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1896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일요일 밤에 책을 읽다 맥주를 한 컵 마셨다. 시원하다. 신기하기도 하다. 이 밤에 우리는 같은 책을 읽고 있구나. 숙제를 내 주었으니 오래전 읽고 가까이 둔 책을 함께 읽는다. 이 훌륭한 이야기 책은 수 많는 장면에서 나를 멈추게 했다. 오늘 혜통의 이야기가 끌리는구나.
"하루는 집 동쪽 시냇가에서 놀다가 수달 한마리를 잡았다. 살을 발라내고 뼈는 동산에 버렸다. 아침에 보니 그 뼈가 없어졌다. 핏자국을 따라 찾아보니 뼈는 제 굴로 돌아와 새끼 다섯을 안고 쭈구리고 앉아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오랫동안 놀라와 하다 깊이 탄식하였다. 문득 속세를 버리고 출가 하기로하고 이름을 혜통이라 바꾸었다. "
아직 거품이 다 가시지 않은 술을 마저 마셨다. 포레와 김연준의 비가를 듣고 있으니 이만한 술집이 없다. 앞자리에 앉은 일연스님은 아직 내게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그래서 왕화상 혜통의 시를 지어 크게 부른다.
산 복숭아 시냇가 살구가 울타리에 비쳤는데,
오솔길에 봄이 깊자 양쪽 언덕엔 꽃이 가득하네
우연히 수달을 잡았던 인연으로
나쁜 용을 서울 밖으로 멀리 쫓게 되었네
경주 사천왕터를 거쳐 이 3월의 봄이 다 가기 전에 포항의 오어사나 다녀와야겠다. 갯가에 버들강아지 꽃 가득하려나.
댓글
2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078 | 10년만에 만난 고등하교 동창 | 유일 | 2008.03.06 | 1603 |
2077 | 이 커뮤니티의 본질은? [2] | 김주영 | 2008.03.06 | 2207 |
2076 | 사고위험지역 | ssima | 2008.03.07 | 1808 |
2075 | -->[re]이 간이역 주막은 이런 곳이다 | 간이역 주인장 | 2008.03.07 | 1752 |
2074 | 어머니가 차려 주신 점심상 [4] | 현운 이희석 | 2008.03.07 | 2208 |
2073 | 모든 것에 거침없는 사람은 한 가지 길(道)로 나고 죽는다 [4] | 홍현웅 | 2008.03.08 | 1943 |
2072 | 서동에게 농락당한 나훈아 [2] | 최지환 | 2008.03.08 | 2365 |
2071 | 눈팅만 스쳐도 인연 [4] | 손지혜 | 2008.03.08 | 2256 |
2070 | 문무왕을 만나다 [2] | 이은미 | 2008.03.09 | 2220 |
2069 | 우포늪 그리고 삶 [3] | 이승호 | 2008.03.09 | 1909 |
2068 | 귀천(歸天), 아름다운 소풍 [2] | 박중환 | 2008.03.09 | 2033 |
2067 | 로마인 이야기, 한국인 이야기 [2] | 유인창 | 2008.03.09 | 1632 |
» | 유사를 읽다 문득 [2] | 구본형 | 2008.03.09 | 1896 |
2065 | [칼럼002]역사는 흐른다 [3] | 양재우 | 2008.03.10 | 2052 |
2064 | 소탐대실 vs. 대탐소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2] | 김용빈 | 2008.03.10 | 3310 |
2063 | (04)고운기와 줄리아 카메론 [3] | 이한숙 | 2008.03.10 | 1968 |
2062 | 3월 어느 날 [3] | 강종출 | 2008.03.10 | 1616 |
2061 | [칼럼2] 탐험가들 [4] | 오현정 | 2008.03.10 | 1886 |
2060 | 테니스 배우기와 역사 공부 [3] | 최현 | 2008.03.10 | 2272 |
2059 | 효, 자식과 부모, 한국적인. [3] | 김나경 | 2008.03.10 | 21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