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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식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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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0일 09시 31분 등록
색즉시공을 보고…

흐흐흐
히히히
우헤헤
크헐헐

영화 보는 내내 신나게 웃었다.
여자는 야한 영화를 보며 웃으면 안 된다는 금기가 있지만
어쩌겠는가.
웃겨서 넘어가시겠는 걸.

내 생각에 감독은 무척 순수한 사람일거다.
중고딩 정도의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성을 바라 봤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야하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웃겼다.
그래서 신나게 웃었다.

호기심 하면 나두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우리 집에서 위험인물이 된 건
단지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그냥 해 본다.
하고 본다.
그래서 어린 나에게 어른들은 늘 이렇게 말했다
“임마! 너 거기서 뭐하는 거야?”

나 또한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밤잠 이루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실은 지금도 그렇다.)

아마 중학교 때 쯤이었지?
그 당시에 나를 사로잡았던 화두는…
소변과 대변이었다.

여자는 앉아서 소변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앉아서 소변과 대변까지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당시 나의 상식으로
남자는 서서 소변을 봐야 했다.

그렇다면…
대변과 소변이 함께 급하다면
어떻게 하지?
대변을 보며 힘을 주다 실수로
소변까지 나오면 어찌한단 말인가..
반대로 소변을 볼 때 대변까지 급하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인가…
아… 불쌍한 남자들이여…

하지만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분명 해결방법이 있을 것이다.
난 그걸 알고 싶었다.
그래서
중학교 때 남자 화장실을 훔쳐 보았다.
남자 화장실만 보이면 다 훔쳐 봤다.
그러다 몇번은 들켜서 혼도 났다.
이게 그 유명한 ‘화장실 변태 사건’이다.
(나만 유명하다고 생각한다 ㅋㅋ)

하지만 신은 당장 답을 주지는 않았다.
그 문제는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한 편지에서 젊은 시인은 노 시인에게
긴급한 문제를 빨리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릴케는 그 요청에 이렇게 대답했다.

“마음 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인내를 가지십시오.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십시오.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지금으로서는 그 해답을 살아 낼 수 없으므로
지금 당장 해답은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살아 보는 것입니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아 보십시오.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당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당신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중


나도 그랬다.
그 문제를 안고 몇 년을 살았다.
그러다 대학교 때 우연히 엄마와의 대화 중 해답을 얻게 되었다.
“그런게 궁금했다고? 아이고 웃겨라.
남자는 앉아서도 오줌 쌀 수 있어.”

.....
진작 물어 볼 걸 그랬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풀린 건 아니다.
지금도 풀리지 않는 또 다른 문제들이 내 앞에 있다.
때로는 그 문제들에 압도되어 삶의 무거움이
한층 더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살아보면 언젠가…
이 말이 날 살게 한다.
궁금해 죽겠는데 어떻게 죽을 수 있단 말인가.
답은 알고 죽어야지.
안 그래?
살아보면 언젠가 답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때까지만 살아야쥐~ ㅎㅎ
IP *.234.19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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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웅
2008.01.10 08:29:14 *.47.113.145
그래그래, 궁금한 건 다 알고 난 뒤에 죽어야 쿨한 거쥐! 인생 두 번씩 사는 것도 아닌데 이번 생에서 호기심이 생기는 건 다 알고 죽어야 멋지게 살다가 간 삶 아냐? 안 그래? 그리고 식염수야 마지막 문장은 아마 네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 않을 껄?!

왜냐하면 지금 너의 문제들이 언젠가는 풀린다 해도 네게는 계속해서 새로운 문제들이 네 앞에 나타날 테니까 말야. (지금 네 앞에 나타나서 계 속 태클 거는 나를 보면 잘 알 거야. ㅎㅎ) 더구나 너처럼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런 고민들은 한층 더 많이 찾아오게 되겠지? 하지만 걱정마. 너의 말처럼 그런 고민들이 우리들 모두를 살아가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어 줄 테니까 말야. 그리고 거기서 우리의 생의 기쁨과 즐거움도 가지를 치며 함께 나오리라고 믿어. 누군가 그러더군. 행복의 양과 불행 의 양은 동일하다고. 우리가 접하게 되는 불행의 양만큼 우리들 각자에 게 행복이 주어진다고 말야.

너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약속한 거다. 너란 사람의 모든 문제를 다 풀고 난 뒤에 죽는다고. 어디 그게 쉽게 풀리나 보자. 부처님 도 쉽게 해내지 못한 인간의 숙명인 그것을 말야. 크크.

잘랄루딘 루미의 여인숙이란 시가 떠오르는 아침이다.


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 잘랄루딘 루미


* 참고로 난 집에서는 앉아서 오줌 눈다?
그럼 깨끗하고 얼마나 좋은데, 편하기도 하고!
생각을 조금만 바꾸니 생활이 얼마나 편한지 몰라.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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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염수
2008.01.10 09:28:25 *.235.140.140
그런가? 그럼 한 200살까지만 살지, 뭐... 넌 참 생각이 깊은 것 같아. 난 단순해서리... 북오프 잘 다녀와. 꼭 보고서 제출해야해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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