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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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엄마가 몇 개의 치아를 한 번에 빼는 시술을 받았다.
치과에서 집으로 전화가 왔다.
"홍승완 씨 되시죠? 어머니가 시술을 받으셨는데,
많이 어지러워하시네요. 이리로 좀 오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때 나는 샤워 중이었다.
물소리가 커졌다.
서둘러 갔다.
엄마는 앉아 있었다.
많이 힘들어 하셨다.
"엄마, 업어줄까?"
엄마가 고개를 저었다.
"힘들면 업자. 그게 좋겠다."
엄마가 미소도 울음도 아닌 표정을 지으셨다.
아마도 웃으셨을 것이다.
병원에서 나와 천천히 걸었다.
엄마를 부축해야 하는데, 잘 안됐다.
그래서 그냥 엄마의 어깨를 잡았다.
그런데 어깨를 다 잡지 못했다.
엄마 어깨가 너무 좁았다.
몰랐다.
너무 좁아서,
끝까지 잡지 못하고 어쩡쩡하게 손만 걸쳤다.
살다보면,
너무 좁아서 다 잡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럴 때가 있다.
살다보면,
너무 가벼워서 안고 갈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럴 때도 있다.
때로는,
넓어서 품을 수 없는 것도 있다.
때로는,
무거워서 놓아야만 하는 것도 있다.
엄마를 업지 않기를 잘했다.
만얀에 업었으면 몇 걸음 걷지 못했을 거다.
너무 가벼워서...
그 가벼움이 내 발을 잡았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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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아마도 치아 한 개가 자식새깨들보다 100배는 나을 것이다.
생각하면서도 어떤 이유로든 외면하며 사는 일이 더 많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당신에게 맞추기보다 내 주장을 펼 때가 더 많다.
게다가 효도라는 화려한 장식 속에 가둘 때도 많다.
그 가슴 속에 그리움이 무엇인지, 필요가 무엇인지를 정작 밝혀내지 않은 채, 내 입장에서 해석하고 끼워넣으며 이해하려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억만 년을 살아도 부모는 부모, 자식은 자식인가 보다.
승완아, 업어드릴 수 있을 때 업어드리자.
당신들 젊은 날에조차 우리는 더 무거웠을 것이다
당신 마음안에 살면서 정작 썩은 이빨 하나만도 못한 미흡함/ 어리석음이 아니던가.
생각하면서도 어떤 이유로든 외면하며 사는 일이 더 많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당신에게 맞추기보다 내 주장을 펼 때가 더 많다.
게다가 효도라는 화려한 장식 속에 가둘 때도 많다.
그 가슴 속에 그리움이 무엇인지, 필요가 무엇인지를 정작 밝혀내지 않은 채, 내 입장에서 해석하고 끼워넣으며 이해하려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억만 년을 살아도 부모는 부모, 자식은 자식인가 보다.
승완아, 업어드릴 수 있을 때 업어드리자.
당신들 젊은 날에조차 우리는 더 무거웠을 것이다
당신 마음안에 살면서 정작 썩은 이빨 하나만도 못한 미흡함/ 어리석음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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