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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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다시 몽골에 가게 되었다.
2004년 7월에 12박 13일의 일정으로 갔던 곳. 그 여행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이며 시간이 되었다. 나의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 곳을 가게 된 사연 때문에, 그리고 그곳을 다녀온 뒤로 확 달라진 나의 인생 행로 때문에 더 잊을 수 없었던 여행. 그 곳을 3년 만에 다시 가게 된다.
두 달 전쯤인가 3기 연구원 해외 연수지가 몽골로 결정 된다고 할 때만 해도 그 사실은 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함께 가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함께 것이 자연스레 기정사실화 되었다. 우선 집에서 아내가 으레 함께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여행 모임 준비에 얼굴을 내밀고 하니 어느 순간 나도 함께 가는 것으로 그냥 정해져 버렸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자꾸 마음이 변하여 어떻게든 가야겠다 싶었고 10일 후면 또 그 곳에 닿게 된다.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새로 파견 나오게 된 곳의 팀장과 면접을 볼 때 몽골 여행 일정을 들며 휴가가 가능하냐고 물었는데 확답을 해주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분께서 나름대로 배려해 줬고 그 날 이후로 더 이상 여행을 함께 못할까 봐 마음 졸이지 않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그냥 여행이 아니라 연구원 수업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나의 강점'이라는 테마로 그 곳에서도 수업이 진행될 것인가 보다.
나는 3기 연구원이 아니고 客 신분이라 그 수업은 나와 무관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점이라는 테마에 자꾸 끌렸다. 그래서 이왕 함께 하는 시간이니 나도 과제물 비슷하게 글 하나를 작성 해보자 했다.
쓰려다 말았지만 얼마 전에 ‘강점 탐험 체험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하나 올려 두기도 했으니 이 참에 그때 하려고 했던 것을 다시 진행하는 의미도 함께 부여하면서 며칠 간 공을 들여 써봐야겠다. 제목은 체험기지만 강점을 찾기 위한 모습을 그린 과정과 실제 강점 혹은 기질에 관한 글이 뒤섞여 버릴지도 모르겠다.
* 강점에 주목하게 된 계기
학창 시절만해도 내 강점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무난하게 지냈고 공부도 그럭저럭 했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성실함을 인정 받았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연애도 못하고 가끔 손해를 보는 불편함도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생활에 장애가 될 만큼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약점만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허둥대곤 했다. 종종 불평이 들려왔는데 어떻게 해야 그러한 불평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시간이 흐르면 차츰 좋아지리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예를 들면 난 행동이 느린 편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 했을 때 바로 몸을 움직이기 보다는 일단 머리로 한번 생각하고 움직인다. 그러니 동작이 굼뜬 편이고 옆에서 보는 사람은 답답해서 가슴을 친다. 그리고 이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연장을 잘 다루지 못하는 편이다. 아마 경험 때문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 망치질, 톱질, 십질 등 공구를 가지고 하는 일을 야무지게 하지 못한다. 어릴 때 그런 것들을 별로 만질 기회가 없었기에 그런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첫 번째 직장과 두 번째 직장 모두 몸을 기민하게 움직이고 공구를 잘 다뤄야 하는 현장이었다. 지금 보면 성과가 나오기 힘든 곳에서 일을 했기에 약점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러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내가 게으름을 피운 것도 아니고 고생은 실컷 했는데 왜 그리 초라한 결과만 남아 있는 것인지....
그래서 자꾸 지난 시간을 회상해 보기 시작했다. 한때 나에 대한 자부심이 컸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때와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돌아 보았다.
그 과정은 절망 속에서 이루어졌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며 행해졌다. 불쑥 솟구치는 모멸감을 견뎌야 했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아니 내가 이해 받을 가치가 있는지 조차 의문의 대상이 되었기에 외로운 시간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과거를 회상했다. 자부심을 갖고 살던 때를 회상하고 또 회상했다. 별도로 교육 받지 않았음에도 어느 시점엔가 글을 읽을 수 있었고 리코더를 연주했고 야구도 잘했으며 한때 폭넓은 교우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컴퓨터도 혼자 독학으로 익혀 능숙하게 다뤘고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 모나지 않은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직장생활에서는 왜 그러한 좋은 점들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강점에 주목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강점에 주목했다기 보다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주목했다. 왜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고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지, 그 것은 고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고칠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했다.
남들이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맞는 얘기인지 아니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내 모습이 진짜 모습인지 알아내야겠다 싶었다.
특정한 시점은 아니지만 대략 그 때부터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는 시도를 오랜 시간(몇 년간) 계속 했다. 아마도 서른 살 무렵부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계속)..
