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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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수 0
어제,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퇴근하고 한강을 걸었다.
장례식장에는 화요일에 갈 생각이었다.
머리로 계산기를 두두린 결과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는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가야 한다.’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집을 나서며, 가는 도중 책을 들고 갈까 고민했다.
몇 초 고민하다 놀라고 말았다.
‘미친놈. 지금 이 순간 그런 걸 고민하다니.’
꽤 먼 병원을 향해 달리는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과거를 돌아봤다.
친구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끄집어냈다.
그것만으로 이미 책 한권이었다.
중학교 때, 첫사랑에 빠진 나를 도와준 일.
고등학교 때, 내 인생의 첫 번째 소개팅을 해준 일.
술 마시고 담배 태우며 인생고민하던 날들.
그만 놀고 대학가겠다고 밤새워 공부한 일.
우리 집이 어려워져 힘들어하던 나를 격려해준 일.
친구의 집이 어려워져 함께 고민했던 일.
내 취업 면접을 위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딱 맞는 정장을 맞춰준 일.
나는 집이 어려워지면서 세상 인심을 알았다.
그 친구도 알았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밉지 않다.
그들이 그런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미 그랬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추억 몇 장을 되새기기도 전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친구가 보인다.
눈이 빨갛다.
눈물이 나왔다.
내가 울면 친구가 더 슬프다.
참았다.
끊기로 한 담배를 태우고,
줄이기로 한 술을 연거푸 마셨다.
가슴 한켠이 텅 빈 듯한데, 또 한 켠은 답답했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 만에 누르는 번호였다.
아버지와 친구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였다.
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렸다.
탄식하셨다.
"아...그랬구나..."
말씀이 없으셨다.
한참 후에 말씀하셨다.
"친구 곁을 지켜라."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랑 통화하는 데, 눈물이 쏟아졌다.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친구들이 하나씩 자리를 떴다.
둘이 남아, 술을 마셨다.
말은 필요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친구가 말했다.
"승완아, 이제 그만 집에 가야지.
출근도 해야 하는데. 미안하다. 고맙다."
"아냐. 아침에 천천히 가도 된다. 너 피곤할텐데, 조금이라도 자라.
내가 자리 지키마. 무슨 일 있으면 깨울께."
친구는 어서 가라며 내 등을 떠밀었다.
친구는 나를 걱정하고 나는 친구를 걱정했다.
조문객 한 명 남지 않은 그곳에서 발을 떼기가 참 어려웠다.
밖에서 담배만 피웠다.
집으로 오는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정리는 안 되고, 혼동스러웠다.
나쁜 일은 몰려서 온다.
지네들이 깡패인줄 아나 보다.
나쁜 일들아, 하나씩 와라.
그게 매너다.
그래야 내 친구도 살고, 나도 살 거 아니냐.
IP *.147.17.44
퇴근하고 한강을 걸었다.
장례식장에는 화요일에 갈 생각이었다.
머리로 계산기를 두두린 결과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는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가야 한다.’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집을 나서며, 가는 도중 책을 들고 갈까 고민했다.
몇 초 고민하다 놀라고 말았다.
‘미친놈. 지금 이 순간 그런 걸 고민하다니.’
꽤 먼 병원을 향해 달리는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과거를 돌아봤다.
친구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끄집어냈다.
그것만으로 이미 책 한권이었다.
중학교 때, 첫사랑에 빠진 나를 도와준 일.
고등학교 때, 내 인생의 첫 번째 소개팅을 해준 일.
술 마시고 담배 태우며 인생고민하던 날들.
그만 놀고 대학가겠다고 밤새워 공부한 일.
우리 집이 어려워져 힘들어하던 나를 격려해준 일.
친구의 집이 어려워져 함께 고민했던 일.
내 취업 면접을 위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딱 맞는 정장을 맞춰준 일.
나는 집이 어려워지면서 세상 인심을 알았다.
그 친구도 알았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밉지 않다.
그들이 그런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미 그랬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추억 몇 장을 되새기기도 전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친구가 보인다.
눈이 빨갛다.
눈물이 나왔다.
내가 울면 친구가 더 슬프다.
참았다.
끊기로 한 담배를 태우고,
줄이기로 한 술을 연거푸 마셨다.
가슴 한켠이 텅 빈 듯한데, 또 한 켠은 답답했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 만에 누르는 번호였다.
아버지와 친구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였다.
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렸다.
탄식하셨다.
"아...그랬구나..."
말씀이 없으셨다.
한참 후에 말씀하셨다.
"친구 곁을 지켜라."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랑 통화하는 데, 눈물이 쏟아졌다.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친구들이 하나씩 자리를 떴다.
둘이 남아, 술을 마셨다.
말은 필요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친구가 말했다.
"승완아, 이제 그만 집에 가야지.
출근도 해야 하는데. 미안하다. 고맙다."
"아냐. 아침에 천천히 가도 된다. 너 피곤할텐데, 조금이라도 자라.
내가 자리 지키마. 무슨 일 있으면 깨울께."
친구는 어서 가라며 내 등을 떠밀었다.
친구는 나를 걱정하고 나는 친구를 걱정했다.
조문객 한 명 남지 않은 그곳에서 발을 떼기가 참 어려웠다.
밖에서 담배만 피웠다.
집으로 오는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정리는 안 되고, 혼동스러웠다.
나쁜 일은 몰려서 온다.
지네들이 깡패인줄 아나 보다.
나쁜 일들아, 하나씩 와라.
그게 매너다.
그래야 내 친구도 살고, 나도 살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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