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경
- 조회 수 2157
- 댓글 수 6
- 추천 수 0
2월 24일은 우리 방과후 교실 생일이다.
지난해 2월 24일 토요일 오후에 팥시루떡을 해서 돌리고 냉장고를 들여놓고 친구들과 가족들이 모여 함께 시작을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나는 나에게 물어 보았다 .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 제비꽃입니다. 초등학교 가는 길 담벼락에 모여 피어있는 제비꽃들입니다.
초등학교 운동장 폐타이어 모래사이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제비꽃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봄 한참동안 제비꽃이 피어 있는 줄 몰랐지요.
아이들과 봄부터 겨울까지 학교 운동장으로 대학교정으로 산으로 쏘다니면서 아이들보다 제가 더 많이 느끼고 배웠습니다. 1년이 지나니 바로 그 자리에 매화꽃 봉오리가 맺히고 곧 개구리가 알을 낳고 제비꽃이 다시 피겠지요.
가장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 밥하기였습니다. 사실 어려서부터 음식하는 일을 좋아해서 15인분 밥하기쯤은 문제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썩 좋은 주방 여건이 아닌 상태에서 여름방학, 겨울방학 춥고 더울 때 밥해내기가 쉽지 않았지요. “항복”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조리사님들께 존경을!
자신이 아이들과 함께 한 일 중 가장 자신있고 잘 한 일은?
- 아이들에게 옛이야기 들려주기와 책읽어주기입니다.
나와 함께 한 아이들에게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야기선생님”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은 옛이야기책의 주인공 “오늘이”가 내 별명입니다. 오늘이는 강림벌판에 버려진 아이였습니다. 아이를 발견한 사람이 태어난 날도 모르고 부모도 모르는지라 그냥 오늘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오늘이는 부모를 찾아 떠나는 길에 만난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선녀가 됩니다. 아이들의 “오늘이”가 되고픈 마음에 정한 별명인데 갈수록 마음에 듭니다.
8살 9살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배운점응?
- 다 때가 있다는 겁니다. 아이들과 “공기놀이”를 하려고 했는데 참 쉽지 않더군요. 잘 되지 않으니 아이들은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공기돌을 던지고 받고 하는 일이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한 살 씩 더 먹고 얼마전부터는 갑자기 모두 잘 하는 겁니다.
1학년 1학기때의 아이들과 2학기때 아이들이 다르더군요. 때를 알고 기다릴 줄 아는 것이 제가 할 일이란 걸 알았습니다.
“놀이”는 살아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쳐 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빠져드는 놀이가 있고 그렇지 않은 놀이가 있더군요. 최근에는 “사방치기”에 아이들이 모두 빠져들었습니다. 자나깨나 사방치기! 작은 공간과 돌멩이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건 폴짝거리며 사방치기를 합니다. 내가 책에서 보고 익혀서 가르친다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놀이가 되는 건 아니었지요. 우리 아이들이 빠져들었던 놀이 변천사 - 줄넘기, 훌라후프, 콩주머니, 다망구, 릴레이놀이, 사방치기, 딱지치기...그리고 로이월드라는 놀이^^
고누놀이나 팔자놀이는 생명력이 오래가지 못하더군요.
마지막으로 1년을 보낸 소감
- 오늘 구소장님이 소설가 마르께스 이야기 해 논 걸 읽었습니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마르께스는 순수문학을 한 사람이지만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이 노벨 문학상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남미문학의 최고의 작가들 중 하나라는 명예도 얻었다. 그는 ‘소설이란 쓰는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이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해 여름방학을 보내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내 교실이라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인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우리 방과후교실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우리숲아이들과 그 공간과 시간이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많이 여유로와졌습니다.
처음 내가 계획하고 꿈꾼대로 이루어진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공간에서 웃고 뛰고 노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이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아~
1년이 성큼 지났다.
다시 3월이 되면 신입생이 된 1학년 아이들이 올 것이다.
텃밭가는 길 웅덩이에 개구리가 알을 낳고, 꽃이 지고 여름이 되면 우리는 버찌를 따먹으러 다니고 말벌을 피해 도망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 봄. 이 거대한 도시에서.
IP *.175.132.254
지난해 2월 24일 토요일 오후에 팥시루떡을 해서 돌리고 냉장고를 들여놓고 친구들과 가족들이 모여 함께 시작을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나는 나에게 물어 보았다 .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 제비꽃입니다. 초등학교 가는 길 담벼락에 모여 피어있는 제비꽃들입니다.
초등학교 운동장 폐타이어 모래사이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제비꽃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봄 한참동안 제비꽃이 피어 있는 줄 몰랐지요.
아이들과 봄부터 겨울까지 학교 운동장으로 대학교정으로 산으로 쏘다니면서 아이들보다 제가 더 많이 느끼고 배웠습니다. 1년이 지나니 바로 그 자리에 매화꽃 봉오리가 맺히고 곧 개구리가 알을 낳고 제비꽃이 다시 피겠지요.
가장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 밥하기였습니다. 사실 어려서부터 음식하는 일을 좋아해서 15인분 밥하기쯤은 문제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썩 좋은 주방 여건이 아닌 상태에서 여름방학, 겨울방학 춥고 더울 때 밥해내기가 쉽지 않았지요. “항복”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조리사님들께 존경을!
