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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9일 23시 02분 등록
어머니께서 눈이 자꾸 침침하고 안 보인다고 하셔서 모시고 종합병원엘 다녀왔다. 나의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예약한 병원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가서보니 일찍부터 대기하여 순번을 기다리는 동안 오가는 환자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언짢으셨던지, 여간 근심스런 표정이 아니다. 속이 무척이나 심난하신 모양으로 기운이 하나도 없으시다. 2주 전 백내장 검사가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통스러우셨던 모양인데, 오늘도 겁을 잔뜩 집어먹은 어린아이처럼 자꾸만 되뇌이신다.

조금 있으니 그저 가서 잠시 곁에 앉아 있을 뿐이건만, 그것만으로 이내 표정이 누그러지신다. 사람의 온기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느끼며, 어머니의 옷가지와 가방을 챙겨들고 함께 기다리며 나도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젊은, 한 삼십대 중반 가량의 아저씨 한 사람이 한쪽 수족을 질질 끌고 다니며 심기가 사나운지 불편한 목청을 돋운다. 벌써 저 나이에....... . 얼마나 불편할까를 생각하니 병원의 번거로운 체계에 못마땅해 하는 아저씨의 심사가 절로 이해가 되어 마음이 짠해진다. 수족도 마음대로 못쓰는데 진료 하나하나를 할 때 마다 이리로 저리로 수납을 하고, 기다리고 또 진료 받고 하는 것이 몹시 불편하고 짜증스러운 모양이다. 그래, 그렇겠다. 그 아무것도 아닌 번거로움 앞에서 좌절되고야 마는 인간의 나약한 일상이 너무나 허무하고 안쓰럽게 다가온다.

나도 어머니의 검사 하나가 끝나자마자 수납으로 달려가 영수증을 받아가지고 다시 다른 진료실 앞에 가서 대기하고 있었다. 두 번째 검사를 받아야 하고 또 많이 기다려야 했다. 사람들은 어디서 이리로 다 모여들었는지, 왜 그리도 많은 것인가. 수납 직원들을 살펴보니 하루 종일을 오픈된 공간에서 잠시 잠깐도 자리를 비울 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간호사들 역시 환자들을 살필 겨를도 없이 알아듣지도 못할 빠른 말로 설명을 하고는, 두더지처럼 진료실을 쏙 들어가고 나오곤 하며 연신 호명하기에 바쁘다. 참 쉬운 일이 없다고 느껴진다.

젊은, 그러나 이미 낡아버린 아저씨의 힘든 수족과 갈라지는 목소리만이 여기저기 바쁜 틈새를 기웃거리고, 저마다의 적막한 근심을 순간이나마 다른 곳으로 돌려놓으며, 병원 한구석을 애달프게 맴돌고 있다.

어머니는 괜히 당신 때문에 시간을 많이 뺏겨서 어떻게 하느냐고 하시며, 또 예의 그 천간스러움을 어쩌지 못하고 당신으로 하여 행여 번거로움을 느낄 지도 모를 여식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신다. 그러면서 당신이 만약 눈이라도 제대로 못 보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당겨서 하시는 듯하다. 당신의 아픔과 불편하심보다 그런 부모를 건사해야 하는 자식들이 미리부터 염려가 되는 것이리라.

노모는 팔순의 연세를 사시는 동안 참 많이도 아프신 양반이시다. 어머니의 배는 마치 대한민국지도의 빨간 군사분계선 표시처럼 크게 갈라져 있다. 여성의 상징인 자궁도 벌써 떼어내신지 40년 가까이 되신다. 담석이 생겨서 담낭도 제거 했었다. 젊어서는 삶이 고달파서 신경성으로 인해 위경련도 자주 일으키셨다. 이런 저런 수술을 하는 동안에 덩달아 떼어낸 장기도 여럿 있다. 일테면 맹장 같은 것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 늘 몸이 허약하기 이를 대가 없으나 타고난 투지와 불굴의 정신력으로 언제나 강건한 삶을 지탱해 오셨다.

