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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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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5일 02시 17분 등록
7개월간 진행되어 왔던 프로젝트가 지난 달에 종료 되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언제 또 투입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한주는 그렇게 지나갈 것 같다.

난생 처음 금융권 프로젝트를 경험 해보기는 했지만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업무 자체가 워낙 쉬웠기 때문인가보다. 2차 방정식 정도는 충분히 풀 수 있는데 사칙연산에 관한 문제만 풀라하니 의욕이 날리 없지 않은가.

하긴.. 1월에 윤섭이 태어난 것을 감안하면 천만다행인지도 모른다. 어렵지 않은 업무를 맡는 바람에 거의 매일 칼퇴근이 가능했고 퇴근 후에 어느 정도는 아이를 봐줄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쉽게,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허무하게 7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그 사이 윤섭이다 쑥쑥 잘 자라서 어느덧 몸무게가 9kg에 육박할 정도가 되었다. 틈만나면 안아달라고 조르는데 아마 내 팔뚝 힘이 무한할 것이라 생각하나보다. 징징대며 졸라도 가끔 힘에 겨워 그냥 적당히 안는 시늉만 하면 내심 서운해 할 것도 같다.
그래도 아내가 복직해서 회사에 출근하게 되면 아이가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을 했건만 생각 이상으로 적응을 잘해주고 있다. 퇴근해서 돌아올 때까지 두분이 번갈아 봐주시는데 어느 덧 그 시간도 3개월이 흘렀고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줘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갓난 아이를 둔 아빠임에도 참 잘도 놀러 다녔다. 연구원 수업, 꿈벗 모임 때도 빠지지 않았고 번개라는 이름으로 모인 술자리가 생겼다 싶으면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그렇게 함께 한 시간들이 즐거웠고 아내의 배려가 고마웠다.

무난한 생활이다. 하루하루가 큰 탈 없이 지나가고 별다른 걱정꺼리도 현재는 없다. 아이 잘 커주고 아내와의 관계도 좋고 주변 사람들과도 허물없이 잘 지내고 있다. 카메라도 큰 맘 먹고 새로 장만하여 예전보다 훨씬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요건이 갖추어졌다. 그런데 문득 그 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절대로 배부른 소리가 아니다.

아마도 일과 관계가 많을 것이다. 누구는 기저귀값 벌려면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하는데 엄연히 현실이기는 하지만 난 그런 목적으로 하는 일이라면 많이 비참해질 것 같다. 아직도 정신 못차린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남 의식해서 그렇지 않은 척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의외로 이런 경우에 참 난감하다.

요즘 나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과거에는 어떤 것들이 나의 관심을 사로 잡았던가 되돌아 보게 된다.
야구에 흠뻑 빠져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관련 규칙을 꿰차게 되었고 직접 야구를 하는 지경까지 갔다. 리코더 연주에 푹 빠진 적도 있었고 컴퓨터가 주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때도 있었다.
단순히 나이 탓인가.. 과거의 몰입경험이 그로부터 5~10년 혹은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경험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인지는 판단이 서질 않는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책을 읽어도 그리 큰 감흥이 오질 않고 글을 쓰면서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인가 하며 방향을 잃곤 한다.

