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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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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6일 20시 16분 등록
지난 12개월 동안의 성과 - 나

* 내가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제공했던 질적 양적인 효익을 열거할 것
* 지난 12개월 동안 나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 줄, 고객으로부터 받은 인증서와 감사장을 챙겨둘 것
* 내가 한 해동안 새로 배운 것들을 정확하게 설명할 것
* 나의 자질이 지난 해보다 얼마나 더 향상 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할 것
* 불어난 명함첩을 정리하고, 나의 네트워크에 추가하여 새로운 관계로 발전시킨 사람들의 이름을 들어볼 것
* 내가 1년 전보다 크게 달라진 점들을 명기할 것
(톰피터스“경영파괴”중 -- 구본형 코리아니티에서 재인용)

지난 한 해를 나와 함께 지내고 올해 2학년이 된 아이들 가운데 나를 몹시 기쁘게 한 세명의 아이들이 있다.
상진이 엄마는 작년 3월.학교에서 급식을 하지않으니.
3월 한달만 내게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 한달이 12달이 되었고, 올 3월 상진이 엄마가 전하는 상진이의 말
“엄마, 나는 6학년 때까지 방과후에 다닐거예요”
나는 몹시 기뻤다.
지영이는 지난 정월 대보름날 달집을 태울때 함께 태울 소원쪽지에 “방과후에 평생 다니게 해주세요”라고 썼다.
서연이는 엄마한테 “나는 이담에 커서 방과후선생님이 될거예요”라고 말했단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일하는 엄마의 일과가 마치는 시간까지 아이들을 보살펴 준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
국가에서는 보육료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으며, 아이들은 12시가 넘으면 모두 학교에서 돌아가야 한다. 아이들은 학원차를 타고 이리저리 엄마가 돌아 올 시간까지 헤엄쳐 다녀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은 그런 아이들 몇몇을 돌봐주는 것이다. 학교 개교기념일에도 아이들은 내 방과후 교실에 오고, 지난번처럼 황사가 심해 학교가 문을 열지 않는 날에도 아이들은 내게로 온다. 그것이 나의 일이다.
나는 지난 한 해 동안 7살에서 8살로 진화한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면서
그 나이또래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아직 현실세계보다는 상상의 세계, 신화의 세계 , 옛이야기의 세계속에 살고 있다.
우리 방과후 교실의 가장 큰 책상 아래에 펼쳐지는 블랙홀의 세계에 아이들은 일년 내내 빠져서 살아간다. 그속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수많은 이야기들.
아이들은 목요일이 되면 가장 힘들고 지치게 된다. 목요일에 가장 많은 다툼이 일어난다.
그럴 때 아이들에게 나는 내 이야기를 한다. 나도 어린 시절에 참 힘들었단다. 나는 열 살 때부터 쌍둥이 남동생들을 업어 키웠고, 그때는 내가 딸이라고 하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했단다...너희들도 힘든 일이 많지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 끝에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고달픈 삶을 털어 놓으며 울기도 한다. 나는 8살 아이가 될 수 있다.

나는 지난 12개월 동안 날마다 그렸다.
아이들은 내게 “선생님은 화가 같다”고 말해준다.
아이들이 주문하는 캐릭터들을 똑같이 그려 낼 수 있게 되었다.
연필로 그리기도 하고, 붓과 먹으로 그리기도 했다. 그렇게 날마다 그리면서 내게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내가 특별히 큰 사랑을 보여주지 않았던 재능이 아직 녹슬지 않고 살아있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 시간이 있으면, 돈이 있으면 하고 미뤄두지 않을 것이다.

2주에 한번 갖는 독서모임은 내게 큰 활력이 되었다. 지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었고
동료 없이 일을 하는 내게 꼭 필요한 만남이다. 예전부터 알던 선생님들이지만 한 해동안 쉬지 않고 함께 책을 읽고 마음을 나눌 수 있어 훨씬 깊은 관계를 맺게 된 것 같다.
나는 적극적으로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았다. 그래서 이웃한 곳에서 나와 같은 일을 하는 동지를 만날 수 있었다. 1년이 지나 그 선생님은 귀농과 함께 이 일을 그만 두었다. 하지만 부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은 선생님 댁에 봄꽃이 필 무렵 찾아갈 것이다.
나는 구본형의 변화경영연구소 영남권모임에 두 차례 참여했다.
새로운 에너지 네트워크에 접속한 것이다. 나는 이런 만남들을 준비하거나 기대한 적은 없었으나 내 삶의 지평이 확장되었다.

내가 일년 전보다 크게 달라진 점 - 작은 것, 사소한 일들에 마음 상하고 연연해 하지 않게 되었다. 마음속에 보다 큰 꿈을 갖고 되자 덤덤하고 넘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소중한 것, 진짜 중요한 것들에 마음을 쏟기에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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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16 20:28:11 *.36.210.80
좋으네요. 아마 잠재의식 속에는 그렇게 되고자 하는 열망 가득했겠지요. 앞으로도 소망하는 것들 지금처럼 잘 이루어 나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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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근
2008.03.16 23:17:10 *.115.248.187
부산에서 방과후 프로그램 6년만 더 하다, 경주로 오세요.
우리 늦둥이 좀 보내게요.
10개월된 우리 늦둥이 정말 괜찮은 선생님께 맡기도 싶답니다.
부탁해요.
따뜻한 글이어서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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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
2008.03.17 07:46:08 *.175.132.145
써니님 밤새 글 다 읽고 댓글 다느라 언제 주무세요^^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큰 힘이 되는군요.

희근님, 부산서 6년이나 더 하라구요.
이 일 너무 육체노동인데다 힘에 부쳐서
못해요~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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