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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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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3일 02시 32분 등록
나의 컬쳐코드

나는 펜싱을 사랑한다.
그것을 잘 알고 싶어 했고 잘 다루고 싶어 했다.
그것의 한 징표는 이기는 것이었다.

뭉뚱그려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이기는 거지만,

처음에는
펜싱을 잘 하기 위해서는 나를 잘 다룰 수 있어야 했다.
내 몸을 나의 생각과 일치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했다.
자세와 동작과 개념을 배우고
타이밍과 속도와 거리의 조정능력을 배워야 했다.

그것이 가능해야 상대를 알 수 있었다.
상대의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그 뒤에 숨어 있는 상대의 의도와 목적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상대적인’ 이라는 개념과
‘적절한’ 이라는 개념을 배워야 했었다.

그런 뒤에는 펜싱이 아닌 것들로부터 펜싱을 배울 수 있었다.
일상적인 것에 대한 태도나 행동들을 통해서
그것들이 펜싱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를 응용할 수 있어야 했다.
보이는 것들의 뒤에 숨겨져 있는 본질과 원리들은
무대 위에서 행동하는 나와 상대의 컬쳐 코드(무의식적인 행동의 원리)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인간에 관한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원리와 방법론을
배워야만 했다. 나는 ‘인간’ 과 ‘개인’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람은 사실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를
기대한다. 나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지만 행동하는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선택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젠 펜싱을 통해서 얻어진 것들이
펜싱이 아닌 세계속에서 어떤 의미로 존재할 수 있는지로 나아간다.
나와 상대와 세계의 많은 것들을 통해서
나의 펜싱 그 하나를 완성하려고 노력했듯이

그 하나 속에 집약되어 들어 있는 틀을 통해서
세상 속의 것들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예측해 보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 속에서 검이 없이 검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훈련을 하고 있다.

나의 마지막 화두는
균형을 깨고 목표를 선점하는 일시적인 강압적 승리가 아니라
더불어 ‘조화’를 이루되 최적의 ‘평형(equilibrium)을 통해
우호적인 승인을 받고 존중받는 것이다.
그것의 징표는 ‘더불어 평온함’이다.

그래서 나의 미래는
펜싱이 나의 삶이 아니라 나의 삶이 펜싱이 된다.
검을 다루는 것이 나의 삶이 아니라
하루를 사는 것이 검을 다루는 것이 되는 것이다.

오늘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나와 상대와 세계에 대한 그 어느 것도 완성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상호보완하며 ‘살고 있다’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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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석과 영훈의 컬쳐코드 리뷰를 읽고
나도 리뷰의 리뷰를 쓴다.

나의 컬쳐 코드는 ‘펜싱’이다.
IP *.131.12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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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2.23 09:09:01 *.70.72.121
점점 더 멋있어지는 것은 미인들로 부터 멀어지기 위한 방편은 아닐까요? ㅋㅋㅋ

날로 멋들어지는 그대를 보며 마음 훈훈합니다. 1년간 리뷰를 해보심은 어떠실지요?


p.s
맨날 뭐가 '알제'라요? 나는 모르면서도 맨날 천날 그냥 넘어가는디?
그렇고먼유, 별난 것으로 치면 보통은 아닝개비요. ㅎㅎㅎ

아참, 할리보이님께서 백산님 무지하게 좋아한다고 한 것을 내가 너무 흥분해서 빼불었나보네요. 요상시리 동성들이 왜 그리 좋아한다고 덤비는지 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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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12.23 15:34:00 *.209.49.153
그렇다면 나의 컬처코드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성렬님, 자주 뵙지는 않아도, 늘 한결같은 모습이 든든합니다.
따뜻한 연말연시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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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12.23 16:35:48 *.131.127.91

써니!

난 변경연에서 눈 동냥, 귀 동냥하는 것으로도 벅차...
겉이 번드르한게 알맹이가 없거든... 알제...
내가 그~려... 연구원 생각하면 그나마 콩알만한 간마져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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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굴곡이 참 많은 삶이었네...

그래도 아직 세상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자비롭고 지혜로운 스승들을 만날 수 있는
인복(人福)이라는 신의 축복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네...

운동을 하는 사람에 대한 우리의 문화적인 코드 때문에...

‘어이구,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신기하네...’
‘운동하는 사람 같은데 말하는 것은 그렇지 않군요.. ’
심지어는 학회에서 발표를 하는 데 그러더군,,,
‘어디서 베꼈니?’ ...

