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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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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2일 08시 02분 등록
사랑스런 이여,
보오얀 피부가 내 두 눈을 환하게 하게 하고
내 이십대말의 혼란과 치열한 자기분석의 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여

이 명절에 그 아름다운 섬에서
내 고운 벗이 슬퍼할 것을 생각하고
아침맛이 틉틉하다

눈을 감으면 비가 멋은 가을하늘에
작고 이쁜 새들 소리가
풀벌레 소리만큼 작게 퍼지고
며칠을 내리는 비가 멈추는 사이사이
언제나 잠들을 자는 것인지 일제히 합창을 하는 풀벌레들이
아침까지도 슬픈 곡조의 몇마디가 남았는지
새들이 잠든 깜깜한 밤동안 못다한 소리를 낸다

나는 며칠째 외이도염을 앓고서
귀라는 정교한 기관에 대해
처음으로 주목했다.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다가 말이지.
가벼운 거라 이 연휴가 끝나면 좋아질거래

우리에게 벗이란 이 두 귀같은 존재가 아닐까

요새같이 꿈이란 자본세계에서 시장에서 돌 수 있는
윤택한 것이 아니고서는 허황된 날건달같은 것으로
치부하는 밤과 낮만을 오고가는 도시사람들속에서
새벽과 아침이 주는 정찬을 느긋하게 먹을 수 없는
바쁜 사람들 속에서는.
또, 꿈이란 자본세계에 두 발을 향하고서야 날개를
달 수 있는 것이라는 자못 현실적인 시각들 사이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을 견뎌낼 수 있는 튼튼한 근육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면 그저 공상정도가 유쾌하다는
것이 상식인 그래서 그 공상을 짧게 나마 흠뻑 누릴 수 있는
무슨무슨여행들이 폭팔적으로 늘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에서 돌아와도 그 꿈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자본세계에서 아직도 그런 여행씩이나 할 수 있는 사람들중에서도
극히 일부일지도 모른다.

그 아름다운 섬에서
벗을 태풍에 잃은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얼마나 힘이 들까

나는 오랜만에 차윤정님의 책을 펼치다 머릿말부터
소롯해져 이렇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무척 기대되는 신간인데 (그녀의 책을 빠짐없이 본다)
머릿말 첫 시작을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는 모리 선생의 말로 시작하고 있다

'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친밀한 사랑의 감정을 기억하는 한 잊히지 않는 죽음을 죽을 수 있다.'
그녀가 서두를 그렇게 연것은 위대한 유산을 건네는 죽은 나무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오래된 숲에서 펼쳐지는 소멸과 탄생의 위대한 드라마라는 부제가
붙여 있는 이 [나무의 죽음]이라는 책을 읽다가 우리가 명절에
모여 죽은이들을 생각하는 것이 의식 무의식속에
그 얼굴들이 잊히지 않는 죽음을 죽기 위해 만들어놓은 오래된
갈구라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사랑스런 벗이여,
우리는 어쩌면 하나의 몸을 지닌 나무가 아닐까
한 몸에 일년생 잎도 십년생 가지도 백년생 목질이 되는 줄기도
천년생 뿌리도 있다.
위대한 유산이라는 것은 오래된 것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을 안다.
내 살에는 먼저 떨어진 어린 감의 통통함이 박혀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스런 벗이여,
맘껏 슬픔을 쏟으라
그리고, 우리 안에 잊히지 않는 죽음을 죽은 벗을 기념하자.
나도 매월 3월 10일이면 용미리에 간다.
그러나 이제 아기엄마라는 이유로 가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내 맘 한켠에도 친청 아빠가 아침에 느닷없이 신문을 읽다가도
떠오르는 얼굴, 꿈에서마저 볼 수 없는 그 얼굴 때문에 폭팔하는
울음을 끓어오르게 하는 얼굴 하나가 살고 있다.

사랑스런 벗이여,
너를 우해 가만히 두 눈을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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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9.22 08:35:29 *.70.72.121
반가운 아침이다. 그대 글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굳이 이별을 고할리 없다. 그것이 정녕 더나은 안녕을 빌어주는 일이 아니라면 말이지.

삶과 죽음은 늘 가차이에 있다. 사랑과 미움은 사촌이란다. 그러나 무관심은 참 멀다. 또한 무슨 이유에서든 부질없는 마음의 빗장은 더 애닯다. 언제나 열려 있는 푸른 창공처럼, 무심히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에게도 그렇게 넓고 깊게 다만 흘러가는 여유가 필요할 것이다. 더군다나 아름다운 벗들과 함께 따로 또 같이.

풍성한 결실은 풍성한 가을 들판 같은 마음에서 비롯할 것이다. 미처 수확이 적다해도 걱정할 것 없다. 살아있음에 얼마든지 가꾸고 다스려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생명의 고마움을 깨우치는 그대 글을 보듬으며, 또한 아름다운 발자취를 남겨야 겠다는 소망 심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벗과의 나눔이 이래서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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