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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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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0일 00시 11분 등록
오늘도..
몸이 아파서 먼저 잠자리에 들었건만 결국에는 윤섭 엄마 먼저 잠들고 그 다음에 윤섭이 잠들고 나는 이렇게 깨어 있다.(선이씨라는 표현보다 윤섭 엄마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러기 싫은데....)
지금 시간 밤 11시 41분.

습관이란 게 그렇게 무섭다. 일일이 예를 들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체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내 의지와 따로 놀기 일쑤이고 내가 고쳐야 할 것들로만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작년 2월 결혼식 때, 선생님께서는 주례 말씀에서 우리 두 사람에게 매일 쓰라고 당부하셨다. 매일 한 줄이라도 쓰라고. 그래서 쓰는 행위 자체가 몸에 베게 하라고. 그렇게 어떤 행위 하나가 습관이 되면 그 행동을 하기 위해 힘을 적게 들일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이 가끔씩 머리에 되새겨진다.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보면 그날 날씨에 대한 문장이 딸랑 한 줄 적혀 있는 경우도 많다. 하루도 빼놓지 말고 쓰는 행위의 중요성을 잘 표현해 주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쓴다는 행위는 그 동안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보게 된다.
나의 자발적인 글쓰기는 중학교 재학시절 쓰기 시작한 일기로부터 시작 되었다. ‘다니의 일기’라는 청소년용 도서를 읽으면서 나의 얘기를 그런 식으로 적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평소에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했던 내게 일기는 일종의 분출구였다. 사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그 일기장에도 – 지금 그 일기장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 무척 절제하며 썼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하기 보다는 거르고 또 거르면서 아주 정제된 표현만 사용했었다. 그럼에도 그때 적었던 그 글들은 내 마음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또 푸념하는 식의 글이 될까 봐 조심스러워진다.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에는 다른 사람들이 읽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글을 많이 쓰는 편이다. 혼자 쓸 때도 그랬는데 남에게 보여주는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중에 수 차례 자기 검열에 빠져들곤 한다. 그러다가 애초에 내가 의도했던 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생겨난다. 또 그러다 보니 에전보다 글을 쓰는 빈도가 줄어 들게 되었다.

글과 함께 놀꺼리를 찾고 싶어진다. 악기는 매일 연주해도, 설령 몸 상태나 다른 이유 등으로 인해 연주가 제대로 되지 않아도 매일 연주하고 싶어지고 실제로 거의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 누가 크게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글쓰기와도 다시금 그런 식으로 함께 뒹굴며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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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7.11.10 07:17:31 *.70.72.121
그래서 아우님의 연주가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던 것이더이다. 그날 적벽강휴양원에서 귀자와 함께 들려준 연주에서 해프닝가운데에서도, 불과 몇 달 전 몽골 여행때와도 확연히 다르게 부드럽고 섬세하며 매끄러운 연주라는 것을 우리들 다 알 수 있었음이에요. 귀가 먼저 인식을 하더라고요. 그래요, 꿈섭엄마가 편해지듯 아우님이란 말이 편해진다니까요. 이것이 우리들만의 편협한 언어가 아니라, 우리들만이 느낄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에 참 감사해요. 꿈섭아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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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11.10 09:11:06 *.209.106.87
처음 플룻 들고 와서 연주하던 모습을 기억해요. 음을 모르는 나는, 정말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나는 살사를 배우는데, 일 주일에 한 번 가지고는 매일 그 타령이네요. 어떤 표현도구이든지 내 몸에 붙이고 아끼고 뒹구는 시간이 말해 주는 것같아요.

악기에서 일취월장하듯이, 글과 함께 노는 일도 하면 되지요.
컴도 사진도 잘 다루는데, 블로그 놀이를 하면 댓빵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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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11.11 09:13:31 *.72.153.12
저는 매일 그려야 하는 사람인데요. 저도 그게 잘 안되는 사람입니다. 아직 습관이 아니고, 그래서 일상이 아니지요.
'그림으로 메모하자'라고 보이는 데 문구도 적어 놓고 있지만, 그림은 머리 속에서 후다닥 그리고 손은 놀아요. 제 자신은 이미 이미지로 봤으니 다시 손으로 옮기지 않은 거지요. 그런데, 그게 나중에 아무 기억도 없어지더라구요. ^^* 얼른 까먹고. 그 감흥이 그 순간에만 머물다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남겨두고 싶어지데요.
남은 것이 없으니 전달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래도 언제나 가방 안에는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다닙니다.

제가 화실에서 그린 것들은 모두 연습으로 그린 것들이고 홈페이지에 올릴 만한 것이 없다 했더니, 사부님의 말씀이... 그 연습이란 것도 올리다 보면 올린만한 것이 더 생길거라고 하시데요. 그래서 그냥 하기로 했어요. 홈피에 글로, 그림으로 도배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히히히) 잘 됐다 싶었죠.
예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 보이는 것 중에 그리고 싶은 것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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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자
2007.11.12 18:03:59 *.167.208.253
으하핫
저는 오히려 '남들이 읽게 좀 글을 써보라'는 소릴 많이 들었는데요..ㅋ
전 아직까지 보여주는 글보다
혼자 깨작거리는게 좋더라구요.
연구원 하면서 그나마 나아졌는데
글쓰는게...여전히 낯설어요....
그래서 다시 일주일에 한편씩 북리뷰와 칼럼을 써야겠다 자신과 약속했죠.
요즘엔 조금씩 밖으로 나가려고요.. 조금씩 하고픈 말들이 늘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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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11.14 07:21:33 *.128.229.81
"머리 속에 뭐가 보이는데 손이 놀고 있다. " 이 말이 무엇인지 아느냐 ? 연습 부족이라는 뜻이다. 글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다. 연습부족, 그건 땀이 모자라 마음을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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