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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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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8일 09시 34분 등록
11월 15일 학원을 마치고 화실로 향하던 길에 본 거리는 온통 붉은 빛을 내고 있는 광원들 천지였다.
그날은 흐려서 구름이 하늘을 막아 빛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조금은 답답하리 만치 엷은 불빛들이 세상에 갇혀있었다. 마치 수능 시험으로 자유를 막아둔 것처럼.
15일 막아둔 자유가 잠시 터져 나오는 밤.

15일 내 눈에 띈 그 어여쁜 빨간 불빛은 카메라를 집에 두고 온 것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게 만들었고,
다음날을 기약하여 16일 촬영했다. 그러나, 그 느낌은 사라졌다.
제멋대로 노는 불빛이 있지만, 그 불빛이 놀리는 것에 대한 답이 없이 침묵하는 날이다.

15일, 청계천 6시 30분.
퇴근하는 차들이 신호에 대기하여 미등만을 빨??게 보이며 늘어선 차들과 그 빛을 받아서 반사시키고 있는 청계천의 난간이 붉은 빛으로 답을 하고 있었다. 까만금속에서 자신의 몸체대로 둥글게 빛을 흘리고 있는 난간들이 줄줄이 이어져 자동차 미등과는 다른 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천이 있는 왼쪽으로 볼록하게 만들어진 난간의 대를 따라 불빛들이 세로로 길게 널어선 것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것을 사진으로 담지 못해 못내 아쉬웠고,
그림으로 담으면 어떻게 표현할까를 구상했다.
'까만 배경이니까 까만 종이를 쓸까?' '흑과 백만으로는 이 빛이 나오질 않을 것 같아.' '흰 바탕에 까만 것을 칠한 후 지워가며 빛을 살릴까?' '어둠속에서 살아있는 나무는 어떻게 끄집어 낼까?' '희미해진 자동차의 윤곽은 어떻게 할까?'
'색에 빠져버렸구나.' '그 붉은 빛에 끌려가 버렸구나.'

아트 선생님 생각이 났다.
화실의 아트 선생님이 주로 그리는 것이 야(夜)한 것이다.
까만 밤에 유혹적인 형형색색의 조명이 커진 거리, 약간은 조용해진 거리 어둠을 뚫고 빛이 탄생한 것처럼 이제 막 태어난 듯한 작은 불빛들, 조용한 조명이 수면에 빛나는 강변, 비 온 후 물기가 가득 도로를 적시면 그 위에 자동차들이 가며 빛을 뿌려둘 때 빗물은 그 빛을 먹고 다시 토해 빛의 향연을 만들어 내는 거리.
아트 선생님의 마음을 훔쳐갈만한 거리였는데...





아쉽게도 그날의 그 감흥은 창조를 구상하는 순간으로만 머물다가 사라졌다.
물기 머금은 날, 비오는 날 밤을 다시 기다려볼 밖에.
IP *.72.1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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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7.11.19 09:45:22 *.248.16.2
사진으로 보니 나무잎에 비쳐진 불빛이 너무 예쁘네요. 광화문으로 출퇴근 할 때는 스트레스 받은 날은 퇴근 길에 이어폰 꽂고 청계천을 걸어었는데요, 그 때 생각이 나네요. 지금은 회사를 옮겨서 청계천을 보려면 한참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해서요... 그림을 그리시게 되면 올려주세요. 감상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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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1.19 10:03:26 *.75.15.205
점점 앙상히 들어나는 가지에 아직 달려 있는 고운 나뭇잎이 마치 별빛처럼 아롱거리네.

비가 내리면 글쎄...
젖은 낙엽 참 딱하지. 쓸리지도 않으며 쩍 들러붙어서 몸부림치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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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11.20 19:50:31 *.72.153.12
앨리스님... 그리고 싶은 게 하나 더 늘어나서 좋습니다.

앨리스님, 써니님. 아름다운 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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