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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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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2일 20시 20분 등록
햇살을 받으려면 알을 깨고 박차고 나와 밝은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해 나가야 한다.
온몸의 구석구석을 볕에 쪼여 묵은 곰팡이를 살균하고 새살을 돋기 위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뼛속깊이 실핏줄조차 거꾸로 뿜어 올리며, 최후의 머리카락 하나와 발톱 끝자락까지 말간 선홍의 피로 힘차게 바꾸어 내야 한다.

눌어붙은 찌꺼기들이 터를 잡고 물고 늘어질 수 없도록 썩은 이빨을 뿌리까지 파고 내려가서 빈틈없이 단단하게 밀봉시켜야 한다. 아무 것도, 그 어떤 지루하고 희뿌연 스산함이 묵은 허리를 잡아끌지 못하도록,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미적미적 시간을 끌며 방해할 수 없게 끔, 게으름과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질질거림의 무리들을 모조리 절벽으로 끌고 가 밀어버려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다.
내 새끼도 내가 있을 때 품을 수 있고 내 어미도 내가 태어난 후의 일이니
내가 바로 서야 부모도 자식도 서로를 향하여 이롭게 도울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처음부터 나였다. 앞으로도 나요 더욱 더 나여야 한다.
지금의 나는 나를 변혁해야 하는 나다.
나는 원래의 고유한 나를 아름답게 가꾸며 살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50대 후반의 예순이 가까운 낯모르는 여인의 단정한 외양에 반해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그녀가 걷는 대로 나도 따라 걸었다. 젊은 누군가가 자신을 한 번 더 보기 위해 따라 걷는 다는 것은 얼마나 기분 좋은 유쾌한 일인가.

그녀는 가늘어진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정성들여 일으켜 세워 볼륨과 탄력을 유지시켰다. 그녀가 입은 간출하고 맵시 있는 옷은 20대나 30대도 입음직한 쭉 뻗은 직선의 심플한 디자인의 옷이었다. 설령 그것이 그녀의 몸매를 착시로 홀려 약간 가리웠을 지 모르지만 그 재치는 정직함보다 우아하고 그 깔끔함은 정갈한 상차림처럼 살아있는 봄 향기의 품위로 폴폴 싱그럽게 나부낀다.

헝겊으로 가지런히 닦고 나온 두 쪽의 신발은 아침 청소 후 상큼한 음악을 들으며 단아하게 앉아 차를 마시듯 반듯한 자세의 명상이었고 그러기에 걸음걸이 또한 당당하고 기운찼다. 그녀의 성실한 가꿈이 내면을 믿어 의심치 않고 돋보이게 하는 가운데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혁명이다.
자기를 일깨워 더 나은 자기를 내면에 가두어 두지 않고 흔들어 깨우는 것이 혁명이다.
그것은 반하는 내 눈길에 있고, 닮고 싶은 삶에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에 있고, 느끼고 싶은 사랑에 있고, 원하는 일상日常에 있으며, 듣고 싶은 음악, 그리고 싶은 그림, 뛰고 싶은 움직임들의 모든 갈망渴望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 다름이 아닌 함으로써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 그냥 단순히 함으로써 바로 해 봄으로써 그 순간부터 혁명의 빛을 쬐고 또 뿜어내게 된다.
그리하여 온통 사랑으로 눈부시게 한다. 희열의 미친 행복이 시작된다.
IP *.70.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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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8.02.13 07:51:27 *.246.146.170
하루를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시작합니다.

오늘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혁명이다'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교만하지 않은 자기 존중은 타인의 존중까지 불러오겠지요.
나를 더 많이 사랑하고 껴안으면서 발전하길 희망합니다.

오늘도 차가운 공기를 무찌르며 등 뒤로 햇살이 따스하게 떠오릅니다.
남들보다 조금 이른 시작은 이렇게 세상의 출발을 맛보게 합니다.
모니터에 비친 제 그림자가 푸근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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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旿
2008.02.13 16:36:12 *.200.97.235
써니님, 혁명이라는 단어가 입에 붙으셨군요. 사부님이 좋아하시는 단어를 사용하시는 걸 보면, 그동안 사부님의 기운을 많이도 끌어 모으셨네요.

진정한 나, 참된 나를 사부님이 찾으셨듯이 써니님도 곧 아니 어쩌면 지금 이미 찾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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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3 23:27:20 *.70.72.121
형산 아우님, 나는 아직 게으름을 이기지 못한다우. 몰빵 스타일... ㅋ

간디님, 초아선생님께서 어떤 좋은 호를 지어 주시려나요? 오골계가 삼삼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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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8.02.14 20:43:19 *.229.145.41
자유로운 햇살 써니님의 10년 후 모습을 지하철 한켠에서 우연히 보셨군요.
갈망의 시작점에 서있는 써니님의 끝자락은 단아한 그 여인을 닮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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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5 22:27:07 *.70.72.121
Wow!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 것은 아니고 그저 배우려고 한 것이지만 그렇게 외양부터 따라해 보고 나다운 단아함을 익히도록 애써봐야죠.

함장님 끝자락은요? 혹시 우리 모두를 태우고 세계일주라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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