언제 다음 프로젝트에 투입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내심 다음달 몽골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프로젝트에 투입되자마자 휴가를 낼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기에.. 그렇다고 그때까지 지금처럼 아무 업무에도 투입되지 못한다면 그것도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근황과 요즘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봤다. 좀 더 정리된 글을 쓰고픈 욕구도 있지만 그 바람에 계속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경험이 반복되어 그냥 써버린다.
IP *.142.17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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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7.05 06:35:16 *.253.249.89
재동의 글을 읽으면 천부적으로 타고 난 글쟁이 라는 생각이 든다. 힘들이지 않고 스윙하는 푸로 골퍼의 모습과 같다고 할까. 그런데 글속에 무한한 고집이 보인다. 하기 싫으면 절대로 하질 않는 깐깐함이 그게 재동이의 멋이기도하고 때로는 발전을 크게 저해 하리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덧글을 단다.
재동군!
싫어도 글을 써 보았으면, 하기싫은 일속에서 때로는 명작이 표출하기도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은 좋은 것만으로 살수 없 질 않을 까?
~그대의 무한한 발전을 기대하는 사람이 잠시 들렸다 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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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동
2007.07.05 10:39:55 *.141.102.28
좋은 얘기 들으니 좋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하지만 당부하신 말씀은 실천해 보도록 힘써 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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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7.07.05 11:10:00 *.180.220.85
재동님, 근황 잘 읽었습니다. 구본형 사부님의 책 제목 중 "일상의 황홀" 이라는 책이 있죠. 그런데 그 제목이 요즘 제게 얼마나 다가 오는지 모릅니다. 일상에서 황홀을 찾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너무 일상을 과소평가하여 그야말로 이벤트를 찾아 떠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벤트는 이벤트 일 뿐입니다. 결국 일상으로 빠져들고 말테니까요!! 그래서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고자 우리가 여기에 모여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키우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저는 몽골에서 우리 첫아이가 왜 그렇게 보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내리 사랑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가 봅니다.

서울에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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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7.05 11:54:41 *.209.113.6
글을 읽다보니, 보통 '직장인 사춘기' 로 표현되지만,
사실은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존재와 소명과 신나는 인생에 대한 추구요 질문이라고 여겨지네요.

그런 것을 못 느끼는 사람이 더 이상하지요. ^^


사진과 악기... 좀 더 후벼파서,
신재동의 몸에 붙이는 재능과 매력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것으로 재미있게 살 수 있고, 타인과 연결되는 고리가 되고,
나아가 관심사를 집약해, 얏! 하고 도약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고 봐요.

도대체 언어 말고는 아무런 도구가 없어서, 정말 한심한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에요. 그나마 언어로 무얼 이룬 것도 없고, ^^

살아보니, 나를 표현하고, 위로하고, 몰두할 수 있는 도구가 굉장히 소중해져요. 가끔씩 헤매고 힘들어하다가도,

다시 '글쓰기'가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처럼,

재동씨의 그 무엇이 다시 재동씨를 일으며 세워줄 거에요.

우선은 속 마음이 풀릴 때까지 정돈되지 않았어도 글로 마구 풀어내봐요.

위의 정화씨 글에 단 댓글에서
재동씨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네요.

아주 좋은 글감인 것 같은데요.^^

"늦었다 싶은 나이에 악기를 다시 집어든 이유와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친구가 필요한 때. 사람이든 다른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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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
2007.07.05 19:03:18 *.183.177.20
7개월짜리 프로젝트 끝나서 좋겠수! 나는 8개월짜리 프로젝트 이제 막 시작했는데...^^;;
여기서 글한편 읽고 답글 다는게 얼마만인지 몰라요.
아침에 배달된 한선생님 메일을 아직 읽지도 못했으니.. -_-;;
직장다니며 가장 바쁜 나날들이 아닌가 싶네요.

형처럼 근황을 길게 적을 순 없지만,
나도 잘 살고 있다는 거!
쪼금씩이지만 원고도 계속 쓰고 있다는거! (-_-a
우리 "공주님"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는거!! ㅋㅋ

쫌 살만하면 한잔해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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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7.05 23:39:42 *.131.127.64
인간사가 그런것 같아,

자신이 가진 모든것보다
가질 수 없는 단 하나에 집착하는 그런...

나는 재동과 정반대로 무위한 일상을 꿈꿔...
있으나 마나한 ,,

아무의 눈에 보여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벌 볼일없는 그런...

범사에 감사하는거, 비싼댓가를 치르고
내가 배운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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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동
2007.07.06 13:07:43 *.141.102.11
하고픈 말 많지만..
반갑고 고맙다는 인사로 제 마음을 표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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