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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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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7일 16시 10분 등록
지난 토요일 저녁 영남권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그런 만남은
내게 참 드문 일이고 낯선 자리였다.

친정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나보다 연배가 많으신 남자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시아버지께서는 남편이 어려서 돌아가셨고, 시댁의 작은 아버님들과 나는 한자리에 끼일 상대가 아니었고.
그러니 낯선 경험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두어해 쯤 지났을 때였나
이곳 저곳 자리를 잡지 못하고 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할 때였나 보다.
원장은 사십대 중반 쯤 되었을래나 조금 더 되었을라나 지금의 내 나이에서는 멀지 않았겠지만 그때는 나와 꽤 거리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학원에서 오래 버티지를 못했다.
그런데 짤린 이유가 참, 지금 생각해도 딱하다.
원장의 부인이 함께 그 학원에 있었는데, 나를 따로 불러서 하는 이야기가
“원장선생님이 김선생을 불편해한다는”는 것이었다.
아랫사람인데 부리기가 어렵고 불편해서 싫다는 것이다.
그래, 지금은 이해가 된다. 나는 싹싹하게 인사를 잘 하지도 못하고 온 종일 함께 있어도 몇마디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막 결혼을 하고 나서 시댁 작은 어머니들이 나를 두고 그런 뒷말을 했단다.
새댁이 인사성도 없고...
나는 아무짓도 안해도 그저 함께 있는 어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아랫사람이었던 것이다.

친정아버지에게도 그런 딸이다.
한번도 고분고분 아버지의 말씀에 “네~” 하는 법이 없었던.
지난 주에 아버지가 모처럼 전화를 하셨다.
아버지는 아직도 “-사”가 들어가는 자격증 하나 없이 딸을 세상에 내보낸 것에 마음이 쓰이신다. 내년이면 칠순이신 아버지가 전화를 하셔서는 1년 코스의 보육아카데미에 다녀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신다. 자신이 손수 그 코스를 운영하는 곳에 전화도 해 보셨단다.

괜한 일을 하셨음을 완곡하게 전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또 속상해하셨겠다 싶었다.
그래도 내가 변하긴 변했나보다.
예전 같으면 그런 아버지 때문에 내가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했을텐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읽은 - 그릇을 크게 만들어라- 는 대목이 문득 떠올랐다.
아버지가 붓는 소금은 늘 일정한 양이었는데 그 소금을 넣는 물이 많아지니 짜지 않았다.
나는 그 책을 그런 방식으로 읽었다.
지난 토요일 부산대에서의 모임 후에 청국장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나는 초아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사실은 몇 번은 “저는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하고 돌아오지 않으면 며칠동안 내내 그 생각에 골몰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나였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초아선생님 말씀을 “경청”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여자는 이뻐야 한다. 예뻐서 사랑을 많이 받은 여자가 마음씀도 예쁘다”
이런 것은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었을 텐데
나는 나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읽기로 한다.
사람이라면 다 그렇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은 사람은 따뜻한 인간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

어쨌든 나는 변하고 있다.
... 중이다.

IP *.96.22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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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11.27 16:43:23 *.253.249.10
"내가 본 나경씨"
처세를 분류하면
1.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의 처세자.
2. 타인을 따르는, 즉 삼인칭 중심적인 처세자로 나누어집니다.

자기중심의 처세자가 뛰어 난 가문이나, 태어날 때부터 리더할수 있는 집안에서 출생하면 허물이 적어도, 나경씨나 나처럼 행복의 강을 스스로 건너야하는 미제자(未濟者)로 태어나면 엄청 큰 맘의 고통이나, 실질적인 고생을 하게 됩니다.

타인 중심의 처세자는 직장인으로, 장사를 하여도 성공하는 케이스입니다.

그러면 둘째의 처세자가 좋타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간사하여 이득이 있을 때에는 알짱거리고 별 볼일 없을 때에는 돌아서는 인간미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경양은 1의 항목이 너무 심합니다. 1항은 양의 기운, 2항은 음의 기운인데 이 둘을 적절하게 썩어서 처세함을 유능한 사람이라 합니다.

1항의 남녀는 결혼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본인의 자존심으로 좋은 배우자를 놓치는 일이 많지요. 심중의 표현을 느리고 너무 조심스럽고 자존심이 강해 어려워도 어려워도 표현하지 못하고 고생하는 사람이 이들입니다.

나경양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이를 고치십시요. 이것이 자아의 변화입니다. 옛날보다 향기가 적어지고 고고한 맛은 적어지지만 대중과 호홉하고, 인기를 얻고 많은 이의 축복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쁘 질 것입니다.

가로 20센치 세로 30세치가 않되는 얼굴이 이쁘면 얼마나 이쁠 것입니까? 얼굴은 마음의 표상이고, 깊은 심연 가슴의 포장물 일 뿐입니다. 얼굴만 삔뜻한 여인은 하류계에도 무척이나 많습니다.

"鞏用黃牛之革"
<변하려면, 개혁하려면 마음의 끈을 소가죽으로 단단히 묶어라.>

나경양!
옛말에 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라는 명언이 생각 납니다. 심각하게 대화하려고 하면 아무도 누구와도 다정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틀린말도 새길줄 아는 지혜도 하나의 처세 일 것입니다.

나는 나경양이 이뻐 보이던데...
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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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김나경
2007.11.28 09:13:31 *.96.229.115
네, 초아선생님 말씀 잘 새겨 듣겠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의 처세자

그러니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변하나 봅니다.
세월속에서 깍여나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건 정말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닌가 싶으니까요.

이렇게 아무때나 솔직한 마음 불쑥 내미는 글에
따뜻한 말씀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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