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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종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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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일 00시 47분 등록
성소(聖所)

아주 오래 전부터 조그만 내 서재를 갖고 싶었습니다. 몇 년에 걸쳐 준비하여 아주 작지만 서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름도 지어 주었습니다. ‘춘우당(春雨當)’이라고 하였습니다.

일전에 고전을 읽다가 영감을 얻은 이름입니다.
봄비처럼 만물에 이로움이 있는 그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책상 밑 바닥에는 아래의 글을 적어 두었습니다.

- 배움을 얻는다는 것 -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의미하다.
갑자기 더 행복해지거나 부자가 되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기자신과 더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도 당신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당신만의 여행이다. (인생수업 中에서)

아침을 시작하는 곳도 이곳일 때가 많고 하루를 마치는 곳도 이곳일 때가 많습니다. 이곳에서 꿈도 꾸고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가끔은 아내와 차를 한 잔 마시기도 하고 낮에는 어린 아들의 좋은 놀이터가 되기도 합니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그냥 편안하고 좋습니다. 주말에 여유롭게 앉아 있으며 주중에 있었던 여러 가지 시끄러움이나 일상의 무게들이 여기에서 이유 없이 가벼워 질 때가 자주 있습니다. 어떤 때는 그냥 여기서 읽고 사유하는 것만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조셉 캠벨은 우리 삶이 지나치게 경제화, 실용화에 맞춰져 있어 우리에게 이런 장소나 시간을 가질 것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에게는 여백, 혹은 여백 같은 시간, 여백 같은 날이 있어야 합니다. 그날 조간(朝刊)에 어떤 기사가 실려 있는지도 모르고, 친구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내가 남에게 무엇을 빚졌는지. 남이 나에게 무엇을 빚졌는지 모르는 그런 여백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 여백이야말로 우리가 무엇인지, 장차 무엇일 수 있는지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 여백이야말로 창조의 포란실(抱卵室)입니다. 처음에는 이곳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곳을 성소로 삼게 되는 순간부터 여기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 일어납니다.”

아주 옛날 초원이 사냥꾼에게는 성소였고, 내 아버지에게는 농장(農場)이 성소였던 것과 같이 나에게는 지금 일하고 있는 일터나 일상이 성소처럼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이상적이고 높은 기준이며 도달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자주 퇴근하는 발걸음이 무거울 때가 있고 일상에 쉽게 지치고 피곤해지기도 합니다.
가장 큰 부분은 일상과 내가 분리되어 있고 같이 걸어가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상이 성소처럼 느껴질 수 있는 날을 오늘 조그만 내 성소에서 꿈꾸어 봅니다.

IP *.34.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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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02 01:27:38 *.70.72.121
글을 읽으면서 편안해 지네요.

일상과 분리되어 같이 걸어가지 못함이라기보다 경계에서 균형을 잡고 의연히 나아가기가 때로 버거운 것이겠지요. 올 한 해 그대의 성소에 불이 오래도록 밝혀드는 나날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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