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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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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일 20시 54분 등록
졸업 후 9일, 그동안 고향집을 다녀오고, 친구를 만나고, 시험을 보고, 도서관을 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친구 A
A는 신방과를 함께 다니며, 미래 꿈을 나누던 친구였다. 그는 라디오 피디를 꿈꾸다 법률회사 사무직으로 취직했다. 처음 6개월은 적응하느라 꿈을 생각지 못했고, 그 다음 6개월은 그 생활에 익숙해져서 꿈을 생각하지 못했다 했다. 그리고 1년이 넘은 지금은 꿈을 잊은 생활이 익숙하여 꿈을 생각하지 못한다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실질적인 가장이 된 그녀는 꿈에 감히 뛰어들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꼭 라디오 피디가 되는게 내 꿈은 아니었어. 그냥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거였지... 지금 있는 곳에서 번역일을 해보고 싶어. 그게 내 꿈인 거 같아."

그녀의 꿈은 라디오 피디에서 지금 있는 직장에서 번역일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 어쩌면 우리의 꿈이 꼭 직업에 한정될 필요는 없잖아? 삶의 방법이 될 수 도 있는거지. 잘 됐구나. "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꿈을 찾았다는 그녀는 그러나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에 더 좌절할 때가 있다'고 알수 없는 말을 뇌까린다.


친구 B
B는 부모님 모두 공무원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고 은연중에 강요받았다. 평점 4.0이상으로 조기졸업을 한 재원인 그녀는 졸업 후 자연히 행정고시의 길로 들어섰고, 신림동에서 2년째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꿈은 5급 공무원이 아니다. 그녀의 꿈은 한비야처럼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다. 그녀는 공무원이 되면, 자신의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갈 길이 있다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어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내가 뭐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자라나는 것에 괴로워 한다. 행시 2차를 끝낸 지금 그녀는 '엠네스티'라는 국제인권단체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이게 내 길인지 모르겠다, 귀자야.
행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을지...'더 시크릿' 책을 봤는데, 행시에 합격했다고 믿으려고."

이번에 불합격되면 행시를 그만둘꺼라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를 넘어서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부모님은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전혀 모른다. 다만 '공무원'이 안정된 미래를 보장해주니까 딸에게 그 길을 강요할 뿐이다.

나는 몇년 전 1년간 '모 대학생 국제기구단체'에서 활동하던 그녀의 얼굴을 기억한다. 얌전하던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밝았었고, 열정에 차서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 해주곤 했다. 그때만큼 그녀의 얼굴이 빛나 보인 적이 없었다.

친구 C
오래전부터 '기자'를 꿈꿔왔던 그녀. 그녀는 뭔가를 알리는 일을 좋아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길 좋아하고, 모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요즘들어 점점 움츠러 들고 있었다.

"나는 대기업에 들어가는게 정말 끔찍해. 내 에너지, 시간을 송두리째 가져가잖아."

그녀는 구본형, 류시화처럼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그 길을 위해 기자가 되고 싶었다. 기자만큼 다양한 세계를 접하고, 이야기를 알리기에 적절한 직업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들어 그것이 꼭 기자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어떤 꿈에도 확신이 없는 그로선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곧 내 길이다." 라고 호쾌하게 말했던 어느 도인의 기상이 부러울 뿐이다.



아직 별 경험도 없지만, 꿈만 살아있는 사자같이 젊은 녀석들 셋.
그들은 서로의 꿈을 조직하는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꿈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도록 꿈을 공유하고, 꿈을 서포터해주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지만, 자기계발가를 꿈꾸는 C가 꿈의 모임의 코디네이터를 맡기로 했다. 이 세상엔 사자같이 젊은 녀석들이 우리 말고도 많을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그들을 모두 포섭할 것이다.




"너의 소원을 말하여라." "음...5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친구 B가 말한 'The Secret' 은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장안의 화제가 된 동영상이다.

'무엇이든 내 소원을 말하여라, 램프를 문질러라.그러면 우주가 도와줄 것이다.'가 골자다. 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우주의 에너지가 그것을 향해 쏟아진다는 것이다. 책 <연금술사>의 내용과도 흡사하다.

나도 며칠 전 그 동영상을 보고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단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20대 많은 친구들이 그러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내가 확신이 없을 때마다 혹자는 "어떤 것이든지 확신이 없긴 마찬가지다. 확신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 말했지만, 그 말 역시 잘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 램프를 주웠다. 요술램프일까 해 문질러 보았더니 과연 안에서 안에서 거대한 괴물이 튀어 나왔다.
괴물 왈, "무엇이든지 들어줄테니 소원 하나를 말하시오."
그 나그네는 잠시 소원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여,
"내게 5분의 시간을 주시오."라고 말했다.
5분 뒤, 그 괴물은 사라져 버렸다.


