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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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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9일 10시 44분 등록
“받아들이다”
이런 걸 다른, 좀 어려운 말로 뭐라고 하나
나는 그게 참 잘 안 되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다시 한 번 느꼈다.

내가 요사이 심란한 까닭은 “있다”
내가 운영하는 방과후 교실은 4층짜리 건물의 2층에 있다.
장소를 물색하다 최종 결정한 이곳은 내 마음에 아주 쏙 드는 곳이었다.
이것저것 고려해서 결정한 것이긴 하지만
참 좋다.
처음 시작할 때 1층에는 자그마한 꽃집이 있었다.
이름도 소박한 “사랑꽃집”
그런데 그 꽃집이 지난 유월에 나가고 나서 내내 비어있었다.
참 좋은 가게 자리인데...
2층은 우리가 전부 쓰지만 1층에는 상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꽃집, 하나는 식당이었다.

와~
일층에 “문턱없는 밥집”같은 식당과
“기분좋은 가게”같은 곳이 생기면 참 좋겠다.
그런 꿈을 막 꾸기 시작했다.
남편은 나더러 “꿈꾸고 있네”라고 했지만, 나는 아주 간절했다.
근처에 재개발 때문에 요즈음 상가들이 많이 빠졌긴 하지만
이삼년만 지나고 그 자리에 아파트들이 입주하게 되면
이 건물만큼 괜찮은 자리도 드문데...
이만한 세에 이렇게 좋은 자리를 얻기도 힘든데...
거기다가 비어있는 지하는
이담에 “마을 도서관”을 꼭 만들어야지
지하이긴 하지만 “느티나무도서관”도 첨에는
지하에서 시작했다잖아...
주인 아주머니께서 지하를 그냥 써도 좋다고 하셨으니....

살고 있는 집 전세를 줄여서 꽃집 자리에
유기농가게를 열고 남편이 그걸 맡아서 했으면 했는데...

추석 전에 한 젊은 청년이 와서 가게를 계약했단다.
그래서 요사이 가게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가게는 “술집”이란다.
ㅜ.ㅜ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 여길 만한 것은
낮에는 영업을 안 하니
우리가 마음껏 뛰고 시끄럽게 해도 괜찮다는 거다.

나는 주변“환경”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종류의 인간이다.
사랑꽃집의 이층에 있는 것과
주점의 이층에 있는 건 아주 다르고
그걸 받아 들이는데 아주 오래 걸린다.

아침마다 우리 교실로 갈 때
1층 상가의 공사하는 걸 보면
마음이 상한다.
그래서 내내 마음을 못 다스린다.
받아 들이자 ...
아직 때가 아니었다...
...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 먹으려고 하다가도
내가 좀더 부지런하게 마음 먹었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또 산란하다.

받아들이기
1층 주점 받아들이기
안 받아들이면 어쩔 건가...
그렇게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IP *.255.159.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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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7.10.10 18:43:38 *.143.152.79
1층 주점이 오픈하면 1빠로 맥주 한잔하세요... 남편분이랑...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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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파란 차순성
2007.10.11 08:09:27 *.75.252.142
가을하늘이 참 높고 푸릅니다. 사무실이 그리고 숙소가 모두 꼭대기라서 하늘이 잘 보입니다. 사촌 이웃도 없는 서울에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서 주말에 부산 가면 해운대의 향수를 흠뻑 담아옵니다. 또 그렇게 일주일을 열심히 살다보면 나의 이웃인 바다가 보상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나쁘진 않습니다. 나경님! 교실의 영상이 그려집니다.
이 땅의 희망인 아이들과 함께 하시는 그 현장의 필름이 돌아가는 걸
느낄 수가 있네요... 저역시 1층 주점이 열리면 한잔 하세요. 제 아내랑 2빠로 달려갑죠. 단, 금.토요일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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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
2007.10.11 10:24:27 *.100.68.11
ㅋㅋ 이렇게 이야기를 늘어 놓다보니 마음이 많이 풀어지는군요^^ 요며칠 사이에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는 것 같던데 ,작은 가게가 참 갈끔하게 보이더라구요 ㅎㅎ 안 그래도 오며가며 보면서 오픈 하면 나도 가서 한잔해야지~ 맘 먹고 있던 참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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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10.11 17:14:02 *.48.38.252
가을엔 다들 생각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가을이 날씨가 시원하니깐 잠이 잘 오네 하며 아무 잡념이 없으니 이게 웬 복인지 모르겠습니다.낮에 번거롭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시고 가끔 들르시며 친해지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나경님 글은 항상 잘 읽고 있어요...가을 잘 넘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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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뽀이
2007.10.12 15:31:04 *.143.152.79
위 은남님 짧은 말씀,
"가을 잘 넘기시길 바랍니다"...............
하~~ 암턴~~ㅋㅋㅋ
이런 걸 촌철살인이라고 하남요???
나도 그런 거 할 수 있고 싶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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