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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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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일 10시 03분 등록
“워싱턴에 있는 대통령은 우리에게 편지를 보내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뜻을 전합니다. 하지만 하늘을 어떻게 사고 팝니까? 땅을 어떻게 사고 팝니까? 우리에게 땅을 사겠다는 생각은 이상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맑은 대기와 찬란한 물빛이 우리 것이 아닌 터에 어떻게 그걸 사겠다는 것일는지요? (중략)” (조셉캠벨 ‘신화의 힘’ 중 78P. 일부 발췌)

1852년을 전후해 미합중국이 계속 늘어나는 미국의 국민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시애틀 추장에게 그 지역의 땅을 팔 것을 요구했을 때 추장은 위와 같은 명문(名文)의 해답을 보냈다고 한다. 약 2페이지로 이어지는 이 긴 답변은 말이 필요 없는 명문이다. 마치 신성한 기도문을 읽는 것 같은 숙연함이 느껴졌다. 150여 년 전의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도 추장은 자연 훼손에 대해 심히 우려스러웠나보다. 낯선 그들에게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있다. 자연이 곧 생명임을, 우리 자신이고 조상임을 잊지 말고 아끼며 사랑해 달라고….
이 글을 읽고 현재 내 주변 환경이 떠올랐다. 내가 살고 있는 12층 아파트, 내가 근무하는 11층 사무실에서 바라보는 보통의 하늘은 맑은 날에도 언제나 뿌옇다. 대기오염 때문일 것이다. 마음 편히 쉴만한 주변의 녹지대는 어떠한가? 각 자치단체에서 열심히 무언가 겉으로는 잘 가꿔진 듯한 공간들을 만들고는 있다. 하지만 그 공간 안에 있어도 왠지 지독한 황사 날씨에 달랑 천 마스크 하나를 쓴 듯 뭔가 부족하고 부자연스럽다.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때려 부수고 없앤 뒤 새로 만들어 내며, 사라고 정신 없이 광고를 해대 소비를 부추긴다. 물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환경을 보호하자고 열심히 뭔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중에게 전파되기에는 요원한 듯 하다.
최근 우리 팀의 과장님은 분당 근처 땅을 보느라 점심, 저녁 시간이 따로 없다. 요즘의 땅의 존재는 예전의 삶과 생명을 키워내던 경건함의 대상이기보다는 일단 누군가에게 팔리면 몇 배는 올라줘야 할 힘겨운 의무감까지 감당해야 한다. 토지 자체를 단지 재산을 불리는 하나의 방법으로 여기면서 이런 안타까운 모습들이 생겨난 게 아닐까 싶다. 산을 갈아 엎어 골프장을 짓든, 리조트를 짓든 다 내 것이니까 내 마음대로. 자식들을 소유물의 개념으로 여기고 아이 자체의 인생, 삶에 대한 고민과 배려 없이 수십 개의 학원으로 빙빙 돌려 못살게 구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 자체를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번에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께도 한마디 하고 싶다. 현재의 대운하 사업 진행은 진정으로 누구에게 득이 될 것인지를 곰곰이 따져보고 좀 더 철저하고 객관적인 검토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자연에 대한 배려 없는 이런 막가파 식의 진행은 결코 누구에게도 기쁨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자연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의 것이 아니다.

또 완전히 다른 선상으로 보면 공기, 물등 자연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기에 물은 함부로 쓰고 자연에 나가서는 아무렇지 않게 훼손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굳이 환경보호라는 표어화 된 단어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단순히 자연에 속함으로써 얻는 심신의 안정과 평화로움,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것을 생각해 보자. 자연도 우리와 같이 지구에 사는 존재이고 뭐 그러므로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도덕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반복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냥 기회가 된다면 강원도나 무주 등 닿을 수 있는 산골이라도 가서 고요한 자연을 혼자 만나는 진지한 기회를 가져보라고 하고 싶다. 덧붙여 꼭 밤에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깜깜한 하늘에 셀 수도 없이 펼쳐진 수많은 별을 보면 말할 수 없는 감동과 경이로움을 당신도 느껴보았으면.. 15년 째 알러지성 비염으로 냄새도 잘 못 맡는 나의 콧구멍을 뻥 뚫리게 하는 박하사탕 같은 공기를 당신도 맘껏 들여 마셔보기를.. 그렇게 한 동안을 앉아 있으면 주체할 수 없이 나 자신 및 존재의 근원에 대한 생각까지 미치게 된다. 그런 곳에서는 나 같은 보통사람도 철학자가 되는 것 같다. 조셉캠벨이 말하는 신화를 통해서 가질 수 있는 영적 잠재력의 발견 기회가 자연 속에서도 자연스레 생겨 나는 것만 같다. 내가 자연에게 준 것은 없지만 그렇게 자연은 나에게 건강3종 세트(눈을 좋게 하는 탁 트인 하늘, 심장과 폐를 튼튼하게 하는 상쾌한 공기, 내 몸의 98%인 물을 깨끗하게 채워 넣으라는 달디 단 약수까지)및 수많은 것들을 나에게 주고 또 준다. 친정 집에 가면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주시는 친정엄마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래서 땅이나 자연을 일컬을 때 그런 의미에서도 대지의 여신이라고 여자를 칭하나 하나보다.

물론 요즘 세상에 예전의 상태로 무조건 회귀하자고 주장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참살이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 친정엄마 오래 오래 사시라고 바라듯 약간의 노력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무를 조금만 베라고 재생종이를, 땅이 건강 하라고 잘 썩지 않는 1회 용품 및 플라스틱 물건 사용은 자제하고. 생명수라고 불리는 물을 위해 자연 친화 세제 이용 및 양치할 때 물컵 사용하기 등의 작은 실천 말이다. 결코 어렵지 않은 것들이다. 흔히들 환경 보호 이야기를 접할 때 지겹게 들은 이야기들이어서 진부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노력은 해보았느냐고 묻고 싶다. 습관만 한번 붙인다면 왠지 내가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기쁨 및 만족감 또한 찾아 들것이다. 결코 거창하게 생각하거나 반대로 소홀하게 넘기지 말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녹색연합에서 제시하는 1년에 하루만이라도 실천하자는 <우리 지구사랑 10계명>을 첨부하면서 칼럼을 마무리 할까 한다.
<녹색연합에서 정한 지구사랑 10계명>

1. 나는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 것도 사지 않는다.
2. 나는 오늘 하루만큼은 쓰레기를 하나도 만들지 않는다.
3. 나는 오늘 하루만큼은 한 끼 절식을 한다.
4. 나는 오늘 하루만큼은 육식을 하지 않는다.
5. 나는 오늘 하루만큼은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않는다.
6. 나는 오늘 하루만큼은 세차를 하지 않는다.
7. 나는 오늘 하루만큼은 세탁기를 쓰지 않는다.
8. 나는 오늘 하루만큼은 자가용을 타지 않는다.
9. 나는 오늘 하루만큼은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PS : 쓰다보니 어찌 호소문이 되었네요. (^^;;)
IP *.34.17.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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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02 12:08:08 *.70.72.121
글이 아주 산뜻하네요.

대운하는 어찌 건설될지 아직 모르고 전직 대통령들은 낙향한답시고 주변에 산을 갈아없어버리고는 골프장 지었다지요. 이것이 여태의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의 작태였음을 우리가 알아야 겠지요.

우리가 자연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아는 것에 한해서만이라는 것일 때 모든 어머니 마음인 우리의 대지도 안타까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는 나도 그대와 같이

1. 나는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글을 쓰겠다!
라고 선언 해 보고 싶군요. 다음 글도 기다려지네요. 열심히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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