결벽증과 깔끔함은 도를 넘어설 지경이어서 환자가 도리어 문병객을 염려하여 대청소에 이르실 정도였다. 정말이지 어머니는 그렇게 당신보다 도리를 먼저 생각하시며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난 후에, 할 말은 하고 옳고 그름과 시시비비를 가려 따질 것은 따지시는 분명한 양반이시다. 비록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도 정신력만큼은 세상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으며, 그 칼칼한 성정은 언제나 우리들의 삶을 일깨우는 더없는 일상의 뿌리와 지침이 된다. 그러니 매사에 대강 넘어가는 일이 없이 근심 또한 얼마나 많으시겠는가.

어머니의 검진과 처방을 기다리는 동안 병원을 찾은 여러 사람들을 둘러보게 된다. 대게는 연로하신 분들이다. 녹내장 검진이니까 더욱 그러하다. 그 어르신들을 보며 절로 느껴지는 생각이 있다. 노화란 얼굴의 주름살만이 아니다. 뼛속 깊이 주저앉고 사그라지는 퇴화는 우리가/내가 인생의 유한함이라는 강을 어떻게 가꾸고 건너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대변해 주고 있다. 오늘 하루의 연장, 한 달의 월급봉투, 년 봉에 늘 급급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함과 동시에 우리들의 삶의 종착점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뚜렷하게 인지하고 그려보게 한다. 그렇게 늙어갔을 저분들의 삶에서 가쁜 한숨이 터져나오는 듯도 하기에.

통증과 병마는 제거 할 수 있다. 그러나 노화는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새해가 있었으면 반드시 섣달그믐이 오고야 만다. 이 유한함 속의 일상이 우리들의 인생이다. 비록 당장에 실천과 성과가 다소 미흡했거나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미시적 성과보다 거시적인 틀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물론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 없이는 거시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는 일은 가시적인 성과와 계획의 멋진 달성뿐만이 아니라, 목표를 달리고 진행해 가는 과정 속에 더 나은 내면의 역량을 함께 키워나가는 심사숙고와 사명을 늘 동반해야 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인생이라는 긴 강을 건너는 동안에 미처 생각지 못한 채 부딪히게 되는 우연한 여러 사건들과 서로의 미숙한 처신 등에도 예의를 갖추어 감사와 깨달음 전하며, 한해를 슬기롭게 결산하고 정직하게 마감할 수 있는 바른 힘과 용기를 가져야 하는 것이리라.

대형 병원을 찾아 허물어지고 낡은 것들을 바로세우려는 환자들의 초연한 의지 앞에서 갖가지 상념들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어머니의 검진이 다 끝난 모양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심난하고 괴로워 쪼그러든 할망에서, 딸을 보자 이내 엄마 품에 무거운 책가방을 내려놓으며 종알대는 어린아이처럼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시다가, 이제 검사를 완전히 마치고 의사로 하여금 개운한 처방과 진료를 받은 어머니는 생각보다 나은 결과에 힘입어, 금새 낙랑 18세 같은 소녀의 걸음 걸이로 변하며 활짝 웃으신다.

"너, 오늘 뭐 먹고 싶냐? 내가 맛있는 거 사주랴?" 하시며 앞장을 서시는 팔순 노모의 팔랑이는 걸음걸이가 날리는 눈발만큼이나 앙증맞게 느껴져 뒤를 따라 걸으며 내내 입가에 미소가 흩날렸다.

삶이란 서로 의지하며 함께 나누고 돕는 사랑이다. 아무것도 아닌 어려움 앞에서 때로 슬프고 괴롭지만, 또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내면의 힘과 슬기를 갖고 있는 것이며, 보다나은 일상을 위해 결코 희망찬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리라. 유한한 이 세상에 한 점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미련과 아쉬움일랑 씩씩하게 덜어내면서, 보다 건강한 일상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IP *.75.1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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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7.12.19 13:37:55 *.122.138.97
성경에 이르기를 믿음, 소망,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했죠. 사랑을 하려해도 건강은 필수입니다. 건강이 없으면 사랑을 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렵습니다. 건강해야만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써니님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 그 따뜻함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항상 어머니께서 건강하시기를 빌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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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바다
2007.12.19 13:45:26 *.76.107.93
영상이 흘러가듯 눈에 선하게 하는 글쓰기 재주가 있으시네요 .
친구처럼 나이 들어가는 모녀지간이 보기에 좋습니다.
분주한 연말,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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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2.19 23:08:31 *.70.72.121
고맙습니다. 재우 아우님.
요즘 아주 열심히 점점 더 많이 변.경.연을 사랑하시는 모습,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이며 좋습니다. 금요일에 뵈용.

