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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 조회 수 1778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8년 2월 27일 10시 43분 등록
배가 고팠다. 저녁 먹을 시간이다.
속이 탄다. 허억.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선다. 진눈개비가 내린다.
시장통을 지나 꽃집엘 간다. 가는 길목에 보는 순대 떡볶이 튀김은 안중에 없다. 내 배고픔은 먹을 것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다.

눈이 오는 저녁 해질 무렵. 이 시간에 원래 사람이 많던가?
꽃을 든 사람이 몇몇 보인다. 어딘가 학교의 졸업식이 있었나 보다.

뚜벅뚜벅 시장골목을 지나 꽃집에 다다라 유리창에 코를 박는다.
졸업시즌이라 꽃이 비쌀 것 같다. 주인에게 물으니 향이 좋은 꽃을 추천한다. 색깔이 예쁜 작은 카네이션 다발을 추천한다.
내 눈에는 온통 장미만 보인다.
'저기 저거 주세요.'
'피해라라고 일러줘도 그러네.'
그러게 꼭 이런 날 더 땡기더라.
집에 나 말고 살아있는 뭔가를 데려다 놓고 싶다.

장미의 가지를 정리해 주며 꽃집 주인은 말한다. 이 꽃 이름이 '텔미'예요.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고 싶다.

허억-. 여전히 눈은 내리고, 사람들은 저녁거리를 사서는 돌아간다.
깊게 숨을 쉰다.

장미가 내 깊은 숨을 먹어줄 것 같다.
.
.
.
.

엊그제 사다 꽂아둔 장미 꽃잎이 조금 벌어졌다.
장미는 내일 쯤이면 내게 말을 걸 것 같다.
IP *.180.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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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8.02.27 16:04:22 *.88.56.230
계속 간추려나가면, 시가 될 것 같네.
모르긴해도 이런 절박함과 고립감,
누군가에 대한 간절함... 에서 표현이 나오는 것 같던데?

장미가 내 깊은 숨을 먹어줄 것 같다...

이 구절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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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보이
2008.02.28 20:47:37 *.133.238.5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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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3.01 12:01:42 *.178.33.220
속이 탄다.. 허억..
정말 속이 바작바작 타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장미가 정화님에게 말을 걸었나요?
아직도 안 걸고 있나요?

아마도 그 장미는 어린 왕자의 그 장미와 친구인 장미같아요.

먼저 말 걸어주고, 보살펴 주기를 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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