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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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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5일 03시 10분 등록


무엇 때문에 잠 못 드는 이 밤
아버지 당신 생각이 나요.
많이 배우지 못했고 크게 성공成功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언제나 힘껏 성실하게 살아오셨지요.


똑같은 지위에서 남들이 먼저 승진하고
여느 집 곳간 가득 풍요함이 쌓여갈 때에도
당신 것이 아닌 삶 부러워하지 않으시며
언제라도 묵묵히 당신의 혼신渾身을 다해 살아오셨어요.


남들처럼 호강하지 못한다고 비교하면서
아버지의 품을 좁게 본적도 있고
누릴 수 있는 지위에서조차
반듯하심이 주는 공허감空虛感에 마음 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느껴요.
당신 결백과 품위는 당신만의 명예名譽가 아니었다는 거
우리들이 있기에 단 한 번도 허투로 살지 않으신
속 깊은 사랑 때문에 우리 건재할 수 있는 삶을요.


작은 욕심 버리고 아버지 닮은 더 나은 꿈 향해
신중하고 의연히 살아갈게요.
우리가 아버지의 자식이어서 참 행복幸福한
그 소중함을 언제라도 이어갈게요.











(평생 인내로 사시는 아버지의 모습과 의연한 투병에 깊이 감사드리며...)
IP *.70.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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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8.02.15 07:52:07 *.246.146.170
거울...

아버지로서,
작은 모임의 교사로서,
직장 선배로서...

어쩌면 페르소나에 불과할 지도 모를 나 아닌 나를 가꾸는 것도 필요할 듯...

누님은 어떤 거울로 남을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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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5 22:11:20 *.70.72.121
거울요?

아버지는 강직하시지만 부러지지 않으셨는 데 난 부러지네요.

그게 큰 탈이지요.

아버지의 삶이 예사롭지 않았음을 이제야 겨우 느끼니 참 못났어요.

그래도 아버지의 딸이니까 다시 또 배우고 익혀서 제대로 살아가야죠.

무덤에 묘비명은 달리 가져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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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8.02.17 00:18:24 *.180.231.26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은 아버지 세대의 강직함을 우리세대는 잘 알지 못하지요. 차세대들이 우리의 어린 시절을 이해 못하는 것 처럼,

어느집인들 홀로된 노인의 수발이나 투병에 힘들지 않은 곳 있을까요?

나이 먹어감에 인생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은, 예사로운 것들이 새로운 깨달음으로의 되새김질이 훨씬 수월해 진다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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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8 10:20:22 *.70.72.121
함장님의 마지막 구절에서 뿌웅~ 뱃고동 소리를 내며 망망대해를 허심으로 바라봄이 절로 느껴지네요. 오늘도 안전 운행하소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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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8.02.18 21:08:01 *.133.238.5
이 글에 제가 첫번째로 장문의 덧글을 썼는데 실수로 다 날아가버렸습니다. ㅡ.ㅡ

암튼,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얘기였구요...
다른 분들 얘기처럼 존경, 강직, 인내, 희생... 뭐 이런거랑은 살짝 거리가 멀구요... 암튼...

아주 긴 장문의 가족사였는데...
다시 쓸 기운은 없고... 요악하자면...

완전 잘생기고 재능이 넘쳐났던,
돌아가시는 날까지도 저기 전깃줄에 도도하게 앉은 한마리 새처럼,
잎새에 이는 한 점 바람처럼 평생 자유롭고 싶어하셨던
영원한 보헤미안, 우리 아버지...

한 인간으로서, 같은 남자로서 보기엔 정말 매력적인 남자.

하지만, 50대 중반에 뉴욕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생을 마감하시는 날까지,
천하의 바람둥이 지아비이자 가정 경제에 무심했던 가장...

그리하여 우리 어머니 눈물 마를 날 없고,
우리 4남매 지지리도 고생시킨 아버지.

가족 포함, 대개는 주위로부터 손가락질 받았으나,
어린 나이에도 나만은 왠지 아버지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고,
언제나 아버지 편이 되어 드렸다....

지금 나이들어 생각하면,
그 양반에게 결혼이란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제도..
그냥 혼자 사셨다면, 모두에게 정말 멋진 남자로 기억되셨을 것을...

어릴 적 나는, 어머니의 한숨과 눈물을 보며 비분강개하기도 하였으나,
한편으론, 한 인간으로서, 한 남자로서 너무 멋지고 매력적인 아버지를 흠모하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왠지 나도 커서 아버지처럼 살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었으나...
다행스럽게도(?) 나는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있다...