운동을 잘하면 = 무식하다는 공식이
나를 끝없이 몰아세우고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두 세계 모두에서 고립되어 버리는 듯한
나는 항상 평가절하 받으며 살았네.

의미와 가치를 잃어버리고 껍질 뿐인 형식의 틀에 갇혀서
현란한 명분과 위선으로 가장한 무기력한 인간 말종들의
더러운 냄새... 때문에
나는 목숨을 걸고 또 걸어야 했네...

운명처럼 주어지는 개척자적인 삶 속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해서 살아 돌아오면...
내가 속한 세계에서는 잘난척하는 놈이 되고
또 다른 세계에서는 기이한 별종이 되는 외로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것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저 삶이 그렇다고 둘러대고 위안 받아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거...

'창조적 부적응자'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모르네...
자유롭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토해낼 수 있게 해주는
이 곳에서 ‘사는데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치이고 밟혀서
원한과 분노로 응어리진 가슴을 쓸어내렸네...

그 타는 목마름...
나는 이곳에서 구원을 받았네...
항상 은혜와 감사를 잊지 않고 살려고 노력하네...


ps:

써니!
알제.. 별난 것으로 말하자면 니도 보통이 아니라는 거... ^^

근데... 송년회 밤에 그대가 긴장해서 ...
스승님과 변.경.연의 위대한 자유의 힘이 그것을 수용하고
치료해줬다는 거를 이야기할 때 ... 멋지데...

글고... 감사합니다.
별로 재미없는 나의 글을 빼지 않고 읽어주고 변함없이 댓글을 달아주어서..
항상 써니를 통해서 배우네.. 전화 한 통화, 댓글 하나 더...
실천적인 삶을 통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사람’을 돕는 써니를 존중하네..

'임자' 만나더라도 변하지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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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12.23 16:41:04 *.131.127.91
한 선생님!
그냥 휑 떠나셔서 섭섭했어요...
사실 제가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해서
좀 어리버리 한데가 있거든요...

새 해에 한 번 모여서 광기를 부려봅시다..^^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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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당팔
2007.12.23 17:22:00 *.121.243.160
백산!
한 분야의 고수는 다른 분야에서도 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을 다루듯이 자신을 다루고, 검을 사랑하듯이 자신을 사랑하여
부드러운 劍士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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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7.12.23 18:02:32 *.67.52.201
운동선수=무식이 ^^
가끔 그런 소릴 하는 사람보면 트라이앵글 초크로 살짝 졸라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죠. ^^ 웃자고 하는 소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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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근
2007.12.23 20:57:17 *.115.200.173
제가 단순무식해서 남자는 남자같이, 여자는 여자같이 해 다녀야 한다고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는 사람인데....
백산님을 보면서 참 좋다, 멋지다....
한 순간에 저의 못된(?) 생각에 종지부를 찍게 만드셨답니다.
귀한 만남을 통해 제가 또 한 단계 성숙하게 됨이 너무 감사합니다.
펜싱!
제가 중학교 3학년 전학갈 때 펜싱 특기생으로 갔답니다.
칼 한번 안 잡아보고 도망갔지요.ㅋㅋㅋ
그래도 친근감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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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동
2007.12.23 22:58:13 *.142.152.25
이젠 펜싱을 통해서 얻어진 것들이
펜싱이 아닌 세계속에서 어떤 의미로 존재할 수 있는지로 나아간다.
나와 상대와 세계의 많은 것들을 통해서
나의 펜싱 그 하나를 완성하려고 노력했듯이

==>

펜싱이라는 말을 제게 맞는 말로 바꾸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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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웅
2007.12.24 01:04:43 *.47.113.145
이번에 우연히 두 번이나 백산님을 뵙고 말씀을 나눠보니 백산님에게서 넉넉함과 포근함이 느껴져서 저는 참 좋더라구요! 그동안 백산님 글을 읽으며 스크랩 해 놓은 것도 많고 그동안 댓글은 잘 달지 않았지만 올려주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그 날 새벽에 헤어질 때도 백산님이 넓은 가슴으로 힘차게 안아주셨을 때 얼마나 포근하던지요! 백산님은 함께 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시는 분 같아 아주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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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12.24 07:13:42 *.180.46.11
올 한해 은혜를 많이 입었습니다.
활인검(活人劍 活仁劍? )

'하루를 사는 것이 곧 검을 다루는 것이 된다.'
밥 사드린다 했더니 젤 싼거 드시고, 그래서 미안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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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12.24 13:24:26 *.46.151.24
운제 형님을 뵐 수 없어서 섭섭했습니다.
항상 사람들을 풍요롭게 해 주시잖아요..

