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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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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2일 02시 25분 등록
잠깐 최근의 근황을 다시 자세하게 설명 드려야겠다.
요며칠 변경연에 관련된 분들께 근황에 관하여 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경우에 자주 맞닥 들이게 되는데 조금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난 현재 S라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 그 회사 직원인 것이다.
그 회사는 쉽게 말해 'IT인력 파견업체'이다. 정부기관, 금융기관 등에서 IT 인력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내 경력으로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나의 이력서를 회사 쪽에서 접수한다. 그리고 서류가 통과되면 해당 고객사에 가서 면접을 보게 되고 면접이 통과 되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해당 고객사와 내가 속해 있는 회사 간에는 인력 파견에 대한 계약을 맺고 그와 관련하여 금액이 오갈 것이다. 프리랜서라면 그 금액의 크고 작음에 따라 프로젝트 급여액이 달라질 수 있지만 나는 회사의 정직원이기 때문에 그 크기에 상관없이 매월 일정한 금액을 받는다.
바꿔 말하면 회사 쪽에서 나를 파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내게는 매월 일정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런 상황에 있다. 지난 6월달에 프로젝트 하나가 종료되었고 회사에서는 나를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 물색중이다. 보통 다른 회사의 경우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될 때까지는 본사 출근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내가 속해 있는 회사의 경우 본사 출근이 큰 의미가 없어 현재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아침에 갈 곳 없어 여기 저기 떠돌아 다니다가 저녁 무렵 조금 일찍 집에 들어오곤 하는 외형상 백수 비슷한 생활을 며칠 째 계속 하고 있다.
이 얘기를 듣는 사람마다 무지 좋겠다며 부러워 하곤 한다. 놀면서 돈 받는 격이니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그렇게 마음 편하게 생각하면 그만일지도 모르겠는데 무슨 기질 때문인지 난 그런 상황이 마냥 편하지가 않다.

그 사이, 지난 주부터 어제까지 몇 건의 면접을 보게 되었고 아직까지는 계속 미끄러졌다. 그런데 면접 하나하나 볼 때마다 뭔지 모르게 스스로 불편해진다.

평소 항상 점잖게만 말씀하시던 이사님께서 어제 면접 결과에는 약간 불만을 나타내셨다. 자신있게 하라신다. 면접관이 내게 자신 없어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하시며, 경험해 보지 않은 업무라도 알고 보면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며 설령 그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럴 경우에는 또 다른 프로젝트로 옮기면 된다면서 약간 높은 톤으로 말씀 하셨다.

참 오랜만에 듣는 얘기다. 자신 있게 하라는....
한참 인생의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을 때 지겹도록 들었던 얘기. 상승곡선을 그리면서는 잘 보이지 않아 잊고 있었는데 그것이 - 자신감의 문제 -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강점 탐험 체험기'라는 것을 쓰려 했으나 애초에 생각과 달리 체험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뻔뻔함을 무릅쓰고 계속 진행할까 말까 고민중인데 Strength Finder 로 검사한 나의 강점 테마중 '신중함'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항상 너무 강하게 작용하여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면접 건도 그런 경우다.

이 시점에서 애초에 쓰고자 했던 '강점 탐험 체험기'의 결론을 그냥 얘기해 버려야겠다. 자신의 강점을 강점으로써 활용하려면 강점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감 내지 자기애가 저변에 깔려 있어야 하고 아울러 힘(energy)도 필요하다고 본다.

작년 가을 쯤이었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을 때 사부님께 이력서 검사를 '당한' 적이 있다. 나는 소개서에 나를 '중급 프로그래머'라고 기술 했는데 사부님 보시더니 '고급'으로 바꾸라 하셨다.
내게는 그 쟝면이 단순히 넘어가지 않는다. 그 장면을 떠나서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 결과적으로 정확한 모습이든 아니든 - 스스로를 깎아 내리는 오래된 습성이 있다. 화려한 포장지로 물건의 실체를 감추는 것을 싫어하고, 과장된 언어나 몸짓으로 자신의 실제보다 이미지를 부풀려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부류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 가고픈 점도 있긴 하다.
(초아 선생님 보시면 또 한고집 한다 하시겠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런 문제는 아닌 듯 하다. 도덕적 강박관념도 아닌 것 같다. 아직도 내겐 '증오 해야 할' 대상이 남아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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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면접 후 조금 일찍 귀가하여 밥을 짓고 밑반찬을 만들었다. 멸치볶음을 해봤는데 한번도 해본 적 없고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에 역시나 내가 원했던 맛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맛이 있던 없던 밑반찬이 필요한 상황이라 그냥 일을 '저질러' 버렸다. 다행히 밥이 아주 잘 지어져 오랜만에 집에서 아내와 맛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후 이상하게 피곤이 몰려와 아내도 쓰러지고 나도 쓰러졌는데 밤 12시 조금 넘은 시간에 나는 잠이 깨었고 하루를 되돌려 보다 보니 이 글을 쓰게 되었다.
IP *.142.17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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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7.12 07:30:10 *.70.72.121
고추장 멸치볶음 아님 고추 멸치볶음? 물엿은 조금 넣었나요? 언제가 내가 혼자서 한 생각. 꿈섭아빠와 음식점 하면 좋겠다는...ㅎㅎ 뭔가 역할 분담 확실히 이루어낼 것 같은 상상이 절로 들었죠. 반대테마였을까.