제법 오랜만입니다. 파란바다님.
연말이라서 무척 바쁘지요? 부서도 옮겨서 더욱 공사다망한 한 해 였지 싶습니다. 명년은 좀 나아지겠지요. 그댁도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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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7.12.20 17:23:31 *.122.143.72
흠.. 금요일 시간내기가 엄청 어렵네요.. 부서 회식이라고 참석이 어렵겠습니다.. 써니누님, 지송하구여, 담에 뵈여..-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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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7.12.22 18:57:52 *.133.238.5
하하하~~~

그동안 나의 낚시질(?)에 낚여 기꺼이 주말 황금 시간 일부를 기부해 주신 변경연 식구 두분...

얼마전 여행자님, 그리고 오늘 써니님...

나의 낚시 대상이 된 두분의 공통점은,
왠만해선 내 부탁을 거절치 못 할(?) 착한 분들이라는 점...
푸하하하~~~~~ 농담이구요~~

암튼, 지난번 여행자님도 그렇고 오늘 써니님...

어제 파티의 진한 여진이 남아 늦잠 주무시다가 비몽사몽 일어나
흔쾌히 커피 한잔 나눌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핫초코 마시며 써뉘님과 잼나게 수다 떨고,
겨울 바람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꽤나 상쾌하였습니다.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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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2.23 10:05:28 *.70.72.121
번호도 뜨지 않는 전화...

얼굴전체에 검은 마스크를 하고 가까이에서도 눈알맹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 안경에 헬멧, 노오란 마치 가발을 쓴 듯한 바람머리카락, 해골과 기타 여러 가지 히피장식이 달린 조끼, 검은 가죽 바지는 걸을 때마다 무엇이 주렁중렁 함께 움직이고, 팔장을 끼고 비스듬히 기대어 선 몸짓엔 딱 바라진 어깨가 제법 사내 냄세를 풍기고 있었다...

생전 처음보는 그가 그를 상징한다는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는 굴착기 소리를 내며 아스팔트를 뚫기라도 하듯 두두두두...

실내에 들어서서도 죽어라고 안경만은 벗지 않아, 쌍거풀을 한 것인지 ㅋ아니면 족제비처럼 째진 눈인지 전혀 알길이 없이, 네모지고 딱 바라진 턱선과 그를 상징하는 얼굴 가운데 제법 야무진 것 같은 입술만이 조물조물 움직였다...

그에게도 불이 숨겨져 있는 것인지 단순히 바람끼만 있는 것인지는 아직은 알수 없다...

나름의 개똥철학?이 일단은 그러하고 이름 석자도 자신이 밝히기 전에는 물어봐서는 안 되거나, 말 하기 싫은 것 같은 풍김이 그러하다...

나빠보이지는 않지만 때로 나쁠 수도 있는, 좋을 것 같지만 정말 좋을까 의심이 되는 경계를 아슬아슬 바이크를 몰듯 주절주절 넘나든다...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바이크, 좋아하는 ㄴㄷㅌ가 있다지만 좋아하는 사람인지, 좋아하는 사랑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래도 제법 예의를 갖추었고 나름 신사적인 면모를 보이며 깔끔하게 대처하며 겉모습과는 다른 순수함을 엿보이게는 한다...


