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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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술과 마음을 연결시키기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술의 낭만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술은 정말 쿨한 거다. 술은 술이다. 술을 해독하는 방법은 후회밖에 없다. 그게 술에 대한 내 철학이다. 나는 술 때문에 로맨틱해진다는 것을 안 믿는다. 술은 스스로를 실제로 괴롭힌다. 그래도 술을 마시는 이유? 그런 거친 상태에 자신을 방목하는 것,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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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으로 유명한 가수이면서, 하얀거탑에서 놀라울 정도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 김창완이 한 인터뷰에서 술에 대한 생각을 언급했다.
평소에 술을 무척 좋아하는 김창완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생각할 줄은 몰랐다.
술은 쿨한 것이다.
맞다.
술은 술일 뿐이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술이 약간 취한 상태에서의 기분좋은 대화 때문이다.
술먹은 다음 날의 괴로움과 후회를 생각하면 자제하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지리산 칡즙을 사두었다.
그걸 마시면 한결 숙취가 빨리 해소된다.ㅎㅎ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는 이유가 참 멋지다.
거친 상태에 자신을 방목한다니.....
참 자유롭게 산다.
나도 가끔 동이 터올 때까지 마시고 싶을 때가 있는 걸 보면 그런 방목을 원초적으로 좋아하나보다.
이번 주는 새벽까지 방목을 두번이나 했다.
오늘은 아내의 눈치코치로 인하여 일찍 들어왔는데 술에 대해 쓰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보면 어제 마신 술이 나의 뇌 속에 몇 방울 아직 남았다보다.
보우너스, 강산에 노래 한번 감상하시라. 술이 댐빌라나..
하루아침 눈을 뜨니 기분이 이상해서
시간은 열한 시 반
아 피곤하구나
소주나 한잔 마시고
소주나 두잔 마시고
소주나 석잔 마시고
일어났다
할 말도 하나 없이 갈데도 없어서
뒤에 있는 저 언덕을
아 올라가면서
소리를 한번 지르고
노래를 한번 부르니
옆에 있는 나무가
사라지더라
배는 조금 고프고
눈은 본 것 없어서
광복동에 들어가
아 국수나 한 그릇 마시고
빠문 앞에 기대어
치마 구경하다가
하품 네번 하고서
집으로 왔다
방문을 열고 보니
반겨주는 개미 세 마리
안녕하세요 강선생 하고
아 인사를 하네
소주나 한잔 마시고
소주나 두잔 마시고
소주나 석잔
마시고 보니
소주나 네잔 마시고
소주나 다섯잔 마시고
소주나 여섯잔
마시고 보니
소주나 일곱잔 마시고
소주나 여덟잔 마시고
소주나 아홉잔 마시고
더 이상 못 먹겠다
-강산에 '하루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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