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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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선생님께서 '마음을 나누는 편지'에 쓰신 덧글에서 보고, 갑자기 흥이 일어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워낙 감나무를 좋아해서, 이미지가 연결이 된 것같습니다.
---------------------
지낭개 홍씨
가을이 깊어
서리도 한 두 번은 내린 그런 계절이야
감꽃 주워 목걸이 만들던 아이가 떠나고
반짝이며 빛나던 감잎도 떨어지고
흐드러지게 달렸던 감도 다 수확했어
검은 색으로 드러난 감나무 둥치에
이제 남은 것이라곤
달랑 서 너 개뿐,
저 높이 달린 감은 까치밥 하자,
까치도 먹고 살아야지.
옆집으로 뻗친 가지에
저기 저 유독 빨갛고 수줍게 익어가는 것은
홍씨 만들어볼까
익을대로 익어
말간 속 다 보여줄 때,
잠자리망으로 살살 달래어 따는거야
아무리 별미라한들,
지낭구홍씨를 지가 먹는 놈처럼
가난한 인간은 없을꺼야
죽은듯 숨죽인 나뭇껍질 사이로
비죽비죽 비집고 나온
꽃등같던 어린 잎,
안팎으로 뒤집으며 반짝이던 잎사귀들,
천 개의 손을 받들어 햇빛을 연모하던 시절,
비린내나던 땡감을 넘어,
이제 겨우 도달한 투명함,
안팎없이 하나가 된 소통,
그 보드라운 속살을
어떻게 내 입에 털어넣겠어
가장 소중한 것을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줄 때
그 때
지낭개 홍씨는 완성되는거야
너에게로 내미는 팔에
오소소 돋는 소름,
조용히 달려가는 서늘한 전류,
그 때에야 비로소
지낭개 홍씨는 죽어서 살고,
나또한
나무낭개 홍씨를
받아먹을만한거야.
IP *.209.121.29
워낙 감나무를 좋아해서, 이미지가 연결이 된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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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낭개 홍씨
가을이 깊어
서리도 한 두 번은 내린 그런 계절이야
감꽃 주워 목걸이 만들던 아이가 떠나고
반짝이며 빛나던 감잎도 떨어지고
흐드러지게 달렸던 감도 다 수확했어
검은 색으로 드러난 감나무 둥치에
이제 남은 것이라곤
달랑 서 너 개뿐,
저 높이 달린 감은 까치밥 하자,
까치도 먹고 살아야지.
옆집으로 뻗친 가지에
저기 저 유독 빨갛고 수줍게 익어가는 것은
홍씨 만들어볼까
익을대로 익어
말간 속 다 보여줄 때,
잠자리망으로 살살 달래어 따는거야
아무리 별미라한들,
지낭구홍씨를 지가 먹는 놈처럼
가난한 인간은 없을꺼야
죽은듯 숨죽인 나뭇껍질 사이로
비죽비죽 비집고 나온
꽃등같던 어린 잎,
안팎으로 뒤집으며 반짝이던 잎사귀들,
천 개의 손을 받들어 햇빛을 연모하던 시절,
비린내나던 땡감을 넘어,
이제 겨우 도달한 투명함,
안팎없이 하나가 된 소통,
그 보드라운 속살을
어떻게 내 입에 털어넣겠어
가장 소중한 것을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줄 때
그 때
지낭개 홍씨는 완성되는거야
너에게로 내미는 팔에
오소소 돋는 소름,
조용히 달려가는 서늘한 전류,
그 때에야 비로소
지낭개 홍씨는 죽어서 살고,
나또한
나무낭개 홍씨를
받아먹을만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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