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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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순에게는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매번 할머니의 음식을 뺏어 먹는 것이었다. 손순이 이를 곤란하게 여기고 아내더러 말했다.
아이는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구하기 어렵소. 잡수실 것을 뻣어 버리니, 어머니가 너무 배고파하시는구료. 아 아이를 묻어 어머니가 배부르도록 해야겠소“
그러고서 아이를 업고 취산의 북쪽 교외로 나갔다“
(삼국유사 효 선 편 “손순이 아이를 묻다” 조)
“하루는 자기 집 동쪽 시냇가에서 놀다가 수달 한 마리를 잡았다. 살을 발라내고 뼈는 동산에다 버렸다. 아침에 보니 그 뼈가 없어 졌다. 핏자국을 따라 찾아보자 뼈는 제 굴로 돌아와 새끼 다섯 마리를 안고 쭈그리고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오랫동안 놀라워 하다가 깊이 탄식하며 머뭇거렸다. 문득 속세를 버려 출가하기로 하고, 이름을 바꾸어 혜통이라 했다”
(삼국유사 신주 편 “혜통이 용을 항복시키다 조의 첫부분)
오래전의 일이다.
서편제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이다.
군대에 간 같은 학과 학회의 선배에게 위문편지를 쓰면서 영화 서편제 이야기를 함께 써 보내었다.
나는 서편제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이 아비가 딸 송화의 득음을 위해서 딸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이라고 편지에 썼다.
편지에는 무엇을 보고 그리 생각하는지는 쓰지 않았는데 선배는 답장에 그것을 물어왔다.
무엇이 그리 “한국적이더냐”고 말이다.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장은 쓰지 못한 것 같다.
오래전의 일이라 그 까닭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늘 고민하고 있었다. 오래도록.
가끔 가슴 아프게 먹고 사는 일에 힘이 들어 더 이상 삶을 지속하지 못하겠음을 결정하고
일가족이 함께 자살하는 기사를 접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흔히 모질게 자식까지 데리고 데리고 가느냐고 우리는 쉽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겨우 아홉 살 난 딸아이를 하나 키우면서 갖는 생각이, 내 자식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내 자식이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부모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자식은 자식이고 나는 나라고 한다는데
그건 어찌보면 서구적인 교육관이 유입되면서 퍼진 이야기가 아닐까
성덕대왕 신종에 바쳐진 어린 아이, 손순이 묻으려한 아이..
그 아이는 자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 것이 아닐까
그 비장함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우리들의 핏줄속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효녀는 물론 아니고 오랫동안 부모의 속을 썩이기까지 한 자식이다.
“효”는 무얼까
자식은 내게 무엇이고
부모는 또 무엇인가?
IP *.109.116.177
아이는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구하기 어렵소. 잡수실 것을 뻣어 버리니, 어머니가 너무 배고파하시는구료. 아 아이를 묻어 어머니가 배부르도록 해야겠소“
그러고서 아이를 업고 취산의 북쪽 교외로 나갔다“
(삼국유사 효 선 편 “손순이 아이를 묻다” 조)
“하루는 자기 집 동쪽 시냇가에서 놀다가 수달 한 마리를 잡았다. 살을 발라내고 뼈는 동산에다 버렸다. 아침에 보니 그 뼈가 없어 졌다. 핏자국을 따라 찾아보자 뼈는 제 굴로 돌아와 새끼 다섯 마리를 안고 쭈그리고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오랫동안 놀라워 하다가 깊이 탄식하며 머뭇거렸다. 문득 속세를 버려 출가하기로 하고, 이름을 바꾸어 혜통이라 했다”
(삼국유사 신주 편 “혜통이 용을 항복시키다 조의 첫부분)
오래전의 일이다.
서편제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이다.
군대에 간 같은 학과 학회의 선배에게 위문편지를 쓰면서 영화 서편제 이야기를 함께 써 보내었다.
나는 서편제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이 아비가 딸 송화의 득음을 위해서 딸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이라고 편지에 썼다.
편지에는 무엇을 보고 그리 생각하는지는 쓰지 않았는데 선배는 답장에 그것을 물어왔다.
무엇이 그리 “한국적이더냐”고 말이다.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장은 쓰지 못한 것 같다.
오래전의 일이라 그 까닭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늘 고민하고 있었다. 오래도록.
가끔 가슴 아프게 먹고 사는 일에 힘이 들어 더 이상 삶을 지속하지 못하겠음을 결정하고
일가족이 함께 자살하는 기사를 접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흔히 모질게 자식까지 데리고 데리고 가느냐고 우리는 쉽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겨우 아홉 살 난 딸아이를 하나 키우면서 갖는 생각이, 내 자식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내 자식이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부모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자식은 자식이고 나는 나라고 한다는데
그건 어찌보면 서구적인 교육관이 유입되면서 퍼진 이야기가 아닐까
성덕대왕 신종에 바쳐진 어린 아이, 손순이 묻으려한 아이..
그 아이는 자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 것이 아닐까
그 비장함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우리들의 핏줄속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효녀는 물론 아니고 오랫동안 부모의 속을 썩이기까지 한 자식이다.
“효”는 무얼까
자식은 내게 무엇이고
부모는 또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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