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함도 아니다. 무대의 뒤는 견딜만한지, 그 만큼 간절한지, 재능은 있는지 탐색해보고 나의 길을 정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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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6.19 14:50:01 *.102.145.182
ㅋㄷㅋㄷ 휴가나온 이등병처럼 살기.
와~이것도 새로운 발견이네요.

옹박오라버니, 고마워요. 조언, 깊이 새길게요.
(근데 늘 느낀건데,
옹박오빠랑 승완오ㅃㅏ 둘이 답글달때 문체가 비슷한거 알아요?
완전 사부님 버전이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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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6.19 21:22:56 *.131.127.64
무의식중에 자식은 부모를 닮고 제자들은 스승을 닮지!
오랜만에 귀자의 글을 보니 즐겁다.

어리석은 자가 산을 넘는다는 교훈을 새겨볼 필요도 있겠다.

재주가 너무 많으면 선택하는데도 시간이 걸리지,,,
하고 싶은 것이 많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선택 자체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러커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면 결정하라’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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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6.19 23:47:10 *.70.72.121
직업... 너무 중요한 것 같아. 어쩌면 평생을 발목 잡히기도 하고...
그래서 많이 생각하고 결정한 후엔 정말 열심히 작정하고 덤벼 들어야 할 것 같애. 사랑할 때의 열병처럼... 우리가 아무리 다른 차원의 높은 가르침을 배웠다고 하나 사회의 현상을 이길만큼의 힘을 비축하고 있는 지도 약간 의문이 들기도 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결정부터 하는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전하는 거야. 귀자야.

첫사랑처럼 첫 직업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아. 한번에 올인할 수 있다면야 금상첨화겠지. 그런 복이 있길 바래. 쉽게 정한 직업도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다. 애증의 관계처럼. 그래서 하루살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러면 더 절실하고 간절하게 자신에게 더 다가가고 중요한 핵심을 찾아나가기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우리가 하루만 산다면 어떨까, 너 작년에 일주일만 산다면 어떨까 하며 여행했었잖아.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너무나 쉽게 흘려버리는 시간, 살아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죽여버린 시간, 하루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 채 하루를(인생을) 종처버리고 마는, 천년동안의 수없이 많은 하루살이들의 일생이 있었을 시간 동안, 과연 나는 하루살이에게는(누군가는) 절실한 일생을 담을 수 있는 시간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던가, 어떻게 살아갔던가, 나의 하루하루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하루도 잘 살아보지 못하고 천년을 하루살이에게 주어진 시간처럼 24기간 쯤으로 살아온 것은 아닐까, 매일 하루살이처럼 눈 뜨고(뜨는 해) 눈 감고(지는 해) 죽었다가 다시 하루를 태어나면서도, 매일 죽어가면서도, 수없이 많은 날들을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도 죽은 것 같지 않게, 혹은 단절되지 않게, 점점이 이어져, 지루하거나 지칠 겨를 없이, 게으르거나 나태할 틈 없이, 밋밋하거나 허송 세월 하지 않고, 하루도 잘 살아보거나 하지 못한 또는 아주 절실한 매일매일을 당연하게 살아 전혀 아쉬움이라고는 없는,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천년도 너무나 금방 지나가는 것처럼 하루로 짧게 인식될 만큼 신나고 재미있게, 천년을 살아도 성자에게는 하루살이처럼 절실하기만 한, 천년을 살아도 하루살이처럼 아쉬움 남아, 천년을 살아도 아득하기만 한 성자(이중의미/ 깨우치지 못하고 아득하기만 한 하루살이 떼 모양의 어설품), 천년을 산다해도 하루를 산 것 만 하지 못한 성자, 천년 동안의 성자라 해도 하루살이 만도 못한, 하루살이 만도 못하게 사는 인간(성자)의 욕심(가치)은 천년을 산다해도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하루살이만도 못하게 하루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천년도 아득하기만한 하루살이 떼 같은 성자.

하루살이와 맞 먹는 성자의 천년동안의 삶, 천년 동안의 성자의 삶이라 한들 하루 살이만큼 절실하랴.

하루살이의 일생과 천년동안의 성자의 일생이 다르지 않고나.

이런 생각들을 해보며 A4 용지를 메우려 들었을 것 같아.

하루살이 만큼도, 단 하루도 절실하게 살아보지 못하고 천년을 살아도 하루 살이만도 못하게 아득하기만 한 인간의 한계(어리석음).

* 삶은 시간이 아니라 내용이다. 무엇을 어떻게 의미부여 하고 살다 가는가 하는.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하루살이의 비유와 보다나은 삶을 추구하고픈 철학의 필요성(성자의 고뇌)

나는 이렇게 밖에 정리가 안 되네. 빈칸 채우기라면 좋았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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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7.06.20 09:20:33 *.200.97.235
이제 좀 여유가 생겼네요. 굵직굵직한 2개의 일이 끝나서 말이죠^^ 귀자님의 졸업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저러나 전 다시 대학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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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6.20 10:01:33 *.149.18.15
백산님 말 맞습니다, 맞고요~
저한텐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대한
확신이 더 필요한 거 같아요.

써니언니..ㅎㅎ 언니가 아예 답안을 작성해주셨네요.
무슨말인지 살짝 알아듣기 힘들거 보니 제가 쓴거랑 비슷한 것도 같고요. 언니말대로 배우기만 하는건 한계가 있는거 같아요. 직접 해보지 않은 이상 머리속에서만 뛰어노는 생각은....

근데 간디님, 대학 가세요? 우왕~
뵌지도 넘 오래되어 뵙고 싶네요.
가까운 날 잡아서 밥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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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6.20 10:19:31 *.254.31.119
귀자님 잘 아시지요?
세상은 시작도 끝도 없다는 것을^^*
늘 좋은날 만드시는 과정에 옹박의 박수가 있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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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7.06.20 17:11:14 *.57.36.34
귀자야 축하해

졸업의 진정한 의미는 또 다른 시작이니
지금부터가 문제지

이미 예행연습 많이 했으니 사회를 잘 헤쳐나가리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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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참
2007.07.06 09:54:58 *.100.159.37
어떻게 살아야 당장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는걸까....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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