지현님! 고맙습니다. 그런사람 만나면 같이 때려 줍시다.^^
희근님! 잘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

재동 ! 결혼이란 안정감을 유지하며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절제와 전략의
훈련장이지...^^

신웅! 다음엔 내가 이야기를 들을 차례가 아닌가 싶네..

정화 : 마니또 역할이 충분치 못해서 미안해..
멋진 상을 타서 최고로 기뻣고
음식의 맛은 돈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요리실력과 함께 누구와 먹느냐로 결정되는거야...

미소~^^만 지으면 금방 줄을 설거다... ^^
그러면 그 중에 하나 고르는 거여...

써니 니 아나?
여자끼리 좋아하는거는 신변잡기에 소문잡기이지만
남자끼리 좋아하는 거는 배짱이 맞는거여...
남자들은 잘났냐, 똑똑하냐가 아니라 배짱이 맞냐
안 맞냐가 중요하거덩...

하튼 할리보이님 ! 감사합니다. 잘 봐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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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숙
2007.12.24 14:48:35 *.18.196.62
멋지군요.
현실에 적응 못해도 타협하지 않고 제 색깔을 내는 사람들은 언제봐도 멋지지요. 백산님이 그런 분이시군요.
님에게 검은 컬쳐코드가 아니라 '삶의 코드'군요.
'세상이 검이고 나는 그 검을 잘 다루기 위해 분투한다.
목표는 균형을 깨고 얻어내는 일시적인 승리가 아니라
최적의 ‘평형(equilibrium), ‘더불어 평온함’이다!'
그렇게 오래 세월 자신이 속한 무리나 아닌 무리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사람의 목표가 참으로 숭고하군요.
굴곡이 많은 삶을 살고도 여전히 세상을 긍정으로 껴안는 그런 용기는 어디에서 얻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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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12.25 02:25:21 *.131.127.91

한숙님!

저는 그들에 의해서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협연자가 될 수 있을 뿐 합주단원은 될 수 없죠.
전체와 맞먹는 연주의 균형을 갖추어 함께 하든지
혼자 하거나 그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기다려야죠

아니면 퇴장해야죠...^^

연주는 협연자나 합주자가 듣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요? 만...
합주자들에게 괘씸죄로 걸렸죠...

그러나 관중은 연주의 형태와 음악을 즐기지만 삶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죠.
티켓값은 프리였으면 하죠, 야속하게시리...
못하면 되게 뭐라고 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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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이죠...

존중하고, 책임지고 보호하고 잘 알고 싶은 그런...
함께 있고 싶고 잘해주고 싶고 끝없이 관심이 가지 않던가요?


누구 말대로 삶의 모든 것이
펜싱의, 펜싱에 의한, 펜싱을 위한이 됐죠... ^^

그러니 제가 좀 헤갈리기도 합니다.
제가 펜싱을 하고 있는지 펜싱이 저를 살고 있는지
잘 구별이 안 되는 때가 있죠!? ^^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그럴듯하게 늘어놓을 수 있겠지만
실은 저도 잘 모릅니다. 왜 그렇게 좋은지...

그게 사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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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 펜싱이야기하니까,,, 제가 또 팔푼이가 됐습니다.ㅎㅎㅎ
그래서 병곤 회장이 저보다 어리버리하다고 했습니다.^^


펜싱을 잘 하는 것과 시합을 잘하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는 거 같습니다.

펜싱을 잘 못해도 시합에서 이길 수는 있습니다.
시합에 이겼어도 이긴 것 같지도 않고 꿇리고
끌적지근한 경우가 있거든요... .

펜싱을 잘 하는 사람은 시합도 잘하지만
그거 말고 다른게 있습니다.

제가 펜싱을 잘하지 못해서 어떻게 설명이 잘 안되는데
아무튼 있습니다.

있쟎아요.. 거.. 져도 진 것 같지 않고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항상 당당하고 존경스러운 그런 ...
멋지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그런 훌륭한 선수나
지도자를 많이 봤습니다.

왜, 스승님도 그러시쟎아요..
그냥 한마디 하셔도 가슴에 와서 철썩 달라붙는 것 같은..
왜 거... 무섭지는 않은데 어려운 그런거 있쟎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저는 시합은 몇 번 이겨봤지만 펜싱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30년을 했어도 아직도 찝찝하고 시원찮은 구석이 많은 걸로 봐서...

큰 그릇은 아니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그래도 소인은 면할 수 있겠죠..
희망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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