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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8일 23시 43분 등록
선생님 더운 여름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處暑처서가 지났으니 이제 여름도 한풀 꺾이고 다 지나가려나봅니다.
지난날 잠시나마 선생님과 함께 거닐었던 교정의 작은 꽃들과 담장의 코스모스가 가늘게 나부끼는 이맘때의 풍경이 곱게 아롱지는 아침나절입니다.

저는 1년간 매주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며 칼럼 한편을 쓰는 한 아담한 개인 연구소라 할 수 있는 변화경영연구소란 곳에서 연구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월과 3월에 걸쳐 20페이지 개인사와 3권의 책을 읽고 리뷰와 칼럼 쓰기를 통과하여 마침내 오랜 동안 그려오던 한 분 스승님을 찾아 모시고, 그분의 의지와 뜻이 담긴 개인대학에서 글쓰기를 한지 어언 반년이 다 되어갑니다.

8월 14일부터 20일까지 지난 한 주간은 저희 연구소의 19명의 연구원 가족들과 함께 몽골이란 나라에 액티비티가 있는 하계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천해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몽골의 뭉근머리트지역에서 높푸르고 맑디맑은 새파란 하늘과 어머니 품속 같은 광활한 대지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 너른 초원에서 난생처음 말 타기를 하며 원도 한도 없을 만큼 신나고 재미나게 그리고 가슴 뭉클하게 지내다 돌아왔습니다. 아직도 그곳에서의 장면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남아 그림처럼 채색되기도 하고 노래처럼 흥얼거림으로 다가와 온 마음과 귓전을 맴돌며 예쁘고 고운 추억들로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답니다.

선생님 말씀과 같이 언제고 우리도 함께 그곳 몽골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이 처녀의 숨결처럼 고스란히 간직되어져 있는 대지를 촉촉이 거닐며, 푸르른 창공과 원초적 낭만과 꿈이 서린 초원의 들녘에서 그 옛날 빛 고은 추억 같은 혹은 아직 남아있는 희미한 떨림의 아쉬운 살갗을 살짝 스치며, 종알종알 이야기 쏟아내어 흩뿌리고 마음껏 뛰놀며, 한 마리 새처럼 나비처럼 가뿐하게 날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알알이 익어가는 포도송이와 같이 지난했던 저의 삶도 다소 진정이 되고, 한여름동안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꼭꼭 탐스럽게 여물어가는 옥수수알갱이들처럼 이제는 저의 생활도 나름 탄탄해 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당치않을지 모를 글쓰기를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얼마간을 벗들과 더불어 지내다보면 제 안의 묵은 찌꺼기들과 그릇된 상념들이 씻겨나가고 건강하게 새살이 돋아서 선생님 걱정하시는 염려를 다소나마 거두어 건강한 일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으리라 살포시 기대를 하였던가봅니다. 아직은 한참 미흡해서 무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 자신이 저를 치유시켜야 함을 알기에 그 점을 간과하지 않으려 합니다만, 저 자신은 저를 잘 판단할 수 없기에 늘 안타까울 뿐이나, 행여 어설프더라도 그 끈을 놓지 않으려 명심할 따름입니다. 그것만이 저를 마음 한편에 기억해 두고 안쓰러워하시는 선생님이나 옛 동료들과 또 한동안 아직 미처 만나지 않고 지내온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다소나마 저의 속뜻을 진솔하게 전하는 길이 되겠지요. 하지만 알면서도 잘 안 되고 번번이 미흡함을 금할 수 없음이 저의 딱한 역량과 부족함이 서린 한계인가 봅니다. 해서 늘 부끄럽기 짝이 없음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시 또 계절이 오고 가는 사이에 언젠가 제 몫의 인생도 차츰 자리를 잡고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언젠가 저다운 풋풋함으로 힘차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항상 저를 생각해 주시는 선생님의 관심과 격려에 감사드리며, 물가에 내놓은 아기 같은 염려를 붙들어 매어드리려고 다짐해 봅니다.

모쪼록 남은 여름 더위에 몸 마음 평안하시길 바라며 그간의 안부를 대신전합니다. 늘 행복한 나날들 만들어 가시길 바라오며 또한 좋은 소식 영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의 근면하신 일상 언제나 저에게 깊은 가르침이 되고 있으며 마음 깊이 본받아야 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족한 대로 더듬더듬 따라 살아보려 다짐도 하여 본답니다. 자주 연락 드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시리라 믿으며 감사한 마음 잃지 않도록 애쓰겠습니다.

그럼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다음 소식 전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언제나 저를 지켜봐주시는 선생님, 사랑합니다!