내가 "아버지"스럽게 살기에는,
그 양반과 비교해볼때 인물과 재주와 능력이 너~~무 안따라준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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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9 01:16:22 *.70.72.121
안타깝군요. 다시 써 보세요. 저도 낮에 컴을 잘못 다뤄서 과제를 홀랑 날렸다가 가슴이 철렁 했다지요. 다행이 여기 저기에서 다시 긁어 모으기는 했는데 순간 깜깜했어요.

할리보이님은 아버지를 빼닮은 순정파로 엄마의 아들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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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8.02.19 09:39:00 *.133.238.5
우리 어머니...

남들처럼 곁에 잡아둘 수 없어 늘 원망하는 남편이었지만,
적어도 내 보기에 평생을 소녀처럼 설레이며 사셨다...
오로지 그 양반의 존재로 하여...

어떤 쪽이 행복한건지는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그녀는 진즉 소유를 포기하고 태고적의 순수한 사랑을 하셨다.

길어야 몇천년 안팎의 역사를 가진,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불완전한 제도인 결혼이라는 제도와는 상관없이,
그녀는 조물주가 태초에 생명을 부여한 조건인 본원적 인간의 속성에 기반한 사랑을 하셨다.

그리하여, 결혼 제도가 매우 완고하던 그 시절,
통념적인 가치 체계의 현실에서는 불행하였으나,
누구보다도 순수한 사랑을 하셨다는 점에서는 행복한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알기로,
엄마는 아버지앞에서는 언제나 홍조를 띄운 소녀처럼 가벼운 흥분 상태의 "행복한" 여자였다.
아버지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단 한번도 푹 퍼진 아줌마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으며,
언제나 새색시로,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대하셨고,
진심으로 아버지를 사랑하셨다.

비록, 가정 경제에 무심한 아버지 탓에 일찍부터 자식 교육을 위해 여자몸으로 조그만 사업을 하며 힘들게 사시면서도,
아버지 생각만하면 얼굴에 언제나 생기가 넘치던 그녀였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미국에 있던 작은 누이가 유골을 수습하여 한국으로 와서 장례를 치르던 날,
장지에서 돌아와 얼마간 안정을 취하시곤 가족들과 둘러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들은 얘기...

내 바로 위 누이가 태어나고 다시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졌던 아버지가
1년반이나 지나 집에 돌아오셔서 한 일주일쯤 머무셨단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달 후에 우리집 막내 아들(나)이 태어났다고...

그리곤 나를 쳐다보며 미소지으신다....

켁~~ ㅋㅋㅋ

지금도 나는 감사한다.
그때 아버지와 같이 살던 여자가 아버지에게 스트레스 준 것을...
그리하여 잠시나마 조강지처를 그리워하게 된 것을...ㅋㅋㅋ

친가쪽에서 대략 평하기를,
우리 형... 외모는 아버지, 성격은 어머니
(얌전한 모범생 가장으로 잘 살고 있다)
나... 외모는 어머니, 성격은 아버지 판박이...
(약간은 제멋대로이다...ㅋㅋ)

그나저나, 외모도 아버지 닮았음 얼마나 조아~~ㅋ
(엄마, 미안 쑈리~~)
사실은 엄마도 혼잣말처럼 얘기하신 적이 있다...
우리 막내도 아버지 닮았으면 더 좋았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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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9 19:59:21 *.70.72.121
결과적으로다가 오마니 외모에 아바지 '끼'로구먼요.

길게 쓰니 좋으네요. 또 써 보시구랴. 폼만 잡지 말고 ㅋ 재밌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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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8.02.20 08:22:37 *.133.238.5
푸하하하~~

잘 아시면서..ㅋㅋ
내가 길게 안쓰는, 아니 못쓰는 이유...

길게 쓸 수록 나의 단견과 무식, 별무 컨텐츠 임이 쉽게 들통나기 때문...

그나마 이런 얘기는 내 경험을 서술하는 정도이니 부담없이 좀 길게 쓸 수 있는거지요..^^;;

그러고보면, 여기 변경연 홈피에서 별 내용도 없는 글을 비록 덧글 형태라도 이렇게 길게 올리는 사람은 아마 저 뿐인듯...(무식해서 용감한거죠..ㅋㅋ)

근데, 저도 지금부터라도 책 좀 많이 읽고 생각도 좀 더 고/촤/원스럽게 다듬으면,
여기 고수님들처럼 읽는 사람 마음을 터칭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글로 사람 마음을 터칭하는 것도 매우 매력적인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 - 멋져보입니다. 그러나 별로 안 부럽습니다.

학문으로 승부한 사람 - 존경스럽습니다. 그러나 별로 안 부럽습니다.

몸짱인 사람 - 멋있습니다. 그러나 그닥 부럽지는 않습니다.

글 잘 쓰는 사람 - 멋있습니다. 그리고, 매우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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