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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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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일 23시 11분 등록
2008년 2월. 한반도의 메타포가 무너져 내렸다. 모든 사람들에게 이제까지도 그랬었고 앞으로도 당연히 우리 옆에 있으리라고 믿었었던 숭례문 이라는 존재가 화재로 인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나자신도 소실 다음날 아침 TV 뉴스를 보고서야 정말 무너졌구나 라는 것을 그제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거기다 더욱 어처구니 없었던 것은 방화범으로 잡힌 70대 노인 기사였다. 개인적인 감정관계를 국가 유산물에게 확대 범행을 저지르다니.
그로부터 시간이 지난 3월. 국민들에게 경악을 심어준 큰사건 이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도 매스컴에서는 숭례문에 대한 기사를 심심치 않게 내보내고 있다. 각종 시사프로 등을 통해 방화범의 진정한 범행 동기, 많은 소방차가 동원 되었음에도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서 참혹하게 무너져 내린 사유, 향후 대처방안, 성금모금들이 아직도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나의 시선을 사로 잡았던 부분중에 하나가 숭례문 앞에서의 여러 사람들의 반응 모습들 이었다. 순수하게 가족과 함께 역사의 한 현장으로써의 교육적 참여가 있기도 하였지만 다른쪽 한편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이 연출 되었다. 조상을 모시듯이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리는가 하면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올리는 스님, 예배를 올리는 목사님, 액운을 걷어낸다며 굿판을 벌이는 무속인 나아가 각종 종교집회가 벌어지며 자재유출 방지를 위한 단식농성을 벌이는 분들도 있다. 무엇때문일까? 평상시와는 다르게 그들은 어떤 연유에서 저런 행위들을 벌이는 것일까? 조셉 켐벨의 ‘신화의 힘’ 책에서 나는 하나의 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숭례문은 잘아는 바와 같이 남대문 이라고도 하며 무려 600년의 역사를 고고히 우리와 함께한 역사의 존재물이자 문화재이다. 일제시대에도, 6.25라는 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꿋꿋이 우리 곁을 지켜왔던 이 존재물이 하루아침에 그것도 우리가 지켜보는 마당에서 그것이 무너져 내렸다. 이로인한 사람들의 심리적인 허탈감도 문제지만 우리에게 더욱 크게 와닿았던 것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대한민국 국보 1호라는 상징성과 600년 숭례문의 신화성인 메타포인 것이다.
신화란 것은 단순한 형상이 아닌 역사성이 가미된 작품이다. 현재가 아닌 퇴색해 버린 과거의 유물로써만 내려져오던 숭례문 이었지만, 한순간에 소실된 광경속에 우리의 가슴속에 잊혀져 있던 메타포의 중심의 기둥이 무너져 내렸다. 이에 사람들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의 이 무너져 내린 상실감도 문제지만 어떻게 하면 이것을 회복을 하지? 그래서 일부이긴 하지만 그들은 숭례문 이란 메타포를 향해 위와같은 종교성의 의례를 드리게 된다. 의례의 중심적인 목적은 개인의 육신보다 훨씬 큰 형태론적 구조에 귀속시키는 것이다. 즉, 이같은 의례에 참가 한다는 것은 곧 600년 선조들의 신화의 역사성에 함께 동참 한다는 것이다.
심리적인 보상차원 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잿더미가 되어버린 숭례문을 통해 우리는 잊혀져왔던 우리의 역사와 찬란했던 선조들의 신화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이같은 의례행위를 통해 우리는 가슴속의 선조들의 영적인 삶의 원형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숭례문은 단순한 문화재로써의 가치를 떠나 우리의 한가운데 차지해 있던 자부심과 한반도의 역사성의 표상이었던 존재이다.
오늘도 우리는 가슴속 형상으로 남은 숭례문을 찾는다. 각자의 의례를 통하여 묻혀졌던 차원으로 넘어가기 위해 무너져 내린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삶의 질서를 온전하게 바로 잡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숭례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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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03 02:48:02 *.70.72.121
그래요. 참 허전하더군요. 하얀 소복 차려 입은 숭례문이... . 보존이 안타깝듯이 우리가 지켜가야 할 삶의 나날들이 그래서 그리도 소중한 것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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