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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0일 01시 31분 등록
제목이 인상적이죠? ㅎㅎ


『 마흔을 훌쩍 넘겼던 해의 어느 날, 부모님이 우리 집에 왔다. 구석방에서 남편을 앉혀 놓고 내 이야기를 했다. 나는 관심도 없었다. 부모님이 가시고 난 후 남편이 내게 말했다.
“자기는 무서운 년이래.”
내가 대학을 졸업하자 아버지는 내게 한 푼의 돈도 더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대학원에 가야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더없이 완강했다. 아무리 그런다고 내가 포기하겠나. 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동생들을 다 모아놓고 연설을 했다.
“너희들은 오늘부터 다 학교를 자퇴해라. 너희들의 월사금은 다 내가 쓰겠다. 너희들 중 한 놈도 밤새워 공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우수한 놈도 없고, 학문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놈도 없다. 미래에 대한 야망도 없는 너희들은 어정쩡한 놈들이다. 그러니 너희가 돈을 쓰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낭비다. 너희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교통표지판과 날아오는 고지서만 읽을 줄 알면 충분하다. 너희들은 이미 한글을 깨쳤으니 그만 공부해라. 그렇지만 나는 너무나 우수하다. 지금 공부를 중단한다는 것은 민족 자원의 훼손이다. 내 민족의 장래에 먹구름이 끼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이 더 이상 돈을 안 쓰는 것은 애국 애족하는 길이다.”
동생들은 입을 쩍 벌리고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그 광경을 부모님이 보고 말았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않고 내게 등록금을 줬다.
그날 남편은 부모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도 부모님이 그렇게 선선히 등록금을 준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내가 동생들에게 한 일장 연설을 들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부모님은 남편에게 “쟤는 무서운 년이니까 너도 조심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부모님은 남편이 나처럼 무서운 년과 십 년이 넘도록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존경과 연민을 표했다. 백수였음에도 남편은 평생 내 부모님으로부터 무한한 동정과 연민을 받았다. 오로지 나와 살아준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p58 <김점선/ 10 cm 예술>



저는 참 ‘멋진 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꽃이라도 한 다발 사가지고 가서 저자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IP *.70.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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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2.20 05:22:47 *.72.153.12
멋지다.

독하고, 무섭고, 멋지다.

(어~ 김점선과 써니가 마구 겹쳐지네.)

자기 삶을 치열하게, 자신을 치열하게, 타인을 치열하게 사랑하지 않으면 그렇게는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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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8.02.20 08:33:35 *.152.82.96
난 자기 얘긴 줄 알았잖아!
그럴만 하다 싶었더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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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8.02.20 08:38:09 *.133.238.5
그 무서운 [여자] 만나서 꼭 물어보고 싶습니다.
남편에게도 그렇게 무서운 여자인지...

무서운 여자랑 사시는 그 [남자] 만나서 꼭 물어보고 싶군요.
안녕하신지... 행복하신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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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8.02.20 10:05:46 *.252.102.119
남편분과는 사별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분 그림을 좋아하는데요, 세상 사람들이 말띠 여자는 팔자가 세다는 말을 많이 하고 안좋게 얘기해서 '말'을 더 예쁘고 귀엽게 많이 그렸다는군요.
지금 암으로 투병중이시지만 창작활동도 여전히 열심히 하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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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
2008.02.20 10:35:09 *.76.121.104
자신과 유사한 부분, 겹치는 부분에 끌리는 것.
자신이 없는 부분, 가지고 싶은 부분에 끌리는 것.
써니님의 에너지는 저에겐 두번째에 가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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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8.02.20 10:52:38 *.133.238.5
윽...

사별하셨군요..

질문하고 싶다는 생각, 취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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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21 02:14:23 *.70.72.121
ㅋㅋ 죄송합니당.

정화야, 내가 그러냐? 너 때문에 시집 가기는 영 틀려불었다. 니가 그리 나발을 불면 혼사 길이 막히고 말지...

자로 선상님, 내 야그가 되어야 하지 않것습니까요. 우리도 선생님이 되고 싶어용.

할리보이님, 물어보지 말고 걍 살아 보슈. 그녀가 니가 더 무섭다 할지 모르지 않을까요?

앨리스님은 반만 속으셨겠네요. 다행이에요.^^

조한규님, 어려워요. ㅋ 마땅하고 옳으신 말씀이네요.

멋진 제목에 반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저에게 맞는 제목이나 이미지도 마구 달아주어도 좋아요. (정말로 맘 안 상하고 욕 안 한다니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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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한
2008.02.22 18:16:53 *.196.25.119
아, 정말 누님이라고 착각했어도 욕 안먹는거죠.

딱 누님 얘긴 줄 알았습니다.

생각보다 더 무서운 분이로구나 했는데,

누님보다 더 무서운 분이 계셨군요. ^^

잘 지내시지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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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8.02.23 01:46:29 *.70.72.121
김.주.한, 다시 한 번 김.주.한, 세상의 남자 김.주.한...

지난 번에 작품 발표회 때 가려고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만 놓쳤어요. 하지만 내 마음 이미 그곳에 가 있던 것 알죠? ㅋㅋ

열심히 하신다는 소식은 다른 누이?를 통해 잘 듣고 있어요. ㅎ

그래도 잊지 말고 자주 글도 남겨 줘야죠. 섭하잖아요. 전엔 유령같이 떠도는 마음으로 살아서 인간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 무서운 녀가 되고 싶네요. 사람이 되가는 걸까요? 책을 낳아야 졸업이라 안 되면 연구원 끼리 삐리리~ 해서 애라도 낳아야 되서 걱정이라오. ㅋㄷㅋㄷ

그러니 어찌 무서운 녀가 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알아서 조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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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자
2008.03.02 19:13:32 *.134.170.229
정말일가요? 하고 생각했는데...책속의 이야기인가요?

얼마나 갈망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면 꼭 성공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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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03 03:32:54 *.70.72.121
사부님께서 무서운 년이 되보라고 책 제목을 말씀하셨길레 김점선 작가의 책을 읽다가 그 제목이 재미나서 옮겨보았지요.

제 이야기라면 좋겠는데 그렇지는 못해서 어떻게 氣 좀 받아보려고요.
그만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지요. 반갑습니다. 우리도 한 번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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