동영상을 보고난 느낌은, 나에게 요술 램프가 있는 건 알겠는데, 빌어야할 내 소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사실이다. 나그네 처럼 시간을 5분만 달라고 말해야할 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정녕' 무엇일까? 나를 가슴뛰게 하는 것은??

마더 테레사 수녀의 표현에 따르면 '나는 어디에 쓰이는 신의 몽당연필인가?'인데, 너무 막연할 뿐이다. 요즘엔 아무것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어디를 가고 싶지도, 무엇을 하고 싶지도 않다. 내 안의 '열정'들이 잠자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릴 수 있을까?

마침, 오늘 내가 존경하는 모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다.
나의 고민을 들으시더니,
"지금 당장 굶어죽지 않는다면, 그 고민을 껴안거라. 더 깊게 넓게 해보라"고 하신다.

내 고민을 껴안아라.....
대충 내가 어디에 마음이 요동치는지는 어렴풋이 안다. 문제는 그 안에 뛰어들기를 두려워 하는 것이다. 어떤 꿈이 나올지 몰라 두려운 거다. 꿈을 꾸면서도 막상 그 꿈이 이루어지길 두려워하는 이중성이 우습다.

고민이라 하니, 내가 1년 전에 쓴 칼럼에 '나의 직업'이란 글이 생각난다. 당시 나는 내 직업이 '탐험가'이고, 부업이 '학생'이라 했었다.
지금이야말로 나의 고민을 파고들기에 적기라 여겨진다. 이젠 그를 주된 업무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이곳에 일주일마다 나의 꿈노트를 업데이트할 작정이다.
이곳에 글을 쓰면, 다른 어떤 곳보다도 좋은 기운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간이역장이 좋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좋아서인듯 싶다.

이젠 꿈을 아이쇼핑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골라서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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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9.02 22:16:38 *.165.37.22
다인이 언젠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을 알게된 계기가 사자같이 젊은 놈들이라는 책 때문이였다고. 그 책을 난 최근에야 읽게 되었다. 다인의 표현처럼 그 책 안의 주인공들은 그저 상상속의 인물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 중에 하나다.

상대적으로 자기다움과 꿈의 방향성을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다인도 이 글에서처럼 여전히 많은 고민과 두려움속에서 도전받고 있음을 실감한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고 다인의 가까운 미래를 더 기쁘게 바라볼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난 그녀에게 누구보다 강력하게 더 강도를 높이라고 주문한다. 그녀는 나를 만나면 에너지가 생겨서 좋다고 기분좋은 피드백을 준다. 사실은 나야말로 다인을 만나면 생산적인 자극을 받고 있는데 말이다. 다인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게될 것이고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행복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다. 난 그걸 확신하며 아직은 덜 유명해진 다인과 인연을 맺은게 자랑스럽고 기쁘다.

우리는 세상의 룰로 보면 공감대가 적을수도 있는 포지션에 있지만 좋은 친구며 동지며 서로 배우는 스승이자 제자로서 남은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우리는 이곳에서 인연을 맺고 자기다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수다를 떨고 있을 것이다.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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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9.03 12:34:26 *.75.15.205
기특한 귀한 자식, 우리 귀자가 시간이 있을 때 언니야랑 많이 놀아야 하는데... 화욜, 내일 꼭 보자. 흐흥~ 좋아! 좋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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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2007.09.03 17:44:34 *.117.214.189
도서관에서 기찬오빠의 글을 읽으면서 얼굴어 벌개졌습니다.(=.=)
전 참 복이 많아요..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써니언니, 낼 봐요~그리고 목요일도 꼭.와.요.언니가 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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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9.04 11:20:42 *.218.203.239
주여, 저는 당신의 손에 쥐어진 몽당연필입니다. 무엇을 쓰시렵니까?
저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 하십니까?

귀자야.
너무 거창한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물론 지금까지의 네 모습을 보면 그렇지는 않았지만.
기껏해야 몽당연필이니.. 짜리몽땅한 연필 하나로 무슨 거창한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껏 얻은 힌트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질문은 품고 살되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

몽당연필 하나로 훌륭한 역사서 하나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을 바꾸는 그림 한점을 스케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곡을 쓸 수도 있고, 마술을 할 수 도 있고, 곡예를 부릴수도 있을 것이다. 의욕없는 사람들의 똥꼬를 정확히 찔러 열심히 달리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기껏해야 볼펜대에 끼워져 수명을 다하길 기다리는 것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쓰일지 알기 위해 시작하는 것이다.
너도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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