IP *.142.149.203
2004년 7월에 12박 13일의 일정으로 갔던 곳. 그 여행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이며 시간이 되었다. 나의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 곳을 가게 된 사연 때문에, 그리고 그곳을 다녀온 뒤로 확 달라진 나의 인생 행로 때문에 더 잊을 수 없었던 여행. 그 곳을 3년 만에 다시 가게 된다.
두 달 전쯤인가 3기 연구원 해외 연수지가 몽골로 결정 된다고 할 때만 해도 그 사실은 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함께 가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함께 것이 자연스레 기정사실화 되었다. 우선 집에서 아내가 으레 함께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여행 모임 준비에 얼굴을 내밀고 하니 어느 순간 나도 함께 가는 것으로 그냥 정해져 버렸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자꾸 마음이 변하여 어떻게든 가야겠다 싶었고 10일 후면 또 그 곳에 닿게 된다.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새로 파견 나오게 된 곳의 팀장과 면접을 볼 때 몽골 여행 일정을 들며 휴가가 가능하냐고 물었는데 확답을 해주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분께서 나름대로 배려해 줬고 그 날 이후로 더 이상 여행을 함께 못할까 봐 마음 졸이지 않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그냥 여행이 아니라 연구원 수업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나의 강점'이라는 테마로 그 곳에서도 수업이 진행될 것인가 보다.
나는 3기 연구원이 아니고 客 신분이라 그 수업은 나와 무관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점이라는 테마에 자꾸 끌렸다. 그래서 이왕 함께 하는 시간이니 나도 과제물 비슷하게 글 하나를 작성 해보자 했다.
쓰려다 말았지만 얼마 전에 ‘강점 탐험 체험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하나 올려 두기도 했으니 이 참에 그때 하려고 했던 것을 다시 진행하는 의미도 함께 부여하면서 며칠 간 공을 들여 써봐야겠다. 제목은 체험기지만 강점을 찾기 위한 모습을 그린 과정과 실제 강점 혹은 기질에 관한 글이 뒤섞여 버릴지도 모르겠다.
* 강점에 주목하게 된 계기
학창 시절만해도 내 강점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무난하게 지냈고 공부도 그럭저럭 했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성실함을 인정 받았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연애도 못하고 가끔 손해를 보는 불편함도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생활에 장애가 될 만큼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약점만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허둥대곤 했다. 종종 불평이 들려왔는데 어떻게 해야 그러한 불평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시간이 흐르면 차츰 좋아지리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예를 들면 난 행동이 느린 편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 했을 때 바로 몸을 움직이기 보다는 일단 머리로 한번 생각하고 움직인다. 그러니 동작이 굼뜬 편이고 옆에서 보는 사람은 답답해서 가슴을 친다. 그리고 이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연장을 잘 다루지 못하는 편이다. 아마 경험 때문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 망치질, 톱질, 십질 등 공구를 가지고 하는 일을 야무지게 하지 못한다. 어릴 때 그런 것들을 별로 만질 기회가 없었기에 그런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첫 번째 직장과 두 번째 직장 모두 몸을 기민하게 움직이고 공구를 잘 다뤄야 하는 현장이었다. 지금 보면 성과가 나오기 힘든 곳에서 일을 했기에 약점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러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내가 게으름을 피운 것도 아니고 고생은 실컷 했는데 왜 그리 초라한 결과만 남아 있는 것인지....
그래서 자꾸 지난 시간을 회상해 보기 시작했다. 한때 나에 대한 자부심이 컸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때와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돌아 보았다.
그 과정은 절망 속에서 이루어졌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며 행해졌다. 불쑥 솟구치는 모멸감을 견뎌야 했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아니 내가 이해 받을 가치가 있는지 조차 의문의 대상이 되었기에 외로운 시간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과거를 회상했다. 자부심을 갖고 살던 때를 회상하고 또 회상했다. 별도로 교육 받지 않았음에도 어느 시점엔가 글을 읽을 수 있었고 리코더를 연주했고 야구도 잘했으며 한때 폭넓은 교우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컴퓨터도 혼자 독학으로 익혀 능숙하게 다뤘고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 모나지 않은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직장생활에서는 왜 그러한 좋은 점들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강점에 주목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강점에 주목했다기 보다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주목했다. 왜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고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지, 그 것은 고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고칠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했다.
남들이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맞는 얘기인지 아니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내 모습이 진짜 모습인지 알아내야겠다 싶었다.
특정한 시점은 아니지만 대략 그 때부터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는 시도를 오랜 시간(몇 년간) 계속 했다. 아마도 서른 살 무렵부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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