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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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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0일 22시 44분 등록

흔히 사람들은 술과 마음을 연결시키기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술의 낭만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술은 정말 쿨한 거다. 술은 술이다. 술을 해독하는 방법은 후회밖에 없다. 그게 술에 대한 내 철학이다. 나는 술 때문에 로맨틱해진다는 것을 안 믿는다. 술은 스스로를 실제로 괴롭힌다. 그래도 술을 마시는 이유? 그런 거친 상태에 자신을 방목하는 것,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

산울림으로 유명한 가수이면서, 하얀거탑에서 놀라울 정도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 김창완이 한 인터뷰에서 술에 대한 생각을 언급했다.
평소에 술을 무척 좋아하는 김창완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생각할 줄은 몰랐다.
술은 쿨한 것이다.
맞다.
술은 술일 뿐이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술이 약간 취한 상태에서의 기분좋은 대화 때문이다.
술먹은 다음 날의 괴로움과 후회를 생각하면 자제하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지리산 칡즙을 사두었다.
그걸 마시면 한결 숙취가 빨리 해소된다.ㅎㅎ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는 이유가 참 멋지다.
거친 상태에 자신을 방목한다니.....
참 자유롭게 산다.
나도 가끔 동이 터올 때까지 마시고 싶을 때가 있는 걸 보면 그런 방목을 원초적으로 좋아하나보다.

이번 주는 새벽까지 방목을 두번이나 했다.
오늘은 아내의 눈치코치로 인하여 일찍 들어왔는데 술에 대해 쓰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보면 어제 마신 술이 나의 뇌 속에 몇 방울 아직 남았다보다.

보우너스, 강산에 노래 한번 감상하시라. 술이 댐빌라나..


하루아침 눈을 뜨니 기분이 이상해서
시간은 열한 시 반
아 피곤하구나
소주나 한잔 마시고
소주나 두잔 마시고
소주나 석잔 마시고
일어났다

할 말도 하나 없이 갈데도 없어서
뒤에 있는 저 언덕을
아 올라가면서
소리를 한번 지르고
노래를 한번 부르니
옆에 있는 나무가
사라지더라

배는 조금 고프고
눈은 본 것 없어서
광복동에 들어가
아 국수나 한 그릇 마시고
빠문 앞에 기대어
치마 구경하다가
하품 네번 하고서
집으로 왔다

방문을 열고 보니
반겨주는 개미 세 마리
안녕하세요 강선생 하고
아 인사를 하네
소주나 한잔 마시고
소주나 두잔 마시고
소주나 석잔
마시고 보니
소주나 네잔 마시고
소주나 다섯잔 마시고
소주나 여섯잔
마시고 보니
소주나 일곱잔 마시고
소주나 여덟잔 마시고
소주나 아홉잔 마시고
더 이상 못 먹겠다
-강산에 '하루 아침'-

IP *.227.20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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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2007.07.20 23:10:08 *.70.72.121
이 남자 술이 덜깬 모냥일세. 심상치가 않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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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7.21 02:04:12 *.72.153.12
난 술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더라. 그래서 술이 좋아.
선배 그런데, 전 혼자는 절대 안 마시거덩요. 방목할 때 끼워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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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07.21 06:06:36 *.128.229.230
그 만큼 방목했으면 되었다. 건강과 가정으로 복귀하라. 너무 자주 울타리를 넘어 밖으로 나다니지 마라. 지리산 칡즙도 너무 믿지 마라. 일주일에 한번을 넘지 마라. 한꺼번에 너무 퍼 마시면 오래 즐기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 죽을 때 까지 좋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마시는 것도 아름답지 않느냐. 그 좋은 술이 독이 되게 하지 마라. 술에 대한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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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7.21 10:05:09 *.227.204.113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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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7.21 13:52:06 *.209.114.145
한국사람은 술 한 잔 해야 비로소 사람같다는 말에 동의하는 편이거든요. 쓰잘데 없는 자기검열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자기표현이 가능해지는 측면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술 한 잔 하고 풀린 상태에서 자연스러워진 내 모습을 피드백해보니, 앞으로는 술기운 없이도, 만남과 발견, 표현과 보듬기가 가능할것도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 만남의 소품으로 술이 필수품이라는 생각이 드는걸보면, 술~~ 감칠맛나는 일상의 양념이 아닐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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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2007.07.22 00:18:35 *.223.191.38
미치겠다. 오늘 영남모임에 갔다가 일이 있어 제대로 참석도 못하고 포항으로 복귀했다. 지금은 국가에서 추진하는 '로봇랜드' 사업신청서를 적고 있다. 지금 그 잘먹는(?) 술을 한잔하고 싶다. 왜 술만 마시면 그냥 잠이 오는지? 남들처럼 동녁에 해 뜨오르는 것을 보면서 술 마실수는 없는지? 오늘 소주 한병 시켜놓고 병곤도 보고싶고, 사부도 보고 싶다. 아!!!! 술 마시고 싶은 밤이다. 사람이 그리운 밤이다. 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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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7.22 12:23:28 *.227.204.113
어제는 모처럼 직장동료 내외와 아이들이 저희 집 근처에서 모여서 한잔 했습니다. 2차는 저희 집에 와서 지리산에서 사온 차 한잔하고 헤어졌는데 아, 명석 누님말처럼 이렇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더군요. 청소 다하고 아내에게 칭찬받으니 어깨가 들썩들썩...

옥균이 형, 진짜 형 보고 싶다. 술 한잔 안했는데도 형 글에서 술 냄새가 물씬 나는구려. 8월에는 영일만으로 달려갈테니 그 때까지 쪼께 참고 계시랑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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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7.22 18:23:28 *.232.147.203
ㅎㅎㅎ 형이 삘 받을 만 한 글이네요.
일주일에 한번 넘는지 않넘는지 감시했다가 사부님께 보고하겠습니다.
졸업생을 챙기는 것이 현 조교로서의 역할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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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7.22 22:50:10 *.227.204.113
옹박, 너 이제 정녕 나하고 술마시기 싫은거냐? 조교는 반장(monitor)이 아니라 서포터즈(supporters)다. 기찬이한테 잘 배우고 오너라. 내가 젤 싫어하는 인간 유형이 기회주의자라는 걸 여지껏 몰랐느냐? 곧 심판의 날이 다가올 것이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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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2007.07.23 13:52:42 *.56.151.105
술을 해독하는 방법은 후회밖에 없다..가 제 마음을 뒤흔듭니다. 훗.
그래도 간간히 퇴근후 집에서 반겨주는 시원한 캔맥주가 이 여름엔 짱입니다~!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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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7.25 11:30:23 *.227.204.113
야옹아~ 잘 지내냐? 보고잡다. '뱅곤 오라버니~'라고 깔깔하게 부르는 너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그리운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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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혼
2007.07.27 10:32:24 *.253.120.201
(한참 적었는데 Tap키누르고 엔터쳐서[이 죽일놈의 습관] 다 날아갔습니다...ㅠ.ㅜ) 뱅곤님 글 잘 보고갑니다... 술 저도 창완아저씨 말마따나 방목까지는 아니여도 잠깐 저를 놔놓는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합니다... ^^ 담엔 저도 함꼐 자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아까 댓글의 골자는 이게 아니였는데... 망각의 동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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