그래요. 최상의 강점이 자기가 만족하는 자리에 있지 않을 때의 현상 같아요. 내가 지난 번 과제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헤맸다는 거 아냐. 그러나 뭐 잘해 봐야지. 가능하지 않겠어요? 우리가 누군데. 변.경.연 사람들이잖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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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바다
2007.07.12 07:37:02 *.104.232.43
신중함이 지나쳐 하향지원으로 인생을 지내온 것 같은 내 모습과 많이 닮았습니다. 가끔은 턱걸이 수준의 지원도 해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 님은 그걸 아시잖아요. 알면 행할 수 있고 행하면 다음에 행하기는 더욱 쉬워지겠지요. <- 이건 사실 저 자신에게 매일 하는 말입니다만...

고수에게 무슨 충고을 하자는 것은 아니고, 잠시 제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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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7.12 07:47:13 *.253.249.69
"세상에서 믿을 사람은 오직 자신 뿐"
내가 재동이를 만난지 아직 일년이 되질 않았다. 처음 문경에서 통영으로 이동해서야 얼굴이 눈에 들어 왔고 가끔 쓰는 그의 간결한 문장속에서 문사의 향취를 느꼈다. 재동이는 선생님의 문하중에서 행운아다. 현숙하고 믿음있는 아내를 이곳에서 만났고 좋은 아들도 나았다. 그런데 하나의 미완은 자신의 직업이다.
나의 눈에 왜 재동이의 직업이 미완으로 보였을까? 그건 다른 사람과 달리 언젠가는 확실한 자기 품성을 따라 자신의 일을 정확히 찾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이다. 현재의 일이 재동이가 나의 길이라고 확신한다면 자신의 모든것을 던저 일에 매진 할 타입이기 때문이다.

재동군!
열심히 자신의 일을 진행해 나가세! 그리고 10년후 20년후를 그리면서 차근히 자신의 길을 걷는 것이네. 항상 자기의 변화를 새로운 일에대한 열정을 가지면서 세상의 흐름을 분석하고 인식하면서 조화롭게 일해 가게나. 그러면 언젠가 때가 올 것이다. 이일을 위해서 내가 태어났구나 하는걸 느끼면서 강하고 힘찬 발걸음을 디딜 때가 있을것이란 말일세!!

"由預 大有得 勿疑 朋 합簪"
<힘들더라도 나의 목포가 이루어짐은 의심치마라. 때가오면 돈과 인맥이 나를 도울 것이고 머리를 빗고 비녀를 꼽듯이 매사를 성취한다.>

재동군!
자넨 좋은 글을 써서 알릴 수 있는 문사의 재질을 타고 난 것에 비해 자신감이 적은 것이 흠이라네

"자길 믿어라 자기가 자신을 믿지 못하면 세상에 믿을 자가 어디 있으랴"

부디 넘치도록 건방저 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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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7.12 09:03:12 *.209.103.60
구체적인 현장 분위기를 모르지만, 일단 프로젝트 별로 면접을 본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많을 것같아요. 또 모르긴해도 IT 쪽 정년이 이르다는 소리도 들은 것같구요.

그렇게 완곡하게 말해주는 이사님이 있다면, 당분간 이 직장에 올인하되, 그까짓것 면접에서 원하는 것을 마스터 해버리면 어떨까요.
어차피 몇 개월짜리 프로젝트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를 해서라도 회사와 고객사를 만족시켜주는 거에요.

그대신 속마음으로는,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내 일을 찾아 치열하게 몸부림쳐보는 거죠. 그 원칙은 지난 번 꿈벗 전체모임 때 소장님 강의에 전부 들어있다고 봐요.

그 원칙을 현실과 조응시키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지요.
지금부터 몇 년을 이 작업에 투자하더라도, 늦지 않았어요.
'나답게 살기' 위한, 내 삶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놓을 수 없는 작업이에요.
길게 보고, 천천히 그러나 뚜벅뚜벅 걸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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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놈
2007.07.12 09:21:17 *.126.57.198
낮시간이 한가한 줄 몰랐네.
담 주에도 한가하면 나랑 숲에 함 안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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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2007.07.12 17:37:56 *.244.218.8
왠지 재동님 글 읽으면 미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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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동
2007.07.13 00:44:59 *.142.170.82
많은 분들의 격려가 힘이 됩니다. 그 힘을 받아서인지 다음주부터 다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워낙 유동성이 큰 직업이라 또 어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요.
행복숲 구경은 또 미뤄지게 생겼네요.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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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7.07.13 12:34:20 *.75.15.205
위기를 빨리 느껴보는 것도 자기계발에 혁명적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러 긴장된 마음이 무겁기도 하겠지만 그로인해 발전의 방향을 잃지 않고 더한층 꿈과 현실을 아우르며 균형감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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