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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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팠다. 저녁 먹을 시간이다.
속이 탄다. 허억.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선다. 진눈개비가 내린다.
시장통을 지나 꽃집엘 간다. 가는 길목에 보는 순대 떡볶이 튀김은 안중에 없다. 내 배고픔은 먹을 것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다.
눈이 오는 저녁 해질 무렵. 이 시간에 원래 사람이 많던가?
꽃을 든 사람이 몇몇 보인다. 어딘가 학교의 졸업식이 있었나 보다.
뚜벅뚜벅 시장골목을 지나 꽃집에 다다라 유리창에 코를 박는다.
졸업시즌이라 꽃이 비쌀 것 같다. 주인에게 물으니 향이 좋은 꽃을 추천한다. 색깔이 예쁜 작은 카네이션 다발을 추천한다.
내 눈에는 온통 장미만 보인다.
'저기 저거 주세요.'
'피해라라고 일러줘도 그러네.'
그러게 꼭 이런 날 더 땡기더라.
집에 나 말고 살아있는 뭔가를 데려다 놓고 싶다.
장미의 가지를 정리해 주며 꽃집 주인은 말한다. 이 꽃 이름이 '텔미'예요.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고 싶다.
허억-. 여전히 눈은 내리고, 사람들은 저녁거리를 사서는 돌아간다.
깊게 숨을 쉰다.
장미가 내 깊은 숨을 먹어줄 것 같다.
.
.
.
.
엊그제 사다 꽂아둔 장미 꽃잎이 조금 벌어졌다.
장미는 내일 쯤이면 내게 말을 걸 것 같다.
IP *.180.46.15
속이 탄다. 허억.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선다. 진눈개비가 내린다.
시장통을 지나 꽃집엘 간다. 가는 길목에 보는 순대 떡볶이 튀김은 안중에 없다. 내 배고픔은 먹을 것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다.
눈이 오는 저녁 해질 무렵. 이 시간에 원래 사람이 많던가?
꽃을 든 사람이 몇몇 보인다. 어딘가 학교의 졸업식이 있었나 보다.
뚜벅뚜벅 시장골목을 지나 꽃집에 다다라 유리창에 코를 박는다.
졸업시즌이라 꽃이 비쌀 것 같다. 주인에게 물으니 향이 좋은 꽃을 추천한다. 색깔이 예쁜 작은 카네이션 다발을 추천한다.
내 눈에는 온통 장미만 보인다.
'저기 저거 주세요.'
'피해라라고 일러줘도 그러네.'
그러게 꼭 이런 날 더 땡기더라.
집에 나 말고 살아있는 뭔가를 데려다 놓고 싶다.
장미의 가지를 정리해 주며 꽃집 주인은 말한다. 이 꽃 이름이 '텔미'예요.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고 싶다.
허억-. 여전히 눈은 내리고, 사람들은 저녁거리를 사서는 돌아간다.
깊게 숨을 쉰다.
장미가 내 깊은 숨을 먹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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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사다 꽂아둔 장미 꽃잎이 조금 벌어졌다.
장미는 내일 쯤이면 내게 말을 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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