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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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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 수 0
2008년 2월 21일 21시 42분 등록
아침 일찍 일산에서 강의가 있어서
마치고 광화문행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더군요.
나름 신경썼던 강의인데 제대로 하지 못해 속상하기도 하고 해서
회사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광화문 대로가 잘 보이는 스타벅스에 들어갔습니다.
출근시간이 지난 이른 오전 시간에
정장을 입은 채로 광화문 스타벅스에 온 건 처음이었어요.
커피를 한 잔 들고
대로가 잘 보이는 2층 창가에 앉았습니다.

이것저것 끄적이다 문득,
2년 전 쯤 이곳에 앉아있던 내가
답답한 마음으로 적어내려갔던
몇 가지 일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싫다, 이것만 되면 좋겠다, 하고
간절하게, 하지만 무기력하게 소망하던 일들이었습니다.
내가 잊고 있던 사이에 이루어져 있었다는 걸
오늘 그 자리에 앉아있다가 문득 알아차렸습니다.
이루어지니 큰 일이 아닌 것이 되어 버렸네요.
만족할 줄 모르는 건지, 만족스럽지 않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바라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유행이던 때가 있었죠.
바라기만 하면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말 같아서
핸드폰 액정에 찍어놓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서 그것을 이루었는지
정말 바래서 이루어진건지
인생에 몇 번 온다는 행운 중에 하나였는지
그냥, 흘러가다 여기까지 온건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고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이 해봐야 하고 더 만족스러워야 하고
더 멋지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든 스스로에게 당당한 사람이길. 굳건한 사람이 되길.
다른 건 다 없어도, 나에게만은 자신있는 사람이길.


또 몇 년 후에 다시
어, 이루어졌네. 하는 느낌이 또 올까요.
천천히라도,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IP *.140.2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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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08.02.21 22:27:29 *.34.156.43
아~ 소정이가 서울로 입성했다는 걸 자꾸 까먹네.
그나저나 나도 거기 스타벅스 한번 가봐야겠다.
사실 커피값 아까워서 잘 안가는데(술값은 하나도 안 아까운데 말이지.ㅎ)소원 이루어 준다니까...ㅋ
여러개 묵혀서 한번에 원샷으로 적어봐야지.
이제 따뜻한 봄날도 멀지 않았으니 조만간 여럿이 함 봅세.
그때 무엇을 이루었는지 고해성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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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22 00:06:50 *.70.72.121
그럼. 그렇고 말고.

좋으네. 자신이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성과와 변화를 이루었다는 것, 그렇게 꾸준이 살아있었다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지.

어쩐지 소정에게 좋은 한 해가 봄 꽃처럼 활활 불타오를 것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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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한
2008.02.22 18:12:49 *.196.25.119
어느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광화문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
제목 보고 들어와 읽어보니, 그 곳, 그림이 그려지네요.
두세번 커피를 마셔보고 사진을 찍으러 한번 올라갔던 기억이 있네요.
작은 일들 하나하나씩 잘 이루는 더 좋은 한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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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
2008.02.22 23:52:34 *.254.249.3
동생으로 인해 알게 되어 가끔 들렀다 갑니다.
할일이 참 많습니다.
천생 일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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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뵤
2008.02.25 13:19:54 *.151.244.28
日新又日新
좋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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