IP *.70.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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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7.08.29 06:43:59 *.233.200.53
써니님!
은사님께 늘 빚진 마음으로 살고 있는 제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서신입니다.
한 번 찾아뵙는다는 생각을 미루고 미룬 지 30 여년이 지나버린 이 몹쓸 제자를 스승님은 기억이나 하고 계실런지요.
올 해가 가기 전, 실행할려고 합니다.
써니님!
그래도 먼 발치에서나마 지켜보시고 걱정해주실 은사님을 모시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입니까?
이 염치없는 제자는, 제 허물을 이런 식으로나마 잠재울 밖에요.

써니님!
은사님께 드리는 글이, 저의 사람 구실 못하고 있는 걸 확 깨우쳐주시네요.
귀한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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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바다
2007.08.29 07:43:57 *.134.25.52
소란이 물러간 자리를 채우는 풀벌레 소리처럼 그렇게 고즈넉한 글을 다 올리시네요.

인생은 롤러코스터 처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지만 결국에는 앞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라는 코헨의 글이 누님께는 딱! 어울립니다. 에너자이저 써니 누님이 세상 밖으로 내 놓을 작품의 색깔이 많이 궁금합니다. 제가 도와드릴 방법은 기도 계속 한다는 약속 뿐 ← 이거 언근히 힘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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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8.29 08:13:19 *.248.64.210
선이님처럼 착한 제자를 둔 스승은 참 좋겠습니다.
올려주신 글에서 가을의 시원함까지 느껴요.
환하게 웃는 선이님의 모습이 그대로 글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선이님은 가을 여자인가 봐요^^*
늘 행복이 함께하시기를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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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8.29 12:00:26 *.75.15.205
희주언니야와 정희언니야를 만나야 하는데...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휴전을 하신 가내는 두루 평안하신지요?
지는 것이 이기는 것 맞지요? 철없어 그땐 몰랐잖아요. 저는.

파란바다님! 은근히 힘든 정도 이겠어요. 그래도 남아일언 중천금이라 하였으니 약속을 지키시면 그 복 다 파란바다님께로 배로 불어서 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계속하셔야 할 거라는. ㅎㅎ

기원님! 우리 가을여행 가야지요? 남도로 어떠세요? 조용히 머물고 계신 초아선생님과 선배들이랑 한 판 굿을 벌여보심이. 추녀의 상서올시다.^^ 조만간 연락을 들일 터 시간을 내어 주셔야 합니다요. 관광봉고를 대절해야 할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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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8.29 18:26:53 *.109.50.48

가을이 오는군..요... ^^
차분하시니 더욱 멋지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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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7.08.30 01:10:40 *.70.72.121
醜女추녀라굽쇼? 치이~ 엄청 잘난 척이야. 흥~

사람이 모자란 구석이 있어야 정감이 가지요. 백박사님은 모다 잘나기만 했잖우? 가을엔 말에요. 생머리로 쫙쫙 펴서 단발머리에 앞 머리도 싹둑 잘라서 간난이 머리하시면 어떨까요? ㅋㅎㅎ 재밌겠죠? 메롱~

예쁜 제자 생각했지요? 우리 모두 마음은 갖고 살잖아요. 미처 다 전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함께하는 변.경.연이 있어 다행이네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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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8.30 05:32:55 *.253.249.73
"한번 더 날 놀라게하는 써니 글의 변화"
전엔 써니글을 읽으면 내가 이세상 사람인가 하고 써니의 글을 모르겠드니, 이젠 잔잔한 감동이...연구생 넘 공부 많이 했구먼.

써니가 첫책을 내면 많이는 몰라도 영광도서에가서 한 열권 쯤 사서 내가아는 넘들한테 보낼 것이니 이제부터 뭘 쓸 것인지 고민하시게.
글은 이렇게 읽는 사람위해 써야지.. 자기만 아는 암호는 곤란해~

"夢 亨 匪我求 童蒙 童蒙求我 初筮 告 再三 瀆 瀆則不告"
<첫방에 베스트 셀러가~&*>

공부 많이 했구나.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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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운 써니
2007.08.30 07:49:32 *.70.72.121
초아선생님! 어찌 이리 조용하시어요. 어제는 선생님 생각하며 잠시 글을 지었는데 재미나게 연결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 쓰다가 말았어요.^^ 연구원생활 만 5개월이 겨우 지났는데 주위의 벗들에게서 놀아운 변화를 많이 느끼지요.

봇물 터지듯 굵게 불어난 물줄기가 어디선가 어느 틈에 선가 쏴~하고 터짐을 느끼는데 저는 아직 아무 생각도 없답니다.^^ 제게 용기주시려고 또 나서신 건가요? ^-^

그저 이렇게 사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조금 알게 되었다고 하면 선생님 성에 안차실까요? 선생님 그리워하는 가을 사람들과 한데 얼려 일간 한 번 뵈러 가려고요. 몇 주일 후나 될 지 한 달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오륙도 잘 지켜주고 계셔요. 그리고 가을 전어도 선생님께서 회 떠 주셔야 하는데... 건강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사랑해요~ 선생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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