그가 며칠 전 공연을 하며 노래부르는 모습은 의외?로 순수한 열정을 보여주었다고 생각을 하지만, 아직은 그를 친구라고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삶이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산다. 적어도 이름 석자는 당당하게 밝히며 살자. 상대에게 폰번호 정도 밝혀도 서로간의 처신에 손상이 되지 않게 살자. 그리고 내가 하는 일과 내 어설픈 일상이나마 당당히 표현하며 더불어 살자. 이것이 쫀쫀한 나의 규칙에 지나지 않을 지 모르지만, 나는 이것을 고수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렇게 사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신용이 사랑보다 중요하고 신뢰가 진실보다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가 변.경.연을 알고 좀더 당당해지길 나는 바란다. 나는 그에게 길들여 지고 싶지 않다. 왜? 경계를 걷는 다는 것이 자칫 어느 날 휑하니 보따리를 싸고 사라지는 선희의 가방이 될지 모르고, 더 이상 그런 모습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선희의 가방이 자신에게는 어떤 삶의 보따리였을 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치명적 상처나 오해가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감히 말하고 싶다. 누구든 떳떳하게 남아라. 그렇지 않으면 서로 돕고 나누는 것이 한낱 사상누각이 될지 모른다. 그만큼의 의미가 분명있을지라도 상처와 아픔을 경험한 나는, 나와 같은 그들이 이렇게 나아가지 않는 한, 스스로의 약속과 더 나은 변혁을 이루어 내기가 쉽지 않음을 단호하게 생각하는 바다. 내가 너무 웃기는 짜장인가??? 그저 웃는다. ㅎㅎㅎ


p.s 그리고 그날 그가 남긴 대화 중에서...

한정화님의 그림 너무 좋아요, 계속해서 그려나갔으면 좋겠어요. 글과 그림의 어울림이라면 좋은 차별화가 될 것 같아요.

사진에 그분이 한명석님 맞나요? 감으로 알 수 있었어요. 그분 글에 많이 공감하고 감명받아요. 글을 참 잘 쓰시고 요즘들어 부쩍 공감이 가는 이야기에 더없이 친근해 지는 느낌이에요.

나도 물어보고 싶었다.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나의 부족함을 내가 먼저 알기에...
그가 덧글이 아닌 본격적인 자신의 글로써 자신을 들어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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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7.12.24 08:56:30 *.133.238.5
푸하하하~~~

넘 심각하게 사신당~~ㅋㅋㅋ (내 보기엔)

그날 덕분에 즐거웠습니당...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토요일 오후...
한시간 반 남짓 함께 한 시간동안,

고기가 듬뿍 들어간 맛난 설렁탕 한그릇,
우유가 듬뿍 들어간 라이더용 겨울 음료 핫초코 한잔,
그리고, 서로 조미료가 필요없어 아주 담백했던 수다 한사발...ㅋㅋㅋ

암턴,
여러가지 조언은 잘 들었습니다~~~

근데요,
저는 그냥 저일 뿐이구요,
저 역시 인생 제 멋대로 살아왔지만,
누구에게도 큰 피해는 주지 않고 살아왔으니 염려놓으셔요~~~!!!

그리고 한가지 말씀드릴 것은,
제가 떳떳하지 못할 일은 전혀 없다는 것.

다만, 자유롭고 싶은 것일 뿐입니다.

노래할때는 그저 음악으로,
대화할때는 다만 얘기의 내용으로,
글을 쓸때는 글의 내용과 느낌으로만 교감하고 싶습니다.


암튼, 써니님 메리크리스마스~~!!!!!!!!
사랑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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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2.24 09:49:28 *.75.15.205
에그~

내가 좀 거시기 하긴 한갑다. ㅋ

어느 땡중님 왈, 너가 그리 괴팍한 것은 네가 그리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뿔싸!) 신** 같은 배짱이 없잖아 하셨다. 수긍은 하지만 (난, 신** 같은 인물 싫어해욧. 했다.) 그 방식은 내 방향이 아니다.


자유로운 할리와 변.경.연 모든 분들 메리크리스마스예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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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7.12.24 12:51:53 *.133.238.5
써니님~~!!

아주 아주~~ 완전 실시간 대화방~~ ㅋㅋㅋㅋ

근데요,
왜 그르셨쎄요~~~

그 왜 "두려움..." 그 분이 올린 글 말예요...
걍 댕겨오시라고 용기를 주시징....^^;;;;;;;

남편분이 딱 일년만, 이전에 수십년 살아오던대로
약간의 불편함과 외로움만 감수하면 될 것을...