자신이 아이들과 함께 한 일 중 가장 자신있고 잘 한 일은?
- 아이들에게 옛이야기 들려주기와 책읽어주기입니다.
나와 함께 한 아이들에게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야기선생님”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은 옛이야기책의 주인공 “오늘이”가 내 별명입니다. 오늘이는 강림벌판에 버려진 아이였습니다. 아이를 발견한 사람이 태어난 날도 모르고 부모도 모르는지라 그냥 오늘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오늘이는 부모를 찾아 떠나는 길에 만난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선녀가 됩니다. 아이들의 “오늘이”가 되고픈 마음에 정한 별명인데 갈수록 마음에 듭니다.
8살 9살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배운점응?
- 다 때가 있다는 겁니다. 아이들과 “공기놀이”를 하려고 했는데 참 쉽지 않더군요. 잘 되지 않으니 아이들은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공기돌을 던지고 받고 하는 일이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한 살 씩 더 먹고 얼마전부터는 갑자기 모두 잘 하는 겁니다.
1학년 1학기때의 아이들과 2학기때 아이들이 다르더군요. 때를 알고 기다릴 줄 아는 것이 제가 할 일이란 걸 알았습니다.
“놀이”는 살아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쳐 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빠져드는 놀이가 있고 그렇지 않은 놀이가 있더군요. 최근에는 “사방치기”에 아이들이 모두 빠져들었습니다. 자나깨나 사방치기! 작은 공간과 돌멩이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건 폴짝거리며 사방치기를 합니다. 내가 책에서 보고 익혀서 가르친다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놀이가 되는 건 아니었지요. 우리 아이들이 빠져들었던 놀이 변천사 - 줄넘기, 훌라후프, 콩주머니, 다망구, 릴레이놀이, 사방치기, 딱지치기...그리고 로이월드라는 놀이^^
고누놀이나 팔자놀이는 생명력이 오래가지 못하더군요.
마지막으로 1년을 보낸 소감
- 오늘 구소장님이 소설가 마르께스 이야기 해 논 걸 읽었습니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마르께스는 순수문학을 한 사람이지만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이 노벨 문학상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남미문학의 최고의 작가들 중 하나라는 명예도 얻었다. 그는 ‘소설이란 쓰는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이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해 여름방학을 보내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내 교실이라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인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우리 방과후교실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우리숲아이들과 그 공간과 시간이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많이 여유로와졌습니다.
처음 내가 계획하고 꿈꾼대로 이루어진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공간에서 웃고 뛰고 노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이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아~
1년이 성큼 지났다.
다시 3월이 되면 신입생이 된 1학년 아이들이 올 것이다.
텃밭가는 길 웅덩이에 개구리가 알을 낳고, 꽃이 지고 여름이 되면 우리는 버찌를 따먹으러 다니고 말벌을 피해 도망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 봄. 이 거대한 도시에서.
댓글
6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009 | 졸업식, 꽃, 사진 그리고... (신화의 힘) [3] | 김용빈 | 2008.03.02 | 2148 |
2008 | (03)겉옷을 벗어 던졌으나 우주의 법칙은 버리지 않았다. [2] | 이한숙 | 2008.03.02 | 2077 |
2007 | (02) 동시성과 천복 [3] | 이한숙 | 2008.03.02 | 2101 |
2006 | 산티아고를 아시나요 [1] | 유인창 | 2008.03.02 | 2083 |
2005 | 작은 실천.힘을 얻는 자연 [1] | 손지혜 | 2008.03.02 | 2074 |
2004 | 다양성-미래를 보는 눈(365-56) [1] | 도명수 | 2008.03.02 | 2380 |
2003 | (01)나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해보지 못했다- 천복을 생각하며. [3] | 이한숙(소은) | 2008.03.02 | 2240 |
2002 | 성소(聖所) [1] | 강종출 | 2008.03.02 | 2085 |
2001 | 퇴근 후 인생 [1] | 최지환 | 2008.03.01 | 2272 |
2000 | 조셉 캠벨 - 아담과 이브 신화, 다시보기 [1] | 박중환 | 2008.03.01 | 3247 |
1999 | [79] ? | 써니 | 2008.03.01 | 2135 |
1998 | [칼럼001]변화와 영웅이야기 [2] | 양재우 | 2008.02.29 | 2000 |
1997 | 인디언의 관점을 배워보자 [2] | 이은미 | 2008.02.29 | 2125 |
1996 | 성인식을 준비하자!!! [6] | 박안나 | 2008.02.28 | 2310 |
1995 | 장미를 사다가 [3] | 한정화 | 2008.02.27 | 2147 |
1994 | 김형경의 「사람풍경」 읽던 중.. [6] | 신재동 | 2008.02.27 | 2115 |
1993 | 사회가 사람을 섬겨야 하지요 [5] | 홍현웅 | 2008.02.26 | 2056 |
1992 | 날개-상상력의 보고(365-50) [1] | 도명수 | 2008.02.24 | 2108 |
» | 2월 24일 지난 1년 [6] | 김나경 | 2008.02.23 | 2157 |
1990 | 나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9] | 뱅곤 | 2008.02.23 | 2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