남편분도 아내를 진정 사랑하신다면 지지할 것으로 믿습니다.
다소간의 외로움과 불편함이 두렵긴 하겠지만...^^;;;;;;


저도 오랜 꿈이 있습니다.
그 제목도 유치찬란한 "할리타고 미쿡 대륙 횡단하기" ㅋㅋㅋ

10대때부터 꾸어온 꿈이지요.

아무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멋져보여서, 폼나 보여서 꼭 해보고 싶었던,
그리고, 낫살깨나 잡수신 지금도 버리지 못한 꿈~~

근데, 참~~
인생 뭐 글케 간단치 않은지 이런 저런 이유로 그 쉬운 걸 못해보고 있네요...

작년 여름,
할리 동호회 사람들이 드디어 일정을 잡았다고 알려왔습니다.
할리데이비슨 미국 대륙 횡단 프로그램...
시카고에서 산타모니카까지...
그 유명한 Route66을 따라 할리를 타고 미쿡 대륙 횡단...

근데... 윽~~
무려 보름 가까운 일정...ㅋㅋ

근래 매우 불안정한 신분인 제가 보름이나 자리를 비운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실시간 올라오는 사진으로 그 여정을 함께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야 스스로의 현재 여건상 못하고 있어서 원망은 없지만,
누군가에 대한 의무나 책임감 때문에 그걸 못해본다면,
두고 두고 원통할 것 같아요.

비록 그것이 남들에겐 매우 하찮은 것일지라도,
나에게는 아주 많은 것을 포기해도 좋을 만큼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만약에 내옆의 누군가가 그 꿈을 이해하고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굳게 믿습니다.
그저 자신의 그림자를 사랑할 뿐...

진정으로 타인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죠.


좀 다른 얘기인지는 모르나...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대학 4학년 졸업반일때 한 남자를 만났고,
목숨만큼 사랑하게 되었더랍니다.

그녀는 대학 입학할때부터 유학을 준비하였고,
그 남자를 만나던 무렵엔 오랜 꿈이던 유학 준비가 다 끝난 상황...

그런 그녀가 진지하게 남자에게 묻습니다.

나 유학 포기할까? 난 유학보다 자기가 더 소중해.
자기가 원한다면 유학 따윈 안가도 좋아~!!

이제 막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던 시점에서 긴 이별은,
그 남자에게도 세상 무엇보다 힘든 일임에 분명했지만,
남자는 단호히 말합니다.

너의 꿈이 나에게도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이니,
아무 걱정말고 다녀오라고...

그리곤 6년째...
외로움에 지칠때면, 특히나 요즘처럼 시즌에는 서로가 너무나 그리워 죽는답니다....

그 6년 동안 그 둘은 기껏 일년에 서너번의 만남으로 소중한 사랑을 지켜가고 있답니다.

여름 방학때 한국에 나와 있는 두어달, 그리고 그 남자가 어렵사리 휴가를 내어 일년에 두어번씩 달랑 3박 4일 정도 그곳을 방문하여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고작...

그 긴 공부가 거의 끝나가는 요즈음도 그녀는,
때때로 전화기 너머로 눈물을 쏟으며 남자에게 묻곤 합니다.

나, 공부 그만하고 돌아갈까??
팔짱 낀 연인들로 넘쳐나는 그 번잡한 홍대 거리에 자기만 혼자 덩그러니 내 버려두고 이렇게 멀리 떨어져있는 것이 너무 너무 맘에 걸려...

마음같아서는 당장 들어오라고 하고 싶을 때도 여러번이지만,
그는 짐짓 호통을 칩니다.....
공부 다 끝내지 못하면, 들어와도 나 만날 생각도 하지말라고....

암튼...

얘기가 옆으로 샜습니다만...^^;;;;;;;;;;

주변에서 주워들은, 그리 흔치않은 부러운 사랑이야기 한토막이었구요...

아마, 그 "두려움없이"님의 남편도 위의 "그 남자" 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믿어봅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함으로써 행복한 것이
나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해..."
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당사자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꿈]이라는 것엔 다름이 없다고 봅니다.

그저 멋져보여서 꼭 해보고 싶은 미국 대륙 횡단 이든,
하고 싶은 공부를 더 하기 위한 유학이든,
그리고...
"두려움..." 님이 9년 동안 꿈꾸어 온 워